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하고픈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잘 정리가 안되는 상태에서 쓰는 글이라 횡설수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요즘 느끼는 점에 대해 써 볼까 합니다.

다른 생각에 대한 공격성.

참 이상하죠.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왜 그렇게 견디기 힘든 것일까요?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것이 그렇게 견디기 힘들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성을 따지기 전에 먼저 나와 다른 생각을 보면 일단 심장 박동부터 빨라지는 걸 어쩔 수가 없죠. 엊그제 어떤 분이 박지원을 싫어하는 이유를 올리셨다가 많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힘들어 하셨는데 그건 하나의 예일 뿐 이런 사례들은 대단히 많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 견디지 못하는 걸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버린 행동습관이 아닌가 합니다. 인류의 기원은 약 10만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인간이 인간다운 문화를 만들어낸 건 5천년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원시시대 때 형성된 습성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영향이 아닌가 하는 건데요.

맹수들과는 달리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던 인간은 무리를 지어야만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무리에서 낙오되는 것은 곧 생명을 잃는 일과 같은 말이죠. 따라서 인간은 무리 속의 일원이 되기 위해 필사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생각에 대한 공격성은 이런 무리의 유지를 위해 이질적인 것들을 배척하는 본능의 발로가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어느 한 편의 무리에 소속되기 위한 정체성의 표현이 아닌가 싶구요.

정치 이야기 하다 보면 느끼게 되지만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죠. 실제로 보수와 진보 사이엔 굉장히 많은 유형의 인간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만 정치적 입장은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이 뚜렷하게 갈라지는 경향이 많습니다. 보수든 진보든 어느 한 쪽의 입장에 서게 되지 그 중간에서 양쪽 다 비판하거나 양쪽 다 옹호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그리고 그렇게 한쪽의 입장으로 서게 되면 좀처럼 그 것이 변화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특정한 사실에서는 자기편의 주장이 틀린 걸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경향도 많이 있죠. 흔히들 진영론이라고 얘기하는 것 말이죠. 그것이 곧 어떤 무리에든 속함으로서 생존을 보장받으려는 욕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하지만 이런 것은 원시시대에 필요한 것들이었지 현대사회에선 꼭 필요한 것은 아니죠. 현대사회에선 무리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존에 위협을 받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삶이 갈수록 파편화되어 무리라는 것의 존재 자체가 모호하죠.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는 그런 습성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는 없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pgr은 서로에게 요구하는 격식이 비교적 까다롭다는 점에서 한없이 가벼워져만 가는 인터넷 문화 속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지켜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 고리타분한 사이트일지도 모르지만 꾸준히 좋은 사람들이 좋은 의견을 나누면서 사이트를 유지해 나간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겐 참 고마운 사이트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pgr에서도 가끔씩은 도를 넘는 공격성을 보일 때가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자신과 다른 생각. 참 불편합니다. 당연합니다. 이것은 본능이니까요.

그렇지만 그렇게 공격한다고 해서 자신에게 득이 될 것은 없습니다. 특히나 오프라인에서 서로 유대를 맺고 있는 관계도 아니고 그냥 사이버 상에서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에 대해 그렇게 집착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나의 삶에 개입해 들어와 나에게 무슨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입을 손해가 없고 공격해서 얻을 이익이 없죠. 오히려 공격하면 이익을 얻기보다는 손해만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생각. 웬만하면 공격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시죠. 그래야 다음에 혹시 내가 다른 생각을 말해도 다른 사람들이 공격하지 않고 넘어가 주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서로 막 사주고... (응?)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생각을 보면 저절로 뒤통수가 뜨끈해지면서 심장박동이 증가하는 건 어쩔 수 없죠. 대부분의 인간들이 다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댓글을 남기기도 하죠. 하지만 그때는 충동적으로 하더라도 이후엔 내가 그때 심했었다라는 걸 자각할 수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끔씩 인터넷에서 논쟁을 하다보면 서로가 너무 완벽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은 부족한 존재, 항상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존재라는 걸 자각하고 행동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조금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을 해도 "사람이란 어차피 완벽하지 못하니까" 하면서 이해해 주고, 내가 주장하는 이야기도 "나 역시 완벽하지 못하니까"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상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조그만 비난에도 쉽게 상처받는 유리멘탈 소유자의 넋두리였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