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 문방구는 아직도 있네. 가게 명도 그대로고. 주인 아저씨는 잘 계실려나. 초등학교를 졸업한게 몇 년 전인지
기억도 잘 안나네.
야, 이 시장 골목은 이젠 알아볼 수가 없구나. 약국 자리에 들어선 이 건물은 모다? 그래도 '왕 약국'하면 엄청 유명했는데.
이 길은 여전하구나. 항상 이 길을 내려가면 나타나는 경찰서가 인상깊었지. 그것도 사거리에 있었으니.
예전엔 여기가 중국집이었는데 지금은 편의점이 되었네. 내가 태어나서 처음 먹은 자장면, 그 가게는 이제는 없구나.
자, 올라가자. 더 올라가자. 그래 이쪽길로 가면 내가 살던 아파트가 나오지. 이 가파른 언덕은 여전하구나.
어릴 때 여길 어떻게 오르락 내리락 했나 모르겠네. 마을버스 삼 거리도 건재하군. 이쪽 동네는 확실히 개발은 덜 됐어.
좀 더 옛날에 살던 쪽으로 가볼까. 어이쿠, 이 동네는 완전 고시촌이 다 됐네.
하지만...건물만 고시원이 됐을 뿐 기본 동네 구조는 다 똑같구나. 하나도 안 변했어.
어린 시절 책가방을 매고 달리던 시멘트 블록의 골목길 구조 그대로야.
여름의 햇볕도, 달릴 때만 느낄 수 있던 바람도, 그때 하던 팽이치기와 책가방 들어주기 거리용 전봇대도
잠깐, 이 가게가 아직도 있었나. 참, 아무리 그래도 너무 오래 써 먹는다 이 이름.
뭐, 내 이름을 딴 가게가 아직 남아있다는게 용하긴 하지만. 위치도 그대로네. 엄청 낡았지만 간판만은 새것인걸?
그래요 거기 계실 이름 모를 주인 내외분, 그게 다 제 이름 덕택일 거에요. 원래 거기 있던 다른 슈퍼는
다 없어지고 로드 뷰 속에는 그 가게만 남았네요. 아마도, 오래 갈 겁니다. 걱정하지 말고 장사하세요.
"xx야, 출력 아직 멀었니?'
"아, 네 다 뽑았습니다."
로드뷰를 닫는다. 동시에 추억도 닫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마음이 설레인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다니,
나도 세월이 많이 지나간 인생이 되었구나.
가보고 싶은 마음, 물론 있다. 하지만 가면 허무해질것도 같다.
뭐, 어떠랴.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을. 기술의 발달로 한 때나마 잠시 망각의 여유를 가졌다면
그것으로 족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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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얼마전 어머니와 함께 로드뷰로 예전에 살던 동네를 비춰보았는데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시더라구요. 물론 저도 좋았습니다. 여기는 저랬고 저기는 이랬는데. 이것도 바뀌고 저것도 바뀌고 옛 추억에 젖었더랬죠. 저희집은 좁은 골목 안이어서 차마 집 바로 앞까지는 돌아보지 못했지만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