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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20 19:20:23
Name 王天君
Subject [일반] 네이버 웹툰 [전설의 고향] 감상 -3-
17.        어둑서니 – 문지현



이런 그림체는 아무래도 효과적으로 공포를 전달하기가 어렵죠. 이 에피소드의 주 귀신인 ‘어둑서니’를 오히려 귀엽거나 평범하게 그렸으면 역설적으로 그 공포가 살아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우화라기에는 나레이션이나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통해서 너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에 정작 가슴에 와닿는 정도가 줄어든 감이 있습니다.
이 작품이 어정쩡한 가장 큰 이유는, 귀신이 없이도 충분히 절망적이고 암울한 현실에 굳이 ‘귀신’을 집어넣었기 때문입니다. 귀신에게 해코지를 당해 죽은 주인공은 어찌 보면 현실에서 해방된 셈이지만, 진짜 무섭고 절망적인 것은 아무 대안도 없이 수동적으로, 타의로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이지요.  어둑서니가 주인공이 겪은 환상이었고, 이후 주인공은 빼도박도 못한 채 계속 부모님의 기대에서 비롯된 부담을 등에 업고 공부해야 하는 현실로 끝을 맺었다면, 더욱 더 현실적인 공포가 살아났을 겁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저 상황이 암울한 것은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억지로 살아야 하는 상황 그 자체에서 찾아야지 공부에서 찾아서는 안됩니다. 게으른 사람들의 자기 변명으로 읽힐까봐 약간 우려가 되네요.

18.        반쪽이 – 박현수



그림 좋네요. 푸르스름한 배경과 빨간색만을 채색해서 대비 효과를 주려 한 점도 눈에 들어옵니다. 등장인물들의 표정도 생생하네요.

이런 장점에도 이상하게 호러의 분위기가 잘 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릴러의 느낌이 강해서, 무섭다기보다는 박진감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이는 주인공과 반쪽이의 대결, 특히 액션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탓일 겁니다. 그리고 반쪽이의 정체를 굳이 강조하는 듯한 결말도 조금은 사족으로 보입니다. 작가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어지간한 독자는 이미 친절하게 주어진 정보에서 이런 사실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독자들이 편하게 해석과 감상을 공유할 수 있는 댓글란이 있으니까요.

19.        창귀 – 카레곰



호랑이는 참 잘 그렸는데, 정작 인물의 묘사는 왜 이런 건지. 호랑이가 쓸데없이 리얼해서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 놈의 헤어스타일 좀…!!) 인물들의 움직임이 어색해서 박제된 듯한 느낌이 납니다. 가장 긴장되는 부분이어야 할 호랑이의 등장과 조우에서, 인물들의 움직임이 생경하게 느껴지지 않으니 작품이 전체적으로 썰렁해지네요.

무엇보다도 창귀라는 존재와 행동의 메카니즘이 잘 이해가 안갑니다. 성불을 위해서 귀신이 또 다른 원한을 쌓는다라… 성불이 안되면 안됐지, 다른 생명을 해코지해서 성불을 한다구요? 그 동안 제가 접해왔던 귀신 이야기의 설정과는 너무나 다르고 이치에도 맞지 않아보이는군요.  또한 동생의 생존을 위해 배부른 호랑이와 또 다른 호랑이를 등장시킨 것은 좀 우습습니다. 조선에 호랑이가 그렇게 많았단 말인가요? 궁색하네요.

20.        길잡이 – 삼촌



전설의 고향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네요. 등장인물들의 생김새부터 귀신의 행동원리까지, 너무 현대적입니다. 특히나 귀신들의 실체와 행동양상을 뚜렷하게 그려놔서 외계의 크리쳐처럼 느껴집니다. 사람을 씹어먹는 설정이나 귀신의 디자인 등 익히 알고 있는 귀신의 이미지와는 그 이질감이 너무 큽니다. 다 소복처녀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소리내서 피해자를 잡아먹을 건 뭡니까.

