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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2/25 00:22:29
Name 소중한겨드랑이
Subject [일반] 여자친구아 헤어지고 쓰는 푸념
내려앉은 가슴으로 글을 써봅니다. 오늘 전 3년 반을 함께 사귀어온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아직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글을 쓰면서 마음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먼저 그간 저와 여자친구의 만남에 대해 간략히 소개할게요. 저와 여자친구는 동갑으로 대학교 같은 과 동기로 2009년 만났습니디. 저도 그렇고 여자친구도 그렇고 둘이 서로가 서로에게 첫사랑이라 순수하고 알콩달콩하게 잘 사귀고 있었습니다. 사귀다보니 여자친구와 제가 성격이 잘맞는 것 같아 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결혼하자고, 너랑 결혼하면 행복할 것 같다고 자주 그랬었죠. 그런데 어느 날 여자친구가 고백을 하더라구요. 자기는 결혼하자는 말을 들을 수록 슬퍼진다고 말이죠. 저는 의아했었죠 아니 왜 그만큼 좋다는 건데 부담스러워서 싫은 것도 아니고 싫은지를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요. 알고보니 여자친구 집이 종교적 믿음이 강한 집이라 같은 종교가 아니면 새식구로 받아들일 수 없고 사실 여자친구는 연애조차도 가족차원에서 금지되어 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종교로 인해 갈등을 겪는 커플, 그러나 이러한 역경을 이겨내고 끝내 해피엔딩을 맞게 될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될 것 같았죠. 이 정도로 가볍게 넘기면서 저와 여자친구는 여자친구가족들 몰래 계속 만났습니다. 저와 여자친구는 대학교 같은 과에다가 둘다 학교 근방에서 자취를 했기 때문에 1년 365일 중 320일이상을 같이 붙어 살았습니다.(오해하면안됩니다. 아직 처녀 총각입니다.) 이곳 저곳에 저와 여자친구 만에 추억을 쌓았고 제 물건 중 90%는 여자친구와 관련되어있을 정도로 서로가 서로의 삶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3년 반을 만나는 동안 큰 문제없이 권태기도 없이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바로 오늘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원인은 역시나 종교문제로... 솔직히 말하면 저는 어느정도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여자친구가 결혼하자는 말을 들을 수록 슬퍼진다고 한 날 이후로도 가끔씩 집안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저는 느꼈습니다. 아 생각보다 종교의 벽은 높고 두텁구나. 아 나와 여자친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일 수도 있겠구나. 내가 여자친구를 놔주는 게 서로에게 행복하겠구나. 그런데 저도 그렇고 여자친구도 그렇고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지않고 도피하기만 했죠. 즉,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은 잊고 서로의 감정에 충실하게 지내왔던 거죠. 이러한 게 가능했던 이유가 여자친구와 제가 타지에서 자취를 했기 때문에 현실을 무시할 수 있었죠.
  하지만 언제까지나 현실을무시할 수는 없는 거겠죠. 왜냐하면 졸업을 하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가족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자친구는 아마 졸업을 하고나서부터 집에 있으면서 말 못할 죄책감을 갖고 있었을 겁니다. 종교적인 죄책감과 가족들에게 미안함. 그런데 웃긴 건 아마 저랑 사귀면서 이러한 마음의 고생은 혼자 다했을텐데 헤어지면서도 자기가 온갖 죄의식을 떠안고 가려는 겁니다. 이별해야할 것을 알면서 사랑을 시작한 자신의 이기심때문에 저까지 힘들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그래놓고 하는 말이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쉽게 잊혀지기 때문에 마음고생하지말고 다른 좋은 여자를 만나서 보란듯이 잘살아 달라네요..  마지막까지도 제 생각만 해주는 여자친구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많이 슬펐습니다.

헤어지는 것은 생각보다 쿨하게 헤어졌습니다. 여자친구가  헤어져야할 것 같다고 할 때 저는 알았다고 했습니다. 어느정도 마음에 준비를 한거라 쿨하게 알았다고했지만서도 눈물이 났어요. 저도 울고 여자친구도 울고,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ps. 글 잘 못쓰는 사람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고나니 마음이 안정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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쎌라비
13/02/25 00:24
수정 아이콘
기분이 우울하시겠네요. 힘내세요.
소중한겨드랑이
13/02/25 09:1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쎌라비님! 덕분에 힘을 얻었습니다~!
리콜한방
13/02/25 00:28
수정 아이콘
안타깝다는 말에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상황이네요.
첫사랑은 이뤄질 수 없기에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너무도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이 상황으로 분명 얻는 것도 많을 겁니다.
쓰디쓴 인고의 세월을 당분간은 보내야 하겠지만요.
소중한겨드랑이
13/02/25 09:16
수정 아이콘
네. 자고일어나니 또 새로운 기분인데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나할까요? 어찌됐든 힘들겠지만 잘 감내해보려구요. 리콜한방님 감사합니다
Practice
13/02/25 00:30
수정 아이콘
정말로 안타깝네요. 여러가지로 드는 생각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그래도 힘내시라는 말씀 밖에 드릴 게 없네요.
소중한겨드랑이
13/02/25 09:18
수정 아이콘
Practice님 감사합니다! 착잡하지만 최대한 담담하게 보내려구요.
13/02/25 00:45
수정 아이콘
참.. 종교가 뭔지.. 제 일도 아니지만 너무나 답답하네요.

