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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0/02 01:12:17
Name 코세워다크
Subject [일반] 천재 니콜라 테슬라의 마지막 몸부림, 워든클리프 타워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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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테슬라(1856~1943)

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인으로 20세기 가장 위대한 전기공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교류 모터, 테슬라 코일의 발명으로 유명하며 비록 특허권을 먼저 따내지는 못했지만 라디오, 형광등 등의 개발에도 많은 공헌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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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무선 에너지 전송에 대해 다룬 뉴욕저널 1897년 8월 8일자 기사)

테슬라는 이상주의자였다. 그의 꿈은 자신의 연구가 모든 인류에게 혜택이 돌아감으로써 가진 자들의 횡포에 가난한 자들이 신음하지 않고 지식, 과학, 예술의 산물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 세상을 이룩하는 것이었다. 특히 관심을 두었던 것은 무선 전송 시스템으로, 전 지구에서 거리에 상관없이 에너지와 정보를 송신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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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경의 워든클리프 타워. 테슬라 타워, 테슬라 라디오 타워라는 이름도 있었다)

1900년, 44세의 테슬라는 유명 투자가 J.P 모건으로부터 15만 달러를 투자 받아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81 헥타르 넓이의 토지를 구입하여 숙원이었던 무선 전송 시스템의 개발에 착수했다. 모건은 그의 연구가 단순한 정보 통신에 관한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스케일이 남다른 테슬라는 단순히 정보뿐만 아니라 사진 및 에너지를 손실 없이 무선으로 전달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토지의 전 주인이었던 제임스 워든(James Warden)의 이름을 따 워든클리프(Wardenclyffe)라 이름 지은 무선 전송용 탑은 그렇게 테슬라의 꿈을 안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구가 성공한다면 인류는 거리에 상관없이 안테나 하나만 있다면 에너지 및 정보를 손쉽게 수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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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워든클리프 타워는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7월 철거되었다. 당대에 전기의 마법사(Wizard of electricity)라 불리며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 중 하나인 니콜라 테슬라 최대 숙원은 어째서 후대에게 아무런 것도 남기지 못했고 탑과 같이 쓰러져야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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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의 니콜라 테슬라)

1884년 6월, 28세의 청년 테슬라는 커다란 야망과 함께 뉴욕에 입성했다. 에디슨 컴퍼니의 파리 지사에서 2년간 일했던 그는 상사의 추천을 받아 본사의 부름을 받았다. 그의 우상이자 상사였던 에디슨은 35세의 야심만만한 사업가로 5년 전 백열전구의 특허를 얻은 이후 명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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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의 토마스 에디슨. 평생 학력 컴플렉스에 시달렸으며 발명품의 사업성을 중요시했던 그는 고학력에 셈에 밝지 않았던 테슬라와는 상극인 사람이었다)

에디슨의 회사가 위치한 남부 맨해튼에는 당시 세계 최초로 전력망이 구축되고 있었다. 하지만 최초의 직류 전력망은 불안정하기 그지없어 많은 누전과 화재 사고가 뒤따랐다. 테슬라는 고장 난 설비를 고치는 일에 투입되었고 하루 20시간 가까이 일에 매진하였다. 또한 에디슨의 발전기를 더 효율적으로 고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에디슨은 부하 직원 중 테슬라만큼의 열정을 보이는 자는 없다며 큰 신뢰를 보였지만 두 사람의 동행은 고작 6개월 만에 끝난다. 둘의 결별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몇 가지 가설이 있다. 발전기를 재설계한 대가로 5만 달러를 약속한 에디슨이 이를 지키지 않자 사이가 틀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직류 대신 교류 모터 및 송전 시스템을 제안한 테슬라의 의견이 묵살 당한 것이 이유였다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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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테슬라가 특허를 얻은 아크등)