개인적으로 권선징악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단 상식 이하의 비도덕적인 행위에는 당연히 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못된 인물들이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해코지 당하는 게 무섭지가 않거든요. 만족시키는 정서가 결국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그 ‘악’이 우리가 사소하게 저지르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은 그런 죄목이어야 할텐데, 이 범위가 참 애매합니다. 이 작품에 한해서라면, 차라리 1인칭 관찰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게 나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 도덕적 경각심과 함께 공포를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21.        온괴 – 팬마



온괴라는 뜻은 애정이 변질된 다는 것을 뜻한다는데, 정작 작품 속에 그 변질의 과정은 없습니다. 변하기 전, 변해가는 중을 보여줘야 변해버린 후의 모습이 설득력있게 다가올 텐데, 작가는 정작 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죄다 생략해놨군요. 심리적인 묘사에 더 공을 들였어야 할텐데, 귀신의 비쥬얼과 살해장면만 공을 들이 느낌입니다.

결국 아직도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 류의 공포와 착각으로 인한 비극으로 절정을 만들려 하지만, 온괴라는 귀신(보다는 괴물에 가까운 무엇)이 어떻게 생겨나고 행동하는 지 사전설명이 전혀 없으니 이 부부의 참사가 좀 쌩뚱맞네요. 술 취한 남편의 주사로밖에는 안보입니다.

22.        홍시 – 맛스타



모노톤의 색채에 홍시에만 채색해서 피를 연상시키는 은유적인 방법이 좋네요. 인물들의 미간이 넓고 눈이 큰게 처음에는 좀 거슬렸는데 어딘가 과한 감정에 휘둘리는 인물들의 모습에 설득력을 더해줍니다. 전체적으로 황량한 배경도 마음에 드네요.

인간의 죄의식을 건드리는 작품인데, 그 출발점과 결말이 미묘하게 어긋나있는 느낌이네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아들에서 어머니로 갑자기 바뀌면서, 공포와 비극을 누구에 초점을 두고 봐야할 지 아리송합니다. 그리고 한 인물의 선택에 그 죄를 다 묻기 보다는,  비극의 배경인 ‘가난’에 대해서도 좀 더 파고들어야 하지 않았나 싶군요.

23.        고려장 구렁이 – 태발



이렇게 유치할 수가… 인물들이 구구절절 불필요한 대사를 읊조리는 것부터 나레이션까지 곁들여 아주 시끄럽네요. 너무나 일차원적으로 작위적인 상황에서 뻔한 대사들만 나옵니다. 이건 전설의 고향이 아니라 전래동화 수준이네요.

거기다가 깡도 없어요. 공포를 만들기 위해 마땅히 희생자가 나와야 할 부분에서 사실은 살아있었다 로 에둘러 해피엔딩을 만들어버립니다. 불효, 즉 비인간적인 부분을 주제로 삼아놓고도 정작 비인간적인 사람은 단 한명도 없구요. 그냥 어리석은 사람들만 있을 뿐이죠. 알고보니 노인들은 살아있는데, 거기다가 비옥한 땅에서 농사까지 지어 ‘잘’ 살고 있고,  며느리는 쌀까지 받고, 구렁이는 문지기 역할까지 해주고… 보지 마세
요.

24.        갓쉰동전 – 유승진



크레파스로 그린 것처럼 굵은 선과 또렷하 색의 대비로 차별점을 두려한 그림이 나쁘지 않습니다. 대사도 묘하게 꼼꼼해서 설득력이 있네요. 저게 진짜 조선시대의 말투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아마 저런 식으로 말 했을 거야 라는 상상은 가능합니다.

