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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1/08 17:11:11
Name sungsik
Subject [일반]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있습니다..
읽은 역사서라고는 삼국지와 후한서 찔끔, 진서 찔끔, 그외 삼국지 관련 서적이 전부인 제가..

문뜩 그 생각이 들더군요.
기독교 신자분들이 성서를 꾸준히 읽으시듯 평소 관심있던 조선왕조실록을
그런식으로 읽어보면 어떨까..하고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실록을 완역한 사이트가 있더군요.
연대별, 왕대별로 정리도 잘 해놨고 이름등으로 검색해 인물 중심 찾아 읽을 수도 있는등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양이 너무 많아요.
완역을 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정말 너무 많습니다-_-;;

뭐 조선의 왕하면 언제 1순위로 등장하시는 세종대왕님의 세종실록을 클릭하면
32년이라는 기간이 뜹니다. 그렇게 아무해나 한 해 클릭하면 당연히 12개월이 뜨고
그 12개월중 하나를 클릭하면 30일 가량이 뜹니다.
그렇게 한 일을 클릭하면 그 날에 일어난 사건의 제목이 뜨고
그 제목을 클릭하면 그 제목에 맞는 내용이 뜨지요.
다시 말하면 그런 기록이 32년간 있습니다. (영조는 52년이지요......)

지진이 일어났다거나 큰 비가 내렸다등의 내용은 딱 한 줄로 짧막하지만
그 날 무슨 논쟁이라도 벌어지는 날에는......
혹은 누가 죄를 지어 죄에 대한 진상조사라도 하는 날에는......


또 다른 문제는 고어가 너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왕의 높힘인 '상'이라는 표현이나 죽었다는 의미인 '졸'등의 고어등이 너무 많아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전을 끼고 봐야합니다.
그럼에도 막연히 번역자를 비난할 수는 없는 게,
실록의 양을 보면 그냥 이렇게라도 번역해줘서 감지덕지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부끄럽지만 제가 조선사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얕다는 겁니다.
분명히 읽으면서 느낌이 이건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조선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그냥 어물쩡 넘어가버리게 되네요.


여하튼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으려다가 이건 정말 미친짓이다..해서 사건 위주로 읽으려니
기록이 매일매일 있다보니 그 사건이 일어난 정확한 시기를 모르면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인물중심으로 읽자니 기간이 너무 들죽날죽이라 그렇고요.
실록을 효율적이며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어떤 노하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흥미있게 읽은 부분은 짧으면서도 가장 큰 사건중 하나였던 병자호란 부분이었는데,
제가 그 시기에 있어 병자호란을 실제로 보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느낌이 생생했습니다.

조선실록은 왕을 중심으로 썼기 때문에 실록을 읽는다고 조선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라고 생각치 않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훌륭한 문화유산을 남겨줬는데, 그것을 읽지 않는 건 후대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라고 생각해서 꾸준히 읽으려 노력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정말 너무 많습니다. 인간적으로 너무 많아요-_-;;;


http://sillok.history.go.kr/main/main.jsp

조선실록 사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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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08 17:24
수정 아이콘
조선이야말로 세계제일의 기록덕후 나라였지 않나 싶습니다. 한 나라의 역사를 저렇게 고스란히 후대에 남겨준 나라가 어딨을까요.
그러니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이겠죠. 저도 한번 완독(!?)를 시도해보고 싶은데, '정신 차려보니 중년 아저씨가 되있더라.'
가 될까봐 감히 손 못대고 있습니다.
웨인루구니
10/11/08 17:14
수정 아이콘
텍스트량으로 치면 몇 메가 정도 되는 양인가요?
이 글만 봐도 어마어마해보이네요
mapthesoul
10/11/08 17:14
수정 아이콘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 가치가 빛나는 것이 아닐까요 ^^
실록 하나만으로도 우리가 조선왕조에 대해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하다고 생각합니다.
7drone of Sanchez
10/11/08 17:20
수정 아이콘
자세한 링크와 간단한 사용법만 알려주셔도 많은 이들이 한번 쯤 검색해볼 것 같습니다. ^^
지니쏠
10/11/08 17:30
수정 아이콘
태종 7권, 4년(1404 갑신 / 명 영락(永樂) 2년) 2월 8일(기묘) 4번째기사

