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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2/24 19:08:35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리뷰] 신세계 - 허무한 세계 (스포주의)
내일 졸업식이 있지만, 늦깎이 졸업이다 보니 친구들이 거의 직딩이라 하루 일찍 자체 졸업식을 치뤘습니다.
학교에서 사진도 찍고 밥도 먹고.... 하기전에 한 녀석과 조조로 신세계를 관람했습니다.


웰메이드 조폭영화

<신세계>를 짧게 정리하자면 위 말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잠입경찰이라는 검증된 소재를 탄탄한 시나리오와 때깔 좋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로 뽑아낸 웰메이드 깡패영화. <친구>, <달콤한 인생>, <부당거래> 등 꾸준히 장르적 기반을 다져온 한국형 느와르의 장점을 잘 살려낸 작품입니다. 박훈정 감독이 시나리오를 작업한 <부당거래>를 보면서 한국형 느와르의 이정표를 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세계>는 이러한 한국형 느와르의 정석을 세웠다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클리셰를 답습했다라고 말씀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탄탄하게 풀어냈지만 크게 보면 기존의 조폭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음모와 배신, 죽고 죽이기.......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연출에서 이러한 단점을 알았는지 깨알같은 부분에서 답습을 비껴가려는 노력들이 보입니다.(대표적으로 클라이막스에서 평범한 집단전투로 끝날 수도 있었던 것을 엘리베이터의 칼부림으로 이끌어낸 점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나무 한그루로 숲을 바꿀 수는 없듯이 전체적으로 진부함을 벗어나진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신세계는 없었다

시나리오 자체는 매우 탄탄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청(황정민역)과 이중구(박성웅역)의 카리스마 넘치는 경쟁은 영화내내 긴장감을 넘치게 합니다. 독을 독으로 제압하듯, 조직간 권력투쟁 사이에서 먹잇감을 하나 둘씩 처리하는 강과장(최민식역), 그리고 최후의 승자로 남게되는 독하게 변한 이자성(이정재역)의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로 남은 이자성에게 남은 것은 담배연기와 같은 허무함 뿐이었지요.(개인적으론 여수 회상씬이 아니라 이정재의 담배연기로 라스트를 찍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좋았으나, 메시지가 없다

탄탄한 이야기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난 후 저에게 남는 것은 이자성과 같은 허무함 뿐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착착 잘 풀려가는데에 반해 메시지는 우왕좌왕 합니다. 권력의 허무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정청과의 의리를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뚜렷하지가 않습니다. 한국영화의 특징적 단점이라 할 수 있는 신파를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하는데 그런면에서 마지막 여수 회상씬은 사족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신세계>는 무게감있는 영화입니다. 단순하게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았다'라는 선에서 그치기에는 아쉽습니다.
물론 장르영화이고, 굳이 어떤 메시지를 찾을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느와르 영화였던 <부당거래>와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일그러진 힘을 고발하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던 음악이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라고 생각하는 주의라 저에겐 더욱 아쉬웠습니다)





신세계는 없었다. 영화에서도 평가에서도

흥미로운 소재, 몰입감 있는 이야기, 배우들의 열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남에게 추천을 해야한다면? 글쎄요... 저라면 추천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킬링타임 무비로 치부하기에는 영화의 무게감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제목은 신세계인데, 신세계를 보여주지 못했다고나 할까요. 분명히 재미는 있습니다. 재미는...






*최근 개봉작 베를린과 비교한다면 저는 베를린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국내 한정이긴 하지만 베를린엔 신세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영씨 시작하자마자 죽어서 멍미?? 했습니다.
*런닝맨을 하도 봤더니 화장한 송지효씨.... 다른 사람 같아요;;
*기라성 같은 배우들 사이에서 힘을 잃지 않은 박성웅씨에게 눈이가더군요. 그런데 이미지가 굳혀지진 않을까 염려도 됩니다.
*권태원씨 등장하는데 저도 모르게 입에서 "예림이"가 튀어나왔습니다;;;
*브금이 정말 정말 좋습니다.
*Eternity님 리뷰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형식에서 많은 부분을 따라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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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이
13/02/24 19:48
수정 아이콘
확실히 영화자체적인 메세지가 부족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베를린 보다 훨씬 몰입했고 긴장감 있게 보았네요
개인적으로 베를린에 많이 실망을 한 케이스라...
아무튼 신세계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입니다
13/02/24 20:16
수정 아이콘
전 이영화보고 나오면서
영화를 잘알고 극본을 잘아는건 아니지만...
작가가 그냥 되는대로쓰고 수습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그랬을까? 라는 의문이 너무 허무하게 이게 뭐야...로 풀리는..
저는 베를린이 오히려 더 재밌었네요!!
임노동자
13/02/24 21:43
수정 아이콘
저도 베를린이 더 재밌었습니다. 흐흐
신세계도 나름..
두 편 보면서 한국영화의 성장(?)이랄까 뭐 그런 걸 느꼈네요..
마스터충달
13/02/24 23:38
수정 아이콘
베를린의 액션은 한국영화의 진일보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액션의 신세계를 열었죠.