지나가는 스님 클리셰를 나름 비튼 작품입니다만, 반전으로 작용하기 전까지의 전조가 너무 없어서 정말 속은 듯한 불쾌감만 듭니다. 어떤 부분에서 공포가 기인하는지 소재 자체가 너무 불투명해요. 인간의 욕망, 초자연적인 존재, 어디에서건 이 이야기는 이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는 서론과 본론이 있어야 하는데 마지막 몇컷으로 ‘이거 사실은 인신매매 이야기야!’ 하고 얼머부리는군요. 반전의 충격은 추리의 혼선에 있지, 추리 자체의 가능성을 없애는 게 아닙니다.  댓글란에도 나와있지만, 짝퉁 스님이 좀 바보 같네요.  돈을 벌려면 만석꾼이 준다는 금은보화를 받으면 되지….

25.        반점 – 랑또



평소의 스타일로 그리는 게 훨씬 나았을 것 같습니다. 우화의 형식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스타일을 쓴 의도는 알겠는데, 썩 성공적이진 않네요. 정작 디테일하게 그려져야 할 부분에서 어쩔 수 없이 몰입이 방해됩니다. 사람이 사람을 속인다, 식인을 한다, 같은 소재를 다룰 때에는 사실적인 그림이 훨씬 나아보이네요. 물론 이것도 연출에 따라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는 문제겠지만요.

전 반전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식스센스와 파이트 클럽 이후로 반전 중 반전인 ‘사실 내가 ~였어’ 라는 결말이 이제는 너무 식상해져서, 거의 죽은 기법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의도적으로 어느 정도의, 어떤 정보를 차단하고 이야기를 진행시켜야 할지도 어렵기도 하구요. 이 작품은 정보의 조절이 미숙해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작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한 인간의 광기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광기를 이해하기에는 주인공 소년이 너무 어리고 인물에 대한 묘사가 심하게 부족합니다.

26.        고기 – 김달님



조선시대의 그림들 같은 몇몇 씬의 구도가 마음에 드는군요. 전체적으로 그림이 약간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보은이라는 훈훈한 소재와 잘 들어맞는 그림입니다.

그러나 작품 속 개의 행동은 너무 인간적입니다. 쓸데없이 수고롭고 지능적이에요. 인간의 고기에 맛을 들려서 먹을 것이 없던 저 시절에 저렇게나 열심히 사냥을 해준다니요. 제가 개라면 숲속에서 아내를 사냥하거나 홀로 있는 틈을 노려 남편을 그냥 죽이겠어요. 소고기를 좋아한다고 소를 실제로 키우는 사람은 없잖아요?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설정이 좀 지나칩니다.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러 건 알겠는데, 개가 눈을 뜨며 본성을 드러내는 장면은 정말 조악하네요.

27.        귀도호가록 – 이수민



전설의 고향을 그리라고 했더니 웬 어드벤쳐를…

28.        좀비뎐 – 남정훈



이런 작품을 볼 때마다 이해가 안 가는게, 도대체 왜 저승의 시스템은 저렇게 허술한 걸까요? 빠지면 안되는 강이면 안 빠지게 조치가 되어있어야지, 나중에서야 어어어 하면서 당황하는 저승사자들에게 실소를 금할 길이 없네요. 우리는 보통 이런 걸 ‘안일한 전개’라고들 부르죠. 졸고 있는 경비원이라던가, 여자에 유혹당해 근무지를 이탈하는 문지기들 있지 않습니까.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건 좋아요. 하지만 거기에는 통일성이 있어야 합니다. 좀비라는 소재를 다룰 거였으면 그 초자연적인 존재에 초점을 맞추던가, 아니면 재난영화처럼 인간의 어리석음이 화를 키우는 식으로 하던가요. 양은 방대하지만 일일히 각 장을 따로 구분하는 것도 흐름을 끊는 느낌이고, 이야기가 너무 산만합니다. 등장인물들은 다 제각각의 사연이 있고, 각자의 사연을 길게 늘어놓은 다음 본격적인 좀비 호러 분량은 적으니, 머리가  몸통보다 훨씬 큰 불균형적인 작품으로밖에는 못보겠네요.