회사를 나온 테슬라는 몇몇 투자자들의 도움으로 경제적이고 발전된 아크등의 특허를 취득하였으나 큰 수익을 보지 못하였다. 이후 한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미국에 온 지 2년째 되는 1885년 겨울에는 일당을 받고 막노동을 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경제적인 위협에 직면하였다. 다행히 1886년 웨스턴 유니온 전신회사의 경영자 A. K. 브라운의 도움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테슬라 전기회사(Tesla electric company)를 차렸고 이후 전동기와 발전기의 개발 및 특허 취득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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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웨스팅하우스. 20대 초반에 기차의 공기브레이크를 발명하여 떼돈을 벌었고 1880년대에는 웨스팅하우스 전기회사를 설립하여 전기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에디슨의 직류 시스템에는 크나큰 약점이 있었다. 변압이 어려운 직류의 특성상 낮은 전압(110V)으로밖에 송전할 수 없었기에 전력 손실이 매우 컸다. 직류 전력망의 구축을 위해서 1마일 당 하나의 발전소가 필요했고, 이는 교류 시스템에 비해 극히 뒤떨어지는 생산성이었다.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경영하던 웨스팅하우스 전기회사는 1886년 교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발전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웨스팅하우스는 테슬라의 교류 발전기를 눈 여겨 보고 있었고 그를 월급 2천 달러에 영입했다. 웨스팅하우스의 교류 시스템 구축은 에디슨에게 위협이 되었다. 그리고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 사이에서 훗날 ‘전류전쟁’(War of currents)이라고 일컬어지는 분쟁이 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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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찡..ㅠ  에디슨은 교류의 위험성을 과장하기 위해 6600V의 전압으로 코끼리 공개사형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전류전쟁의 결과는 ‘교류의 승리’라는 한 문장으로 축약되지 않는다. 전기의자, 코끼리 사형, 장렬한 디스전 등 후세에 수많은 떡밥을 남겼으며 이 분쟁을 통해 미국의 전력망이 표준화 되었고 수십 개에 이르는 전기 회사들이 통합되어 세 개만 남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테슬라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내친 거나 다름없는 에디슨에게 통렬한 복수를 했으니 큰 승리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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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에서 수십 만 개의 전구가 밤하늘을 밝혔다. 웨스팅하우스가 교류시스템으로 담당한 이 조명은 전류전쟁에서 교류가 승리했다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후 나이아가라 수력 발전소의 건설에도 웨스팅하우스가 선정되어 테슬라의 명성은 전 미국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큰돈을 벌지 못했다. 교류 시스템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 컸다. 조지 웨스팅하우스는 첫 계약 당시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 1마력 당 2.5달러의 로열티를 약속하였으나 에디슨과의 전류전쟁으로 인해 웨스팅하우스는 파산 직전까지 몰리게 되었다. (에디슨은 이 치킨 게임에서 J.P. 모건의 후원 및 타 회사와의 합병으로 그나마 타격이 적었다.) 조지 웨스팅하우스는 회사의 사정을 설명하고 로열티를 낮출 것을 요구하였다. 회사가 파산하면 채권자들로부터 로열티를 회수받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설명과 함께. 이러한 사정을 들은 테슬라는 놀랍게도 계약을 뒤집었고 로열티에 관한 내용을 삭제하였다. 그리고 웨스팅하우스는 그의 교류 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영구히 가져가는 조건으로 21만 2천 달러를 지불하였다. 당대의 전문가들은 이 특허가 1200만 달러의 가치가 있었다고 평가했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오늘날의 3억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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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대의 테슬라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맛보고 있었다. 최초의 고급 호텔인 뉴욕의 아스터하우스에서 투숙하며 사교계의 명사들만 다니는 유명 레스토랑에 자주 출몰하였다. 그는 요새 말로 소위 ‘핵인싸’였다. 188cm의 큰 키에 잘생긴 얼굴을 가졌으며 한 가지 주제만으로도 몇 시간을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갈 정도의 달변가였다. 쇼맨십 또한 대단했다. 군중을 앞에 두고 테슬라코일로 발생시킨 수십만 볼트의 전류를 자신의 몸에 통하게 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는데, 이를 지켜본 기자가 ‘그는 마치 마법사와 같은 일을 해냈다’는 감상을 남겼다.(‘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의 하워드 스타크의 쇼맨십은 테슬라를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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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후의 테슬라의 발목을 잡은 것은 그의 정신질환이었다. 아버지와 남동생도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하며, 대학 시절부터 환각으로 인해 힘들어했다는 기록이 있다. 뛰어난 상상력은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지만 때때로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여 고통을 안겨주었다. 또한 강박장애도 앓고 있었다. 세균공포증이 있어 귀걸이를 한 사람을 보기만 해도 몸서리쳤다고 하며 숫자 3에 대해 극도로 집착하여...