힘내세요...
소중한겨드랑이
13/02/25 09:20
수정 아이콘
네 감사합니다 베컴님. 저도 종교가 뭔지..라는 생각을 참 많이했는데 ,종교적 믿음이란 게 생각보다 단단한 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꺠달았네요.
블라디미르
13/02/25 00:54
수정 아이콘
제 친구도 남자친구를 좋아하는데 기독교인이 아니라 헤어지더군요

좋아는 하는데 당장 십일조부터 해서 이것저것 이야기 하면서 말이죠

제 생각과 구조부터 다른게 그네들이니 이해 합니다만

연애조차 기독교인과는 하지말아야겠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사랑이란 감정보다 종교가 우선시하다보니 말이죠..
소중한겨드랑이
13/02/25 09:21
수정 아이콘
네 감사합니다 블라디미르님! 아직은 이런말도 낯설지만 만약 새로운 연애를 시작할거면 종교부터 물어보고 시작하려구요.
13/02/25 00:57
수정 아이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김광석님의 노래 들으시면서 펑펑 우시는 것도

하나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소중한겨드랑이
13/02/25 09:24
수정 아이콘
oculus님 노래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밤은 그 노래를 들어봐야겠네요. 어제는 김광진님의 편지를 무한반복으로 들으면서 지난 날을 곱씹어봤었어요.
러브레터
13/02/25 01:02
수정 아이콘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게 아니라니 마음이 아프네요.
종교라는게 신념과 관련된거라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게,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으셨나보네요.
그래도 언젠간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기억될 날이 올겁니다.
힘내세요.
소중한겨드랑이
13/02/25 09:2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러브레터님! 여자친구가 그러더군요. 사랑해서 떠나보내야한다는 말이 드라마에 나올 떄 와닿지 않았었는데, 이제 이해가 된다라고.
저도 너무 안타깝지만 이제는 현실을 마주해야한다고 생각해서 담담하게 보냈습니다. 아무튼 용기주셔서 감사합니다!
13/02/25 01:29
수정 아이콘
잘 털어놓으셨어요. 지금은 좀 더 울고 좀 더 슬퍼해도 되요.
소중한겨드랑이
13/02/25 09:3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율님! 제 감정을 삭이지 않고 최대한 마주하는게 낫겠죠? 안그래도 헤어진 걸 실감할때마다 먹먹해지네요.
13/02/25 01:32
수정 아이콘
소중한겨드랑이
13/02/25 09:36
수정 아이콘
ozzroze님 감사합니다!
저글링아빠
13/02/25 02:05
수정 아이콘
오늘의 경험이 더 나은 소중한겨드랑이님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겁니다.

주제넘게 한 마디 드린다면,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시지 않으신다면 본인을 위해 정말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실거예요. (전 불교도입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소중한겨드랑이
13/02/25 09:39
수정 아이콘
네 저글링아빠님 감사합니다! 여자친구와 만나면서 배운것도 얻은것도 많았는데, 헤어지면서 얻은것도 많은것 같아요. 잘이겨내볼게요. 그래도 다행히 종교에 대해 적개심이나 거부감같은 것은 하나도 키우지 않았습니다.
바닥인생
13/02/25 03:04
수정 아이콘
사람의 마음의 안정을 위한 종교가 갈라놓은것이 안타깝지만 더욱 좋은 사람 만날거에요 힘내세요
소중한겨드랑이
13/02/25 09:40
수정 아이콘
힘낼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닥인생님!
김재경
13/02/25 06:00
수정 아이콘
하림의 노래처럼
다른사랑으로 또 잊혀질거에요.
시간이 약입니다

지금 그약이 쓰고 달지 저는 모르지만
부디 달디단 해열제같은 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중한겨드랑이
13/02/25 09:4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김재경님! 아직은 다른 사랑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거부감이 드네요. 상대가 아무리 예뻐도 제 짝이라는 생각이 안들 것같아요. 그래서 좀더 혼자있는 시간을 가져보려구요.
너는나의빛^^
13/02/25 08:38
수정 아이콘
더 멋진 인연 만나시길.
소중한겨드랑이
13/02/25 09:4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너는나의빛님! 마음이 안정된 어느 시점에는 새로운 인연을 찾을 수 있겠죠.. 감사해요!
너에게힐링을
13/02/25 11:49
수정 아이콘
하필 종교라뇨..힘내시고 앞으로 좋은 인연 만나시면 좋겠습니다.
꿈꾸는사나이
13/02/25 14:51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처음엔 정말 죽을 것 같고... 하는 일도 다 안되고 그렇지만
저도 실연의 아픔으로 좀더 성숙해 진 것 같더라구요.
실연해보지 않았다면 제가 남들의 실연에 공감해주고 위로해 주지도 못했을 것 같구요.
결국엔 다 잘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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