29.        천륜 – 강임



헤어스타일 가지고 계속 꼬장꼬장 하게 구는 것도 피곤하니 이런 건 이제 넘어가야 할까요. 그래도 작품이 정통 사극인양 폼 잡는 건 아니라서 인물 생김새나 디테일한 부분들이 크게 걸리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공포일 때만 너무 분위기를 잡는 통에 전체적인 작품 분위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 있네요.

공포의 탈을 쓴 추리물입니다. 그 트릭이 너무 허술하고, 결말 또한 허무해서 주가 되어야 할 아버지와 앉은뱅이 아들은 기능적으로 사용되었고,  주인공들의 신변잡기에 더 신경이 쓰이는군요. 또하 결말이 도덕적으로 너무 둔감해서 좀 찜찜하네요. 보통 원한을 풀더라도 산 사람의 죄는 산 사람의 방식에 따라 묻는 게 일반적이지 않은가요? 저런 식으로 복수를 돕는 건 권선징악이라는 주제에는 썩 맞지 않는 것 같네요. 결과적으로 살인방조를 한 주인공들이 뻔뻔하다 여겨집니다.

30.        양반놀이 – 모래인간



우화 형식으로 가려면 세부적인 요소들을 더 뭉개고 인물들의 현실적 눈높이를 일단 일치시켜야겠죠. 그런데 이 작품은 죽은 이의 얼굴 가죽을 벗겨 자신이 그 사람 행세를 한다는, 현대에도 불가능한 페이스오프라는 소재에 있어서는 관대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의심하는 부분에서는 깐깐하게 굽니다. 아예 무당이나 수상쩍은 의원을 등장시켜 논리적 개연성을 좀 더 탄탄하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인간의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을 너무 피상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가죽 벗겨진 얼굴 말고는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역설의 비극은 있는데, 결정적인 한 방이 없습니다. 아무리 귀여운 그림체라지만 가죽없는 맨 얼굴은 흉하기만 하고 무섭진 않네요.


다음에 끝내도록 하지요. 이제 쓰는 저도 계속 까는 감상만 올리니 좀 지치네요. 읽는 사람들은 얼마나 지칠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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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괜찮은
13/10/20 19:25
수정 아이콘
창귀는 글쎄...박지원 호질 읽어보면 나와있을텐데요.
王天君
13/10/20 19:30
수정 아이콘
이런. 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왔다는 부분은 수정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성불이란 단어는 아무리 봐도 어폐가 있네요. 해방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해보입니다. 그리고 본인의 원한이라기보다는 호랑이의 노예 역할을 하는 귀신이라는 점도 빠져서, 해당 작품에서는 자신의 원한을 다른 이의 원한으로 푸는 걸로 보였네요.
알고보면괜찮은
13/10/20 19:38
수정 아이콘
톼르키
13/10/20 19:49
수정 아이콘
중간중간 '우와'소리나게 연출이 뛰어난 작품도 많았습니다만..
'나병에 걸린 환자가 어린이 뇌를 먹는 소재' '나병에 걸린 가족을 위해 어린이를 죽이는 소재'들은 정말 껄끄럽더군요.
PizaNiko
13/10/20 22:06
수정 아이콘
나병 걸려서 간을 빼먹는 얘기나,
고려장했다가 사건터지는거 두가지 소재 합쳐서 30%는 되는 듯 합니다.

소재가 겹치면 연출이라도 다르게 하던가...
VividColour
13/10/20 20:13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읽었어요.
옆집백수총각
13/10/21 00:50
수정 아이콘
전설의 고향에는 어드벤쳐도 있죠. 티비시리즈로는 그랬던거같은데..
王天君
13/10/21 00:57
수정 아이콘
저렇게 라이트 노벨 식으로 대놓고 배틀물로는 안나왔을 거에요.
옆집백수총각
13/10/21 01:03
수정 아이콘
그..렇긴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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