- 머무는 호텔의 방 번호는 3으로 나눠지는 숫자여야 함
- 식사 전 18매의 냅킨을 준비함
- 아침마다 18장의 타올을 요구
- 수영을 할 때 항상 27랩을 돔
- 건물을 들어갈 땐 주변 블록을 3바퀴 돌고 들어감

...등의 기행을 일삼았다. 타인을 대할 때의 태도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아, 뛰어난 언변으로 기자들과 사교계의 사랑을 받았지만 투자자들과의 관계에서는 항상 어려움을 겪었다.

** 강박장애 : 원하지 않는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불안 장애의 하위 유형. 반복적으로 의식에 침투하는 고통스러운 생각, 충동 또는 이미지인 강박사고(obsession)와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강박행동(compulsion)이 주된 증상. 강박행동은 청결행동, 확인행동, 반복행동, 정돈행동, 지연행동 등의 형태로 나타나며, 스스로 부적절하고 지나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박사고로 인한 불안감으로부터 회복되기 위해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심리학용어사전, 2014. 4., 한국심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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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대부터 그는 무선 통신과 무선 에너지 전송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1893년 국립전등협회 시연에서 30피트 거리 무선 통신을 최초로 성공시켰다. 하지만 1895년 남부 맨해튼에 위치한 그의 실험실에 화재가 나며 많은 실험기구 및 연구 자료를 홀랑 태워먹었다. 그 일로 100만 달러가량의 피해를 보았고(보험에 들지 않아 보상도 받지 못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자금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웨스팅하우스 등의 도움으로 이스트 휴스턴에 새로이 실험실을 차릴 수 있었지만, 대형 테슬라코일을 이용해 수백만 볼트의 전압을 가진 전기를 무선 전송할 수 있는 실험을 하기에는 뉴욕은 너무나 과밀화된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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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콜로라도 스프링스 전경)

콜로라도 스프링스는 미국 서부 콜로라도 주에 위치한 곳으로, 무선 송신 시스템 개발을 위해 테슬라가 새로 선택한 실험장이다. 1899년 미국 최고의 부호 중 하나였던 존 제이콥 아스터 4세에게 10만 달러를 투자받은 그는 백열전구를 능가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등을 개발한다는 거짓말을 하고 무선 전송 시스템 연구에 착수했다. (존 제이콥 아스터 4세는 훗날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로 사망한다. 승객 중 가장 재산이 많았던 사람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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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그의 매드 사이언티스트적인 면모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실험실 입구에 출입금지라고 써 붙이고 테슬라 코일을 응용하여 수백만 볼트에 이르는 전기를 생성했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정전이 생기며 콜로라도 스프링스 전체가 암흑 속에 빠졌다. 민폐는 민폐대로 끼치고 뚜렷한 성과가 없었으나 그의 연구는 믿음에서 망상으로 점차 변질되어갔다. 기자들에게 무선으로 손실 없이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발표를 했으나 결과물이 없었기에 반응은 냉담했다. 거기에 더해 화성과 교신했다는 주장까지 하여 신뢰도가 급전직하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때부터 그의 망상 및 이상행동은 다른 이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되었다.

