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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0/16 20:37:53
Name Tychus Findlay
Subject [일반] 지금부터 6년전 고양이 이야기




때는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시즌이였습니다.

보충수업을 마치고 2~3일 주는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고자

스타1 브레인써버에서 밀리를 열심히 하고있었지요

갑자기 어머니가 저를 부르시더니

어머니 "아들 고양이 묻어주고 오너라"

본인 : 앵 ? 엄마 고양이 죽었어요?? (집이 촌이여서 쥐가 많아서 고양이를 풀어놓고 기릅니다)

어머니 : 새벽에 논두렁에 나가다보니 약먹고 물에 빠져있는거 아버지가 건져왔다 지금쯤 거의 숨넘어 갈꺼야
          근데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거 같은데 어디에 낳은건지 모르겠다.? 찾아봐

본인 : 예 ;;

당시까지 생명이 죽어가는걸 곁에서 지켜본적이 없는 저는 고양이가 눈앞에서 죽어가는걸 보고 무서웠습니다.
제가 죽인건 아니지만 일종의 죄책감도 느껴졌구요
아직 숨이 넘어가지 않은 고양이한테 말도 걸었지요 "나비야 새끼는 내가 찾아서 돌봐줄께"
제가 그말을 한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고양이는 숨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저는 고양이를 묻어주려고 구덩이를 파고
뻣뻣한 몸을 구덩이에 넣고서는 흙을 뿌렸습니다.
흙을 뿌리던 도중에 고양이 얼굴쪽에 흙을 뿌렸는데
그런데 !! 고양이 눈이 <O> <O> 이런 모양이면
우연의 일치인지 검은자위 OO만 남기고 흰자 부분에 흙이 뿌려지고, 고양이 검은자위는 저를 쳐다보고 있었지요
원망하고 한스러운 감정이 눈에 비치는데 아직도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르신들이 "고양이는 요물이다. 해끼치지마라" 그래도 "에이~ 이렇게 귀여운데 어떻게 요물이되요"라고 대답했던 저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바로 와 닿았습니다.
여차저차 고양이 매장을 마치고 그날밤 잠이들었는데

꿈에서 고양이가 나타나더니 저의 라파에를 물어뜯습니다. -_-;;;
아.. 꿈에서의 고통이 현실에서도 이어져서 너무나 아프더군요 , 그날 밤 그 꿈이후로 고통이 살살 지속되었는데
다음날 어머니가 고양이 새끼들을 찾아내시고
저는 새끼들을 위해서 열심히 우유셔틀을 했습니다.
그후로는 라파에?의 고통이 사라졌습니다.

이꿈이 개꿈이었을까요, 고양이의 저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었을까요?
가끔씩 라파에가 아픈날에는 고양이 생각이납니다. (아직도 고양이 좋아합니다!!)

동물의 눈빛을 보고 이러저런 영향 받아보신적 없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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射殺巫女浅間
12/10/16 20:58
수정 아이콘
라파에가 뭔지 잠깐 고민했네요. 그게 그거 맞죠? 크크
문재인
12/10/16 21:05
수정 아이콘
그 아기냥들 설사 안하던가요? 우유먹이면 설사하고 탈수증상 나타납니다.
그리고 고양이가 일본에서는 복댕이 유럽에서는 귀요미 한국은 아직까지는 미신이 남아 많이 미움받던데
요물이라 믿으면 꿈에 당연히 그렇게 나타날 거에요 크왕~
Neuschwanstein
12/10/16 21:37
수정 아이콘
요물일리가 있습니까. 심리적인 거겠죠. 잘못하신게 없지만 막상 살아있는 생명이 죽는 장면을 목격하고 받은 충격도 있었을거구요.
알킬칼켈콜
12/10/16 21:46
수정 아이콘
우유먹으면 소화못시킨다는 얘기 많이 들었는데 희한하게 잘먹고 잘사는 애들은 그냥 잘 먹더군요 아기고양이들도...; 우유 먹이면 안되는줄 모르다보니 우유 먹여서 키운 사례가 워낙 많은데..
아류엔
12/10/16 22:57
수정 아이콘
아주 어린아가한테 매운 인스턴트 음식을 먹였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먹어도 당장 죽지는 않으나
내장기관에게는 안좋은 영향을 미치죠
그래서 보통 고양이 수명을 15년 잡는데 길냥이나 마당냥이의 수명은 훨씬 짧죠
어릴때 사람 먹을거 먹이면서 키우던 마당냥이는 3살때 죽었어요ㅠㅠ
데오늬
12/10/17 00:14
수정 아이콘
고양이는 인간 남자의 약점이 라파에 레파에인 것을 알고 있을 정도로 요물입니다.

