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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15 00:03
제가 사는 동네 사람 중 가장 유명한 시인이네요. 때문에 버스나 도서관 같은 곳에서 빈 집, 질투는 나의 힘은 많이 접했는데 다른 시들은 처음 봅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13/10/15 00:07
대학교 2학년때 여친은 오빠 시는 기형도아류야 라고햇었는데
그말이 참좋았드랫죠 그 여친은 계속 마음에걸려했엇지만 사람의 감정을 어느정도까지 내려보낼수있는지 볼때마다 다른 우울한 시인이에요
13/10/15 00:23
일단 지은 시를 읽어주는 여친이 있었다 이거죠? -_-
정말 읽다 보면 우울해에 이리 풍덩 저리 풍덩 빠뜨리며 고문하는 시인이죠
13/10/15 00:21
저도 기형도에 대한 기억은 한 선생님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녔던 언어학원 선생님이 원래 문학을 전공하셨고 시를 쓰시려 했던 분이라 글을 글답게, 문학을 문학답게 가르치셨던 분인데, 그 분 수업시간에 기형도를 처음 접했습니다. (정말 여러모로 평생의 은사로 생각하고 있는 분입니다.) 많은 시를 배웠지만 그 중에서도 기형도라는 이름이 기억에 남았던 건, 아마도 기형도를 읽으시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무언가'가 담겼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선생님 한 번 뵙고 싶네요.
13/10/15 00:27
헤헤 저는 기억나지요. :P 임후성 선생님이라고... (시집도 내셨던 분입니다.)
언어 과목을 배운 건 부차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청소년기의 저에게 많은 것을 심어 주셨고 아직도 그 분의 말씀과 모습들이 참고가 됩니다. (지역에서 나름 유명했던 분이라, PGR에도 선생님께 배웠던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뵌 지 4~5년만에 한 번 전화드렸는데, '안녕하세요 선생님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OOO라고...' 하자마자 '사족이 길다 인석아. 당연히 기억하지.' 하셔서 겁나 뭉클했네요. 헿
13/10/15 00:32
오랜만에 선생님 소식이 궁금해져서 검색해봤는데, 작년부터 드디어 예술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학원도 하시고)
http://www.playdb.co.kr/artistdb/detail.asp?ManNo=31150 눈시님 덕분에 가슴 벅찬 소식 접하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대본 쓰고 연출하신 연극 보러 가야겠습니다.
13/10/15 00:27
기형도 좋아요! 버릴 시 하나 없는 시인이죠.
언급하신 시들도 다 좋아하고,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로 시작하는 '정거장에서의 충고'나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로 끝나는 '그집 앞' 같은 시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해요!
13/10/15 00:36
입속의 검은 잎. 89년, 대학교 1학년 가을인가. 시를 쓰던 친구에게 선물 받았었지요.
우리 국문과생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었는데, 이 시집은 저에게 뭉크의 그림 "불안"과 같은 이미지로 가장 충격을 준 작품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당시, 20대의 저에겐 "질투는 나의 힘"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저의 심정을 잘 대변해준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시기별로 가슴에 와 닿는 시가 달라지더라고요. 40대의 가장이 된 지금. 사무실에 혼자 남아서 야근하다가 가끔 "기억할만한 지나침"을 떠올리곤 합니다.
13/10/15 00:39
저도 나름 기형도 시인의 학교후배인데도...
대학에 들어와서야 기형도 시인을 알았습니다. 참 좋아라하는 교수님의 참 좋아라했던 수업에서 교수님이 "대학시절"을 알려주시면서 뒷얘기? 를 해주시는 걸 인상 깊게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중간고사 시험지 끝에도 특별히 저 시를 써 주셨던...
13/10/15 09:04
흠 뭐 별건 아니라서 물음표를 달긴 했지만..크 그저 시 해석에 가까울 수 있겠네요..
은백양의 숲은 백양목들이 잘려나가기 이전의 백양로, 존경하던 교수님이 누구인지와 침묵하셔야 했던 배경(강연에서 사소한 발언으로 박정희 정부때 남산에 끌려갔다 오셨다고 했던가...기억이 잘..) 수업이 정외과 수업이었는데, 기형도 시인이 국문과가 아닌 정외과였다는 것과 정외과를 선택하게 된 배경 같은것... 뭐 그런 잡담들이었습니다. 이제는 2년도 더 지나서 기억도 가물가물 해 졌다는게 좀 씁쓸하네요. 덕분에 당시 수업 게시판 뒤지며 추억팔이 하다가 한 학우가 쓴 재미있는 패러디 시를 찾았습니다 크크 --------------------------- < 대 학 생 활 > ....(생략)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대학내일을 읽었다, 그때마다 함성이 들렸다 아카라카가 다가오면 친구들은 동아리와 과로 흩어졌고 얌전하던 후배는 자신이 응원단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오늘 시험을 괴롭게 냈다 군대를 대~충 갔다오니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복학이었다, 점심시간이 두려웠다
13/10/15 00:58
저는 겨울판화인가 좋아했었는데...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욱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라는 구절이 가장 기억나네요.