친히 활과 화살을 가지고 말을 달려 노루를 쏘다가 말이 거꾸러짐으로 인하여 말에서 떨어졌으나 상하지는 않았다. 좌우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사관(史官)이 알게 하지 말라.”
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실록의 위엄이죠. 크크. 왕명따윈 필요없는.
하야로비
10/11/08 17:31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이 잘 느끼지 못하시겠지만
조선왕조실록은 정말 위대한, 정말정말 위대한 문화유산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시대를 뒤져보아도 이렇게 하루하루의 상세한 역사가 빠짐없이 기록된 경우는 없습니다.
조선왕조실록 덕분에 우리는 1392년(조선건국)부터 1863년(고종 즉위년, 고종실록과 순종실록은 일제에 의해 간행되어 역사왜곡이 너무 많아 사료적 가치가 없기에..)까지 약 500년(!)간 하루하루(!!) 조선이란 나라에 무슨일이 있었는지를 모조리(!!!)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하나 더 정말 눈물나게 감동적인 것은...바로 수정실록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인조반정 이후 정권을 잡은 서인들은 광해군 때 간행된 선조실록을 믿을 수 없다며 선조수정실록을 만드는데
놀랍게도 기존의 선조실록을 폐기하지 않고(!) 둘을 함께(!!) 공문서로 보관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두 가지 실록을 함께 놓고 비교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걸 당파별로 어떻게 해석했는지까지 분석할 수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오늘날 우리의 '상식'으로는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패자의 기록따윈 없애버리는게 당연할 텐데, 우리 조상들은 승자와 패자의 기록을 모두 남기고 역사의 판단에 맡겼습니다.
(改) Ntka
10/11/08 17:32
수정 아이콘
으흐흐, 광해 1년 8월 25일에 있는 UFO 기록을 보니 참 흥미로워요.
그 외에도 기묘한 이야기들 보면 재밌죠. 특히나 소설 쓰는데 매우 좋달까.
에다드스타크
10/11/08 17:43
수정 아이콘
왕 주위의 기록은 쏟아지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전투 기록은 그다지 자세한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동시대 일본측 기록을 보면 전투 한 번 벌어졌다 하면 양측이 동원한 병력의 종류나 규모가 거의 50명 단위로 나오고,
어떤 무장을 했는지, 어떻게 싸웠는지 등 전투의 경과도 매우 상세하게 나와서 재현하기도 쉬운데,
조선측의 기록은 탄금대 전투보다 2000년 전의 갈리아 지방에서 벌어진 전투를 재현하기가 더 쉬울 정도.
(물론 전투에 참가한 장군의 직책이 무엇이고 무슨 가문이고 언제 과거에 합격했고 언제 뭘 했고 이런 기록은 또 많지만)
10/11/08 17:43
수정 아이콘
어떤 왕이였는지는 모르지만, 즉위 후에 사관이 너무 따라다녀서 귀찮다는 부분도 있었던걸 기억합니다.
아무리 봐도 조선의 사관들은 정말 대단한것 같습니다.
머릿돌
10/11/08 17:56
수정 아이콘
전 이걸 다시 일일이 다시 타자 쳤다는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네요
오타가 있나 없나 재 확인 작업까지 했을 걸 생각하면 고생 좀 했네요
똘이아버지
10/11/08 17:57
수정 아이콘
실록은 번역이 2030년 경에 완료될 예정입니다;; 어디까지나 예정이고 될지 안될지 모릅니다. 아직 10% 아팍 번역되어 있는 걸로 압니다. 그리고 한자는 문장의 압축성이 높기 때문에 10글자 정도로 된 문장이라도 현대 우리말로 번역하면 두 세문장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한 사람이 이걸 다 읽을 수는 없지요.
ridewitme
10/11/08 18:16
수정 아이콘
똘이아버지 님// 와... 정말요? 헉
코뿔소러쉬
10/11/08 21:43
수정 아이콘
실록에 대해서 아는바가 없었는데...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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