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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습니다. 12편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그래도 꾸준하게 세 분 이상 댓글을 달아주는 맛으로 성실 연재 실천하겠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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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에게 가장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하나가 있다. 왜……. 토요일과 일요일은 이토록 짧은 것인가! 이건 분명 달력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농간이 틀림없다. 금요일은 이틀 같고, 토요일 일요일은 매번 하루 같으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번 주 만큼은 주말이 가는 것이 기다려졌다. 바로 오늘, 월요일이 그녀에게 직구를 날리기로 다짐한 날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아침부터 깨끗이 샤워를 하고, 몇 번 안 입어 새 옷 같은 옷들로 단정하게 차려입었다.
학교 건물 유리창에 슬쩍 스스로가 어떤지 비춰본다. 잘 정돈된 짧은 생머리 헤어스타일에 회색과 흰색으로 교차된 체크셔츠, 슬림한 청바지와 단화가 어우러져 단정하고 세련된 대학생임을 느끼게 해줬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나름대로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한 나는 몇 번 더 몸을 돌려보며 중얼거렸다.
“오 이현우!”
때마침 수업을 같이 듣는 주찬이가 나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오늘 뭔 일 있냐? 스타일에 힘 좀 줬다?”
주찬이는 능글맞게 손으로 내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무슨 일 있긴 있지. 하지만 주찬이한테 그 사실을 곧이곧대로 다 말할 수는 없었다. 만약 내 직구가 스트라이크로 꽂히지 못한다면 이 일은 두고두고 녀석에게 좋은 안주감이 될 테니까.
“무슨 일은. 그냥 기분전환이다.”
나는 최대한 포커페이스로 덤덤한 척 말했다. 내 대답에 주찬이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이상한데? 솔직히 불어 자식아. 내가 널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기분전환으로 꾸미고 올 놈이 아닌데... 음.”
역시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니다. 가끔은 너무 친한 게 불편할 정도다. 도대체 뭘 숨기려 해도 낌새를 눈치 챈단 말이지.
“아!”
주찬이가 뭔가 알았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탄성을 터뜨렸다. 나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녀석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짜식! 아닌 척 하더니 엉큼하기는.”
“뭐가?”
설마? 얘는 그 카페에 가본적도 없는데?
“효신이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거지? 야야, 아서라 걔가 아무리 예쁘긴 해도 1학년이야. 너 쇠고랑 찬다? 철컹철컹.”
주찬이가 자신의 양손을 모아 쇠고랑 찬 시늉을 하며 웃어댔다. 나는 그 모습에 속으로 휴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시 너는 이런 쪽으로 마무리가 안 되는 놈이야.
“걱정마라. 그럴 일 없으니까.”
나는 계속 장난치는 주찬이에게서 돌아서 강의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이 같이 가 친구! 철컹철컹.”
주찬이는 장난을 멈추지 않고 내 뒤를 쫓는다. 왠지 뒤를 돌아 그 모습을 보면, 나도 한바탕 웃음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더욱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오늘 같은 날은 재수 옴 붙게 방정맞은 짓을 하면 안 된다. 가끔은 주찬이 저 놈이 잘생기지 않고 조금 웃기게 생겼다면 개그맨을 해서 대성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저런 쪽으로 웃음보 터지게 하는 데는 재능 있는 놈이다.
강의실에 들어서 앞쪽의 빈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내가 반응을 안 하니 주찬이는 그대로 다른 길로 셌는지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강의 시간 까지는 꽤 여유 있으니 매점이나 화장실이라도 간 모양이다.
“후.”
이번 시간만 끝나면 카페로 갈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있다면 직접적으로 번호를 물어볼 생각이다. 그 상상을 벌써부터 하니 살짝 긴장되고 가슴이 떨렸다.
“선배!”
옆에 빈자리로 불쑥 연주가 찾아왔다. 이 수업도 같이 듣지만, 주찬이도 함께 듣기 때문에 연주와는 같이 앉지 않는데?
“오늘 무슨 일 있어요?”
순간 설마 오늘 만나는 사람마다 이 질문에 대답을 해줘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평소에 귀찮다고 옷을 대충입고 다니긴 했지만, 제대로 한 번 입었다고 이런 반응들이라니.
“아니.”
“그래요? 아무 일도 없는 것 치곤 굉장히 차려입었네요?”
연주는 여자의 육감을 풀가동해 위아래로 나를 슥 훑었다. 마치 스캐너에 스캔 당하는 프린트 물이 된 기분이다.