** 망상: 사실과 다르며 그런생각을 가진 사람의 논리나 이성에 호소해서 시정 될 수 없고, 그 사람의 교육이나 환경에 조화되지 않는 그릇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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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화성에서 메세지를 받았다는 내용을 다룬 1901년의 콜로라도 지역 신문의 기사. 이후 그는 죽는 날까지 화성과 교신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결국 콜로라도 생활은 8개월간 10만 달러만 날리고 끝났다. 뉴욕으로 돌아온 그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했다. 1900년, 에디슨의 G.E.(이 시점에 에디슨 컴퍼니는 타회사와의 통합을 거쳐 제너럴 일렉트릭스로 사명을 변경하였다)를 후원하기도 했던 재계의 거물 J.P. 모건은 15만 달러를 테슬라에게 투자하여 무선 통신에서의 새로운 성과를 기대했다. 이미 1899년 이탈리아의 굴리엘모 마르코니가 영국 해협을 사이에 두고 50km 거리의 무선 통신을 성공했기에 테슬라에게 남겨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정작 본인은 마르코니의 실험 성공을 두고 ‘그는 내 특허 중 17개를 도용하고 있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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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테슬라의 고향인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펼쳐진 한 뮤직 페스티벌에서 재현된 워든클리프 타워의 레플리카)

1900년, 테슬라의 소망이 담긴 워든클리프 타워가 건조에 들어갔다. 높이 57m, 지하 깊이 36.6m, 16개의 쇠 파이프가 지하 94.4m까지 닿았다고 한다. 그의 꿈은 마르코니와는 달랐다.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한 송신을 넘어, 21세기에나 구현된 3G, 4G처럼 대량의 데이터, 사진 등을 송신할 수 있길 바랐다. 그는 자신의 무선 통신 기법을 '대지와 대기의 교란 전하 기법(disturbed charge of ground and air method)'이라고 불렀다. 타워를 통해 전기적 공명을 하는 지구와 정합하여 에너지를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으며, 지구 표면과 전리층에 있는 기본전파 혹은 고정전파 형태의 에너지를 활용하여 에너지의 무선 전송도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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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신문에 게재된 테슬라 타워의 개요. 나이아가라 수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수신받아 전 세계에 송신할 예정도 있었던 것 같다... 산지직송으로 나이아가라에서 보내면 되잖아)

물론 상기된 엉터리 이론으로 무선 전송이 가능할리 없었다. 그 와중에 1901년 11월 마르코니는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무선 통신에 성공하며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테슬라에게 희망을 보지 못한 J.P. 모건은 더 이상 투자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으나 테슬라는 더 많은 투자금이 필요했다. 이후 1906년까지 5년간 모건에게 투자를 요구하는 수십 통의 편지가 전달되었지만 모건이 추가로 투자하는 일은 없었다.
변변한 실험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워든클리프 타워는 고철덩어리로 변모해갔다. 테슬라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았으나 세월이 지날수록 늘어가는 것은 빚이었다. 1915년 더 이상의 채무를 감당할 수 없었던 테슬라는 워든클리프 일대의 토지를 압류당했다. 그리고 1917년 워든클리프 타워는 철거되었다. 당시 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워든클리프 타워가 독일군의 비밀 수신 장치로 이용되어 강제로 철거당했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한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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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86세의 테슬라. 생전 마지막 사진)

테슬라의 말년은 비참했다. 700개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상용화가 된 것이 많지 않아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모아놓은 재산도 없었으며 후원해주는 이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독신이었고 뉴욕의 호텔을 전전하며 외로이 보냈다. 망상은 계속되어, 종종 신문에 그의 허황된 주장이 실리기도 했다. 몇몇 그의 주장을 소개하자면

- 1896년에 이미 우주선을 개발했다고 주장 (최초의 우주선은 그의 사망 이후 개발됨)
- 망막을 촬영하여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 전쟁을 끝낼 무기를 개발했다. 이름 하여 죽음의 광선 (Death ray/beam)
- 자신이 개발한 테슬라 오실레이터를 쓰면 5기압만으로도 당장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무너뜨릴 수 있다

