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0일은 19대 대통 선거일이었죠. 평행세계에서는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꿈을 꾸었습니다.
무서운 꿈도 아니었습니다. 슬픈 꿈도 아니었습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나 깨어나서 생각해 보니 곧 슬퍼졌습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꿈 내용은 이렇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리고 취임식을 합니다.
식순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등장 인물 대사나 연설은 기억나는 줄기를 바탕으로 재구성, 또 현실에 원문이 있을 경우는 검색해서 복붙하여 완성 했습니다.
반기문 새누리당 후보가 먼저 안철수의 당선을 축하하며 영어로 뭐라뭐라 축사를 합니다.
일하는 아저씨(?)들이 탑 같은게 넘어져 있는 모양의 셋트를 단상위로 올려 놓습니다.
안철수 당선자가 올라옵니다.
사회자: 안철수 당선자께서 올라오고 계십니다. (얼굴은 기억 안나는데 말투하고 목소리가 구새누리 현자유 민경욱 같았습니다.)
안철수: (웃으면서) 당선인이라고 하기로 했지 않았나요?
사회자: 아 참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기억력도 좋으십니다. 안철수 당선인께서 올라오고 계.. 아 이미 올라오셨군요! 하하하!
안철수와 반기문이 새정치를 기원한다는 의미로 넘어져 있는 탑(?)의 꼭대기에 밧줄을 매어서 당겨 끌어올리는 퍼포먼스를 합니다. 탑이 거의 다 섰는데, 줄에 매인 꼭대기가 부러지면서 탑을 당겨올리던 방향 그대로 안철수 반기문쪽으로 쿵 하고 넘어집니다. 안철수와 반기문이 뒤로 피하면서 당황합니다. 사회자도 같이 당황하고 있는데, 안철수가 새정치가 너무 잘될 것이라는 징조라고 슬기롭게 대처합니다. 모두 하하하 웃고 세트를 치웠습니다.
안철수가 취임사를 합니다. 적폐, 새정치, 극단, 대결의 정치, 상생과 화합 등등 어떻고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거의 웅얼웅얼 하는식으로 제대로 안들리고 지루해서 저는 그냥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선명하게 연설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안철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님이 무엇입니까? 언제나 그리운 이름입니다. 우리들의 가슴입니다. 우리가 사모하고 눈물 흘리며, 오랜 세월을 목말라해온 이름입니다. 님은 바로 한반도 대운하를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저는 놀라서 고개를 들어 저 앞에서 연설하는 안철수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안철수: 제가 그동안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예~) 저는 지금까지 새정치를 향한 일념으로 뚜벅 뚜벅 걸어서 결국 이렇게 살아 돌아 왔습니다. 과연 누가 나에게 돌을 던질수 있습니까, 여러분! (와아~ 함성)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는다, 마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보다보니 어느 새 안철수의 양 눈이 비대칭으로 되어 있습니다.
안철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제 다시, 건국 70년의 시작인 201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합니다. 우리의 시대적 과제, 대한민국 선진화를 향한 대전진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새로운 신화를 향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저, 이명박이 앞장서겠습니다. 국민이 합심하여 떨치고 나서면 해낼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경악하며 안철수를 바라보고 있는데, 진행요원들이 관객들에게 기념품으로 목도리를 나눠주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거 서로 많이 가져갈려고 몸싸움이 일어나고 완전 난장판이 됩니다.
저는 그 아귀다툼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어느새 사람들 얼굴이 전부 와우의 고블린(대격변 이전 모델)으로 변해 있습니다. 그리고 제 귀에는 '디아블로2 확장팩 파괴의 군주' 오프닝 영상에서, 바알이 야만전사 장로를 죽인 다음 미친소들이 도끼들고 세체론으로 돌진할때 나오는 BGM이 들렸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아무래도, 요양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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