13/10/15 01:16
대학교 입학해서 시는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 소설은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
이렇게 읽고 참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13/10/15 01:23
입 속의 검은 잎. 처음 접했을 때 스산함에 온 몸이 잠식되어버린 것 같던 그 느낌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보통의 우울함이라 함은 사람을 가라앉게 하고 몸을 늘어지게 하는 이완감이 있다면, 이 시는 완전히 질이 다른 '음산함'이 깔려있어요.
다행히 시대가 좋아 불안함보다 분노를 먼저 느끼는 저에게 그 당시의 수상함이란, 기저에 깔려있는 불안함이란 어떤 것인지를 가장 생생하고 무겁게 전달하는 시입니다.
13/10/15 01:28
어느 푸른 저녁, 장밋빛 인생, 진눈깨비, 정거장에서의 충고, 기억할 만한 지나침, 홀린 사람, 바람은 그대 쪽으로, 포도밭 묘지, 빈 집, 위험한 가계, 쥐불놀이,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
하지만 읽고 나서 가장 전율했던 건 '밤눈'의 시작메모입니다. "...나는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다. 눈이 쏟아질 듯하다." 학창 시절 새 공책을 사면 무슨 엄숙한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기형도의 시를 공책 맨 첫 페이지에 정성들여 옮겨 적곤 했었죠. 이전에는 좋아하지 않았던 '포도밭 묘지1'을 어느 날 자기 전에 아무 생각없이 읽다가, 마치 접신한 것처럼 화자의 심정과 완벽하게 동화되면서 첫 줄부터 끝 줄까지 단숨에 읽어버린 소름끼쳤던 경험도 잊을 수 없네요..
13/10/15 01:28
그리고 개인적으로, 올드보이의 저 테마는 너무 이쁘고 서정적인 느낌이라서 기형도 시인의 음울함에는 오히려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슬픔'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느낌이거든요.
13/10/15 01:44
고등학교 때 기형도 시집을 끼고 다녔는데 그걸 본 친구 한놈이
'야 수능에도 안 나오는 걸 왜 그래 보냐 그렇게 여유있냐 내가 수능에 저거 나오면 손에 장을 지진다' 그런데 함께 본 수능에 나왔습니다. 라는 추억이 있네요. 좋아합니다. 기형도. 예전엔 서너 개 암송도 하고 그랬는데.
13/10/15 01:57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 <10월> 중
13/10/15 07:06
제가 알고 좋아하는 정말 몇 안되는 시인이네요.
시는 응당 고등학교때나 배우는 재미없고 지루한 장르라는 고정관념을 깨주신 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목은 생각은 안 나는데 어머니에 대한 시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네요. 오랜만에 집에 있는 시집을 한번 뒤져봐야겠습니다.
13/10/15 08:37
가장좋아하는 시인이네요
고1때 국어 수행평가가 유인물 나눠주고 거기써있는시중에 하나외워서 감상문쓰는건데 홀린사람을 처음봤었는데 정말 와닿더군요
13/10/15 09:36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대학 시절 둘다 너무나도 좋아했던 구절이고 지금도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올드보이 보면서 느꼈던 지금 이 계절의 스산함과 잘 느껴지네요 감사합니다
13/10/15 11:42
저도 가장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처음 관심을 갖게 한 시는 빈 집이었는데, 그 뒤로 시집을 사고 전집을 사고 하면서 더더욱 좋아졌던 기억이 있네요. 괜히 성석제 작가의 소설들도 다 읽어버렸던 생각이 나네요.
13/10/15 14:30
저도 정말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문제집에서 시를 봤던 것 같은데, 시집까지 찾아보게 되었지요.
'조치원'이라는 시인데 아직도 처음 기형도의 시를 봤을 때 받았던 충격이 남아있습니다.
13/10/15 15:53
전 오래된 서적을 제일 좋아합니다.
...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한동안 중얼거리며 다니던 게 기억나네요.
13/10/15 15:55
참고로 지금 떠오르기로는 기형도는 뭔가 짙은의 노래와도 어울리는 듯 해요. 기형도가 좀 더 어둡지만요. 아니면 미선이를 좀 더 음울하게 끌어내리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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