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3일을 쉬었네요. 잠시 어디를 좀 다녀왔습니다.
그래도 많이는 연재를 쉬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네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부랴부랴 썼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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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쌀쌀하긴 해도 경치는 좋네.”
연주와 함께 편의점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커다란 달덩이하나가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덤으로 빛나는 별들도.
“정말이네요. 와.”
연주는 나를 따라 하늘을 바라보다니 감탄을 터뜨렸다. 앞으로 걸으면서도 시선은 달에 고정되어있었다.
“앞에 좀 보고 걸어. 그러다가 가로등 같은 거에 부딪힌다?”
“마치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요?”
눈치가 참 귀신같다. 주찬이랑 같이 딴 짓하며 걸어가다가 가로등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무방비로 쾅 부딪히는 순간 머리 주변에 별이 맴도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에이. 내 얘기는 무슨. 주찬이 얘기야. 함주찬.”
손을 강하게 휘젓는다. 이거 너무 강하게 부인했나? 왠지 내 얘기인 걸 눈치 챘을 것 같다. 연주는 딱히 뭐라 대꾸하지 않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되게 오랜만이에요.”
“뭐가?”
내가 또 뭘 했나?
“그냥. 하늘 올려다 본 것 말이에요.”
연주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보통 하루에 한 번쯤은 쳐다보지 않나?”
“그런가요?”
뭐 보통은 그렇지 않을까.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보거나 아니면 점심에 쉬는 시간에 한 번 쳐다본다거나 밤에 걷다가 빛나는 달에 눈길이 간다거나.
“보통은?”
“그럼 요즘 저는 보통이 아닌가 봐요.”
연주의 음성이 착 가라앉았다. 저번에 연주의 고민 얘기가 불현 듯 떠올랐다. 아직도 나아진 것 없이 헤매고 있는 걸까 이 녀석은. 쳐져있는 연주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어깨를 툭 친다.
“힘내. 그렇게 쳐져있지 말고.”
“그래도 오늘 이렇게 선배 덕분에 올려다봤잖아요.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연주의 웃는 얼굴에 약간의 씁쓸함이 묻어난다. 농담 한 마디에 딱딱한 분위기를 풀고 싶었지만 어쩐지 농담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아 멈칫한다.
“저번에 말한 고민 아직도 그대로 인거야?”
목소리를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연주에게 물었다.
“음. 그때보다는 훨씬 나아졌는걸요.”
“그럼 왜?”
아직도 그렇게 우울한 표정으로 웃는 거야.
“그냥요. 그냥.”
잠시 동안 정적. 그러다 다시 연주가 입을 열었다.
“선배. 선배는 알아요? 제가 왜 저 만나자는 친구들도 안 만나고 아르바이트하고, 또 시험 기간에는 이렇게 필사적인지?”
“...”
뭐라 확답할 수 없다. 어렴풋이 연주가 학교생활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단지 짐작할 뿐.
“선배 말이 맞아요. 저요. 아직 꿈 안 져버렸는걸요.”
“...”
“돈... 모으고 있었어요. 유학이라도 한 번 제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게요. 학교 공부는 부모님도 설득할 겸 장학금도 받을 겸 필사적이었죠.”
“그렇구나.”
연주는 ‘하.’하고 속에 쌓여있는 뭔가를 토해낸다.
“그래서 어떻게 대충 준비는 다 됐어요. 근데 하나 걸리는 게 생겨버렸어요.”
“뭔데?”
다시 찾아오는 정적에 다음 연주의 대답이 나오길 토끼처럼 귀를 쫑긋 기울인다.
“음. 아니, 아니에요. 하아. 그래도 그 동안 쌓여있는 걸 말하니까 편하네요.”
이번에 웃는 연주의 표정은 전보다 한결 부드럽고 밝아 보였다. 그 모습에 나도 어딘가 불편하던 가슴이 풀어진다.
“그냥 한 번 말해보고 싶었어요. 나도 힘들다고. 투정부려보고 싶었거든요.”
연주의 말에 미안함부터 먼저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연주만큼 절박한 것도 없는데 매번 연주에게 챙김 받기 일쑤다. 연주는 아르바이트도,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자기 주변 사람들을 그렇게 챙긴 것이다. 그러면서 항상 밝게 웃는 얼굴로 투정 한 번 부린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집에서도 마찬가지겠지.
“왠지 미안해지는데?”
“왜요?”
연주가 갸웃하며 내 쪽을 쳐다봤다.
“그냥 선배인데도 도움은 못줄망정 너한테 많이 기대는 느낌이라.”
내 말에 연주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아유. 그거 알고 계시긴 계셨네요?”
“응?”
“알면 좀 저한테 잘하세요. 제가 언젠가 말했죠? 저만큼 예쁘고 착한 후배가 없다고요.”
평소라면 농담으로 받아치겠지만.
“그러네.”
이런 생각들을 하고나니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스스로 그런 대답을 했다는 것이 민망해져 다급히 덧붙인다.
“하하. 내가 참 대단한 후배님을 둔 것 같아. 나중에 크게 될 인물일세. 나중에 유명해져도 모른 척 하기 없기다?”
“글쎄요?”
연주는 씩 웃으며 어느새 눈앞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뛰기 시작했다.
“야!”
연주를 따라 편의점으로 같이 뛴다. 연주를 따라 뛰는 내 얼굴에도 미소가 살짝 어린다.
편의점에 도착해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잔뜩 샀다. 양 손에 묵직한 봉투 두 개를 끼고 다시 학교로 향했다. 돌아가는 발걸음은 올 때 발걸음보다 훨씬 가벼운 느낌이다. 연주와 함께 이런저런 잡담을 하니 어느덧 경영대 건물 앞에 도착했다.
“와 나올 때는 쌀쌀했는데 이거 들고 걸어오니까 덥네.”
이마에 흐르는 땀줄기를 닦았다.
“그러니까 하나 달라고 했잖아요.”
“됐어. 이럴 때라도 선배 노릇해야지. 들어가자.” “이럴 때 만요?”
연주이 입을 삐죽거렸다.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구나.
“앞으로도 잘하겠습니다요.”
“그럼 지켜봅니다.”
연주는 대답에 만족했는지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다시 걸음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그 찰나 연주가 다시 멈칫한다.
“선배.”
“어?”
“고맙다고요.”
“그래.”
진심이 느껴지는 감사에 훈훈한 발걸음을 다시 옮길 뿐이었다. 손에 든 먹을거리를 기대하고 있을 녀석들을 생각하며.
29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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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쯤엔 소희가 잠시 등장하고. 수영이가 나올겁니다.
그래도 구성 상 가려면 수영이까지 텀이 좀 기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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