등등등 매년 엄청난 떡밥을 기자들에게 투척했다. 조악한 합성사진을 만들 기술력도 없던 당시에 저런 거짓말이 먹힐 리가 만무하였고 워낙 위대했던 과학자라 함부로 얘기하지 못했지만 당대엔 이미 미치광이 늙은이 취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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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beam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78세의 테슬라. Defensive weapon only에서 그의 인도주의를 느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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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필라델피아 실험을 다룬 유튜브의 한 동영상 스틸컷. 21세기 현재에도 테슬라의 허언은 확대재생산되어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20세기 말에 이르러 세기말적 감성이 팽배하자 본의 아니게 테슬라는 재조명 받게 된다. 그림자 정부의 핵심 인물로 등장하며 필라델피아 실험의 장본인으로 지적받기도 한다. 또한 그의 무선 에너지 송신은 로스트 테크놀로지로 취급되어, 막대한 이권을 노린 전기 회사의 음모로 억울하게 희생당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온다. 하지만 테슬라는 에디슨(84세 사망)과 더불어 굉장히 장수하였고(86세 사망), 죽을 때까지 기자들 앞에서 할 말 못할 말 다 했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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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데드마스크)

1943년 86세를 일기로 테슬라는 뉴요커호텔에서 사망했다. 누구도 곁을 지키지 않은 쓸쓸한 죽음이었다.

말년에는 근처 공원에서 비둘기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낙으로 삼은 테슬라는 한 비둘기와 사랑에 빠졌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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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시절 테슬라. 당시 저런 멋드러진 구도로 사진을 찍은 것만 봐도 비범한 센스를 가졌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천재였으며, 인생의 전반기는 영광의 연속이었다. 꿈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간 수많은 이주민 중에 가장 성공한 사람 중 한 명이었고 그의 업적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동시에 이상주의자며 박애주의자, 인도주의자였다. 자신의 기술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 인류가 더 번영하길 바랐고 많은 대가를 원하지도 않았다.

그의 인생 중반부에 세워진 워든클리프 타워는 몰락의 상징이었다. 정신질환으로 인해 환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었던 그는 망상에 사로잡혀 잘못된 주장과 연구를 이어갔다. 그렇게 남은 반생을 무관심과 비웃음속에 조용히 스러져갔다.



21세기에 이르러 3G, 스마트폰이 속속 보급되어 우리는 다소나마 테슬라가 꿈꾸던 세상에 살고있다. 워든클리프 타워는 천재가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위대한 멍청이짓'이었지만 모두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랐던 그의 마음만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굳건했던 그 탑 같던 그의 의지가 누군가에게 커다란 영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같이 보기

