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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06 14:50:05
Name 마술사얀
Subject [일반] 크림슨 타이드, 개인의 판단과 시스템의 충돌

개인의 판단은 어떠한 경우에서도 조직의 시스템 즉 규율, 규칙을 앞서서는 안된다.
얼핏 쉽게 납득이 가능한 명제이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각자의 신념앞에 시스템의 권위에
대해 혼란스러울때가 많다.
영화 크림슨 타이드는 상황을 극단으로 밀어붙였을때도 우리에게 위의 명제는 유효한가를 묻고 있다.

러시아 반군은 정부로 부터 탈취한 핵미사일을 미국과 일본에 발사하겠다고 위협한다.
미국 핵잠수함 앨라배마호는 러시아 반군이 미사일을 발사하기전에 그 미사일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출항한다. 앨라배마 출항 후 미 정부는 러시아 반군이 미사일 발사에 임박했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앨라배마호에 즉각 러시아 반군에 대한 핵공격을 명령한다.
앨라배마호는 핵미사일 발사직전 본부로 부터 또 다시 핵미사일에 관한 명령을 받는 도중
러시아 반군의 또 다른 잠수함과의 교전으로 인해 통신기능을 잃게 된다.

함장 램지는 수신이 실패한 명령은 이를 검증할 암호도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는 받지 못한 명령과
같다는 판단을 하여, 앞서 받은 명령에 따라 미사일 선제 공격을 결정하지만,
부함장 헌터는 새로운 명령이 미사일 발사 취소 명령일수도 있으므로 통신기능 복구후 명령을
재수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머뭇거리다가는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함장의 판단과
자칫 잘못된 선제공격으로 인해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부함장의 판단이
충돌한다. 결국 부함장은 함장을 직위해체 및 감금하는 반란을 일으키게 된다.

군인이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이 영화의 DVD 에 수록되어 있는 미 해군의 입장은 명확하다.
규율에 의하면 이 경우에는 명백하게 함장의 판단이 맞다. 함장의 주장대로 암호가 포함되지 않은
명령은 아무 의미가 없는 명령이며 선행명령을 수행유지 하는게 맞다는것이다.
자의적 판단에 의해 명령 체계를 무시하고 선상반란을 일으킨 헌터와 같은 부함장과의
항해는 끔직한 일이라는 의견도 덧붙인다.

그러나 영화의 결론은 아이러니하게도  헌터의 손을 들어준다. 러시아 핵기지 공격을 보류 하고
통신기능을 복구하여 확인해보니 미국을 위협하던 러시아 반군은 제압당했으며  미사일 명령을
취소한다는게 수신중 실패한 본국의 명령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헌터는 미 해군 시스템을 무시한
자의적 판단으로 전 인류를 구한셈이 된다.

이쯤되면 다시 혼란스러워진다. 시스템은 항상 옳은가? 시스템도 결국 그 조직의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것인데, 위와 같이 인류를 멸망시키면서까지 지켜야 하는 시스템은 존재하는가?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이 논리를 접근하는것은 온당한 것일까. 다시 확인하자면 이 글의 화두인 명제는
이러하다.
"개인의 판단은 어떠한 경우에서도 조직의 시스템 즉 규율, 규칙을 앞서서는 안된다. "
그렇다. 경우에 따라 시스템이 개인의 판단을 앞서는게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서도 시스템이 앞서야
한다는것이다. 그럼에도 혼란스럽다. 본국의 명령을 따라 미사일을 발사하면 인류가 멸망한다는
확신이 드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러한 혼란스러움을 숱하게 겪는다.자의식의 강한 사람. 자신의 판단에 대해
신뢰가 높을 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진다. 시스템이 자신의 판단보다 우선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번 경우만큼음 예외라고 합리화 시켜 자신의 판단을 관철시키는 경우.
그 결과는 개인의 판단이 옳을 때도 있고 그게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예외가 반복되면
더 이상 시스템은 시스템이 아닌 그저 개인의 판단을 보조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고통스러워도, 혼란스러워도, 의심스러워도 시스템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시스템이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계속되면, 그 경험을 학습하여 시스템을 개선하고
진화시켜야 하지 시스템의 기능을 축소하는것은 위험하다.

그러한 면에서 나는 예외가 난무하는 우리사회의 혼란이 우려스럽다.
상대편이 정권을 잡으면 대한민국이 빨갱이 나라가 될것이라는 자의적 확신에 의해, 이번만큼은
시스템에 따르지 않고 거짓폭로, 국가기관을 이용한 불법선거운동을 해서라도 정권을 잡아야
겠다는 독선. 그리고 그 반칙을 국정 지지율로서 익스큐즈해주는 수 많은 맹목적 지지자들.

시스템이 어떻든 간에 내 신념, 판단이 옳다는 확신아래 무차별적으로 저질러지는 불법적 행위들은,
행위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인류의 멸망을 막아야 한다는 앨라배마호의 부함장 헌터의 확신만큼이나
견고한 선의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마저 부정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저마다 자신의 확신과 선의를
시스템에 앞세우는 사회는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
불과 수백년을 버티지 못하고 명멸해가던 동서고금의 왕정 국가들. 히틀러 1인 독재 나치의 몰락.
우리는 결국 개인의 판단은 시스템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역사로 부터 배우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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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06 16:22
수정 아이콘
암호를 포함하지 않는 명령을 왜 보낸거죠? 해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발사취소 명령을 암호화해서 보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암호화되지 않은 명령' = '수신 실패한 명령'으로 생각하면 되는 건가요.

물론 논의의 요점은 이게 아니지만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요 크크
13/10/06 16:28
수정 아이콘
또다시 핵미사일에 관한 명령을 받는 도중 통신기능을 잃는다는 것으로 보아 중요 멘트 수신 직전에 끊긴 것 같습니다.
13/10/06 16:31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완전한 형태의 명령의 수신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라는 코멘트가 와야 될거 같은데 단순히 암호의 포함 유무만 코멘트가 되니까 조금 혼란 스럽네요.
13/10/06 19:39
수정 아이콘
시스템의 규칙 안에서는 어떤 판단도 가능하다?
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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