그러나 신세계는...
미장센은 달콤한 인생과 비슷하고
음모와 배신, 의리와 통수가 점철되는 이야기는 부당거래와 비슷하죠
폭력성은 친구와 비슷하구요.
신세계는 한국형 느와르의 정석을 보여주지만 발전이나 독창성은 부족하다고 봅니다. 신세계에 신세계가 없죠.

그리고 더불어 개인적으론 아직 초록물고기를 능가하는 조폭영화는 나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를 엉엉 울게 만든 영화였죠.
라엘란
13/02/24 22:57
수정 아이콘
전체적으로 동의합니다. 서사는 묵직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소름돋을 정도로 훌륭하지만 치장에 비에 속이 알차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당장 부당거래하고만 비교해봐도 신세계는 여러모로 허술하더군요. 연출력의 문제인거같은데, 능력에 비해 보여주고 싶었던게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에서 서스펜스는 거의 대부분 배우들의 호연에서 나오지 연출이나 테크닉으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일단 영화 자체가 잠입경찰이라는 소재부터 해서 느와르 명작들이 보여줬던 요소들이 가득한데, 이것들을 여러모로 써먹다보니 독창성이나 창의성보단 기시감이 많이 느껴집니다. 느와르,갱스터 수작들이 가진(혹은 그 장르에 능통한 감독들의) 공통점은 인물,환경,액션의 세부적인 요소들을 치밀하게 짜맞추어서 톱니바퀴 굴러가듯 서로 맞물리며 서스펜스 와 드라마를 갖추는데 있지만 신세계는 조금씩 삐걱거립니다. 출중한 연기력의 조연들이 대거 참여하지만 뻔히 예상되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주연들을 받쳐주는 도구로만 쓰이고있고, 여자 캐릭터 두명은 애초 주연과의 관계나 설계부터가 생동감이 없습니다. 하이라이트인 엘리베이터 씬도 황정민씨가
버젓이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칼로 찌르지 않는 장면이 네댓번정도나 보이죠.

이런 냉혹한 세계에서 서로 죽고 죽이며 제로섬 게임을 하는 관계나 집단을 이미 숱한 영화에서 많이 봐왔습니다. 개인간의 관계나 심리에 집중해서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면 창의적이고 세부적인 디테일로 만들어진 착점들이 필요했고, 큰 서사와 드라마에 집중하고 싶었다면 인물들의 비중을 달리해서
치밀하고 유기적으로 스토리가 이어지도록 했으면 좋았을거 같습니다. 하지만 신세계는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볼수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두말하면 입아픈 배우들의 호연이 있고, 테크닉은 부족하지만 단단한 연출이 있으니까요.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해봅니다.
Eternity
13/02/25 16:1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특히, 이야기는 좋았으나 메시지는 없었다 라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다만 본문에서 언급하신 대로 '장르영화이고, 굳이 어떤 메시지를 찾을 필요가 없다.' 라고 생각하는 입장인지라,
메시지 유무에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더라구요.
원래 한국형 누아르 영화들의 특징이 뚜렷한 메시지가 없다는 점이 아닐까 하네요.
(그런 면에서 저는 언급하신 <부당거래>와 <범죄와의 전쟁>이 오히려 독특한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베를린>과는 참 비교하기가 애매한데 (장르도 다르고 취향과도 워낙 깊게 관련이 된 문제라서 말이죠.)
저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완성도는 <베를린>, 작품의 재미는 <신세계>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근데 뭐 제가 워낙 열렬한 한국형 누아르 영화빠라서 더 재밌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네요.
마스터충달
13/02/25 16:53
수정 아이콘
메시지라는게.... 예술작품에서 참 애매한 평가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메시지가 앞서서 망한 작품들도 있고
메시지가 없어서 칭찬을 받는 작품들도 있고
파시즘이나 네셔널리즘 같은 불온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도 있구요
(특히 이 두가지 측면때문에 <영웅>과 <포레스트 검프>를 좀 부정하는 편입니다. 좋아하긴 엄청 좋아하는데 ㅠ,ㅠ 뽑기도 잘 뽑았는데 말이죠)

그래도 누군가에게 추천을 하거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거나,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라면
좋은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그런면에서 초록물고기를 아직도 최고의 느와르로 생각하구요.

베를린과 신세계의 비교는 말씀하신대로 좀 어려운 면이 있고
그냥 단순하게 흥미본위에서 베를린 vs 신세계 뭐가 더 좋나? 라고 하면
저는 베를린이었습니다. 다찌마와 때부터 류승완식 쌈마이 액션을 좋아했는데 이걸 이렇게 키워낼줄은 몰랐거든요. 꽤 감격했었습니다.

앞으로도 영화리뷰를 자주 올릴 생각인데, 위 형식을 계속 유지하면서 글실력을 다듬을려고 합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을지 여쭤보고 싶네요.
Eternity
13/02/27 09:21
수정 아이콘
네, 저 또한 앞으로 올리시는 리뷰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한 편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후기와 의견을 나누는 것이 리뷰어들의 임무(?)이자 기쁨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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