전류전쟁 : https://blog.naver.com/keri_on/221227280591

아메리칸 익스피리언스 - 테슬라 : https://www.netflix.com/kr/title/8099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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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18/10/02 01:26
수정 아이콘
유튜브에 테슬라의 연구가 성공했다면
인류역사가 달라졌을거라는 동영상이 있더군요
역시 걸러들어야겠죠?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리버풀
18/10/02 01:31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정독했네요
Maiev Shadowsong
18/10/02 01:38
수정 아이콘
진짜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와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살았군요
18/10/02 01:44
수정 아이콘
추천
18/10/02 01:52
수정 아이콘
테슬라 주가 폭등 기념 테슬라 글이군요
착한아이
18/10/02 02:20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차라리꽉눌러붙을
18/10/02 02:35
수정 아이콘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닭장군
18/10/02 03:43
수정 아이콘
애퍼쳐 사이언스 사장양반 같은 느낌도 드는군요.
그나저나 [3]을 좋아했다라...
공격적 수요
18/10/02 06:29
수정 아이콘
그냥 과학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런 면이 있었군요. 영화 프레스티지에서 니콜라 테슬라 역으로 데이빗 보위가 캐스팅된 게 이해가 됩니다 크크크.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ageofempires
18/10/02 07:03
수정 아이콘
코끼리를 죽이다니 너무 화가나네요.
불쌍한 코끼리찡...
MicroStation
18/10/02 08:15
수정 아이콘
코끼리를 죽인건 에디슨입니다. 크크
ageofempires
18/10/02 09:36
수정 아이콘
네 제대로 읽은거 맞아요.
글 재미있게 보다가 코끼리 죽은 거 보고 더 못읽겠어서 내렸습니다.
퀀텀리프
18/10/02 07:33
수정 아이콘
영화속 매드사이언티스트의 실사판이었군요.
18/10/02 08:12
수정 아이콘
이게 다 템플기사단 때문이다
일렉트릭숔
18/10/02 08:24
수정 아이콘
와 정말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18/10/02 08:30
수정 아이콘
테슬라 제외하고, 지금 기술로 무선으로 에너지 전송하는게 가능한가요? 통신 말고요. 핸드폰 무선 충전기 처럼 거의 붙어있는 것 말고 1km 이상 떨어진 경우요.
아케이드
18/10/02 09:05
수정 아이콘
레이저로 위성에서 지상까지 에너지를 전송하는 기술이 개발되었죠.
루트에리노
18/10/02 09:44
수정 아이콘
심시티 생각나네요
18/10/02 17:14
수정 아이콘
어떤 원리로 전송되는 건지 갈 수 있을까요?
아케이드
18/10/02 17:57
수정 아이콘
일례로 전기를 고출력 레이저로 전환해 멀리 떨어진 수신장치에 쏘아 수신장치에서 이를 다시 전기로 바꿉니다.
18/10/02 19:41
수정 아이콘
계속 질문해서 죄송한데요. 레이져가 대기권 통과하면서 에너지 손실이 크지는 않나요?
아케이드
18/10/02 21:29
수정 아이콘
에너지 손실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우주 태양광 발전의 효율이 지상발전 효율의 몇배에 달하기 때문에 결국 이득이라는 거죠.
우주 태양광 발전은 기상조건 및 주야의 영향없이 24시간 365일 가동되니까요.
18/10/02 22:09
수정 아이콘
답변 감사합니다.
이비군
18/10/02 08:48
수정 아이콘
이상주의와 망상 사이가 얼마나 가까운지 보여주는거 같네요.
Bettersuweet
18/10/02 09:19
수정 아이콘
엘론 머스크가 떠오르는 글이네요.
그는 후에 어떻게 기억될까요?
18/10/0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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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테슬라란 단어를 보고 머스크가 생각났어요
왠지 비슷한 느낌이 드는건 기분 탓일까요??
재즈드러머
18/10/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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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도 비슷하다느꼈는지 회사이름을 테슬라로‥
지니팅커벨여행
18/10/0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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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에는 위대한 혁명가로 생각했는데 점점 이상해지는 모습을 보니 아직 테슬라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테슬라의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되는 거죠.
여자친구
18/10/0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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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을 읽고나니 현 테슬라 컴퍼니의 일론 머스크도 묘하게 오버랩되네요.

지금가지 커리어로써는 우수한 사업가이자 엔지니어,발명가이자 투자자 긴한데...
위기설도 돌았던만큼 과연 말년은 어찌될련지..
테슬라와는 달리 더욱 성공했음 좋겠네요 크크 보여줄게 많을거 같던데...
18/10/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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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앱스테르고놈들...
정은비
18/10/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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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습니다.
쭌쭌아빠
18/10/0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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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의 글 감사합니다.
치열하게
18/10/02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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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선생님. 선생님의 유지는 소비에트 아래 테슬라 전차로 연합군 놈들을 쓸어버리는 데 쓰였습니다. ㅠ ., ㅠ

예전에 어딘가 에서 본 평이 기억나네요. 운이 없게도 지구에 떨어진 천재 외계인이라고
18/10/0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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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인터넷에서 테슬라에 대해서 읽은 글 중에 가장 객관적으로 쓰여진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테슬라의 콜로라도 스프링 시절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프레스티지'에서 인상적으로 나오죠. 영화는 테슬라의 실험이 사실 다른 면에서 성공했다는 일종의 팬픽인데, 테슬라에 대한 경외감을 영화적으로 멋있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더군요.
박루미
18/10/0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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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미래에서 시간을 넘어온 여행자라고도 했던거 같은데 -_-
여하튼 그 시대는 우리의 인지수준보다 훨씬 더 엄청난 시대였을지도용
마스터충달
18/10/0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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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낵져키
18/10/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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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맙습니다. 잘봤습니다.
지니팅커벨여행
18/10/0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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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밥을 먹고 살게 해 준 사람 중 하나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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