“하 내가 진짜 대충 입고 다니긴 했나보다. 하루 이렇게 입었다고 다 그 소리 하는 거 보면.”
“뭐 평소에 입은 것도 그럭저럭 봐줄 만은 해요. 근데 오늘은 유독 신경 쓴 것처럼 보여서 물어봤어요.”
연주가 무안한지 샐쭉 혀를 내밀며 말했다. 그러다가 이내 표정을 바꿔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선배 근데 혹시... 여자 친구 생겼어요?”
그 물음에 내는 이건 또 뭔 소린가 싶다. 그러다 문득 한 명의 얼굴이 뇌리를 스쳤다. 김현중 이 자식! 그새를 못 참고 떠벌렸구나! 나는 연주에게는 보이지 않게 책상 아래로 모은 양손을 불끈 쥐었다. 오늘 지나가다 마주치면 가만 두지 않으리.
현중이 녀석은 다 좋은데 이런 심각한 결함이 하나 있다. 바로 비밀이라고 언급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대충 말할만한 사람들에게 잽싸게 말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나름 마당발이라는 사실은 이 결함이 더욱 더 치명적으로 작용하게 한다.
“여자 친구는 무슨.”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정말요? 아무리 그래도 수상한데요?”
“뭐가?”
태연한 척 말했지만 속은 지금 현중이 생각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현중이가 그러던데 학교 앞에서 굉장히 예쁜 여자랑 같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오늘 이렇게 차려입고 나온 걸 보니 데이트하는 거 아니에요?”
“걔는 그냥 동네 친구야. 어렸을 때부터 알았던 친구.”
연주에게 대충 해명했다. 연주는 잠시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내가 자신에게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의심을 거뒀다.
“그래요? 저도 그냥 현중이가 그러 길래 혹시 해서 물어봤어요. 설마 선배한테 여자 친구가 있겠나 싶어서.”
연주의 말이 은근히 ‘선배가 여자 친구가 있을 리 없죠.’라고 들린다. 아니 내가 어때서 이런 단정한 용모의 건장한 대학생 훈남이!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님 말구요.”
연주는 그 말을 끝으로 미소 지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강의 시작 몇 분전에 주찬이가 들어왔고, 이어서 교수님이 들어와 강의가 시작됐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강의는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콩밭에 가있어서 그런지 수업 내용은 하나도 눈에 안 들어왔다. 오히려 있다가 카페에서 있을 일들에 대해 가상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신나게 돌렸다.
‘저기요, 저 혹시 기억나세요?’ ‘죄송한데 그쪽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번호 좀...’ ‘그때 일이 죄송해서 그런데 밥이라도 살게요.’ ‘사랑해요. 결혼 할래요?’
별에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러나 상상은 자유다. 나는 머릿속에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오죽하면 나도 모르게 나중에 그녀에게 프로포즈하는 상상까지 해버렸다. 그제야 나는 내가 미쳐가는구나 싶어서 도리질 하며 잡생각을 털어냈다.
괜히 부정 타면 안 되니까 설레발은 이쯤에서 자제해야겠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고, 다음 주에 봬요. 이상.”
응?
“감사합니다!”
강의실에 학생들이 크게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외친다. 내가 혼자 지지고 볶는 사이 어느새 수업이 끝나 버린 것이다. 나는 순간 어이가 없어졌다. 그런 나를 주찬이가 보고는 어깨를 툭 친다.
“정신 차려. 진짜 뭔 일 있냐? 오늘 왜 이렇게 정신을 빼놨어. 수업은 하나도 듣지도 않고.”
“어? 그러게.”
나도 귀신이 지금 홀린 기분이다. 설마! 누군가 타임머신이라도 개발한 건 아닐까? 나는 두 시간의 시간을 타임슬립한...
젠장. 공상을 너무 했구나.
“나 오늘 조과제 모임 있어서 먼저 간다. 정신 좀 차리고. 그러고 다니다가 사고 난다 임마.”
주찬이가 내 등짝을 탁탁 치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녀석이 쳐준 덕분인지 현실로 돌아온 나도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이제 곧장 카페로 갈 참이다. 시간은 오후 네 시. 점심시간은 끝난 지 한참 뒤고 저녁 전이니 사람들이 적어 그나마 한가할 것이다.
“후우.”
깊게 심호흡 해본다. 고백하러 간다는 실감이 들자 약간 심장이 뛰었다. 이후 몇 번 더 깊게 심호흡해 가슴을 진정시키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학교를 빠져나간다. 속으로 스스로를 위한 파이팅의 주문을 외웠다.
13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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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