...는 농담이지만, 고양이들은 정말 똑똑하지요. 분명 새끼들을 찾아서 돌봐달라는 의사표시를 하고 싶었을 거예요.
저도 고양이들을 좋아해서 이런 저런 커뮤니티에 들락거리는데, 동네에 새끼 낳은 길고양이 엄마가 어느 엄청 추운 날
늘 밥 챙겨주는 사람에게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제일 약하고 작은 어린 새끼를 물고 와서 내려놓고 야옹야옹 하다 갔다든가,
새끼들을 주렁주렁 데리고 이동하던 어미가 깜빡 한마리를 놓고 가서 늘 보던 사람이 한나절 정도 지켜보다 안되겠다 싶어 데려왔더니
밤에 집앞에 와서 새끼를 내놓아라 야옹야옹 하길래 진지하게 어 미안하다, 죽을 거 같아서 데려왔어 손탔는데 어쩌겠니 하고 말하니
물끄러미 바라보다 뒤돌아 갔다든가 하는 신기한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있습니다.
새끼들 찾아서 우유셔틀을 하셨다니까 라파에를 공략했던 엄마고양이도 기뻐했을 겁니다.
문재인
12/10/17 01:28
수정 아이콘
저도 냥이 머리 좋다 느끼는 1인인데 경험상 얘네들은 EQ가 특히 높은 동물 같습니다.
냥이랑 멍이 같이 키워봐도 티가나요.
밀당 기술이나 의사 전달하는 방식이 독특하면서도 귀엽고 세련된 느낌도 듭니다.
tannenbaum
12/10/17 01:56
수정 아이콘
고양이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문득 어릴적 시골집 강아지가 생각이 납니다.
30년 전 쯤 집안 사정으로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2년간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서 국민학교를 다니다 시골로 전학을 오니 반 아이들도 낯설고 환경도 적응을 잘 못했습니다. 어린나이지만 인생 참 팍팍하다고 하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할머님이 5일장에서 하얀 강아지 한마리를 사오셨습니다. 아마도 리트리버와 다른개의 혼종이었을겁니다. 전 '캔디'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수컷이었죠....) 당시 티비에서 방영되는 부동의 넘버원 만화 캔디에서 따왔습니다.

캔디는 쓸쓸하고 외롭던 제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얼마가 지나자 캔디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마을 어귀까지 마중나오더군요. 전 가방을 던져놓고 어둑해질때까지 산으로 들로 쏘다니면서 캔디와 먼지구댕이가 되도록 놀았습니다. 알콜중독이셨던 할아버지가 술마시고 난동을 피우는 날이면 캔디를 데리고 뒷산 무덤가에 올라갔습니다. 제가 캔디를 껴안고 울면 캔디는 알았는지 몰랐는지 같이 끙끙거려주었습니다. 가끔 고기 반찬이 나오던 날이면 일부러 제 몫의 몇점 안되는 고기를 남겨서 몰래 몰래 캔디에게 주곤 했었죠. 그러다 할아버지에게 걸리면 된통 혼나기도 했었구요.

1년이 지나 다음해 여름 즈음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캔디가 마중을 나오지 않더군요. 혹시나 어디가 아픈가 싶어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늘 풀어놓고 키우던 캔디를 할아버지가 목줄을 해서 마당에 묶어 놓았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할머니께 왜 캔디를 묶어 놓았냐고 물어보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아홉살이었지만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집 마당에 모여있는 몇몇 동네 사람들.. 커다란 가마솥을 마당에 내어 물을 끓이고.. 마당 한켠 수돗가에서 커다란 칼을 손질하는 할아버지.... 정확한 이유는 몰랐지만 캔디가 집에 있으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들이 모여 막걸리 한잔씩들 하시며 웃고 이야기 나누시느라 주의가 약해진 틈을 타 캔디에게 다가갔습니다. 묶어 놨던 줄을 풀고 뒷산으로 캔디를 데리고 도망쳤습니다. 몇분이 지나지 않아 제 이름과 캔디를 부르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지만 못들은 척 산으로 산으로 정신없이 뛰어 올라갔습니다. 어두운 산을 달리느라 넘어지고 굴렀지만 그때는 아픈줄도 모르고 계속 산을 올랐었습니다.

한참만에 산 꼭대기에 올라 캔디 목에 묶여있던 줄을 풀었습니다. 그리곤 발로 밀면서 도망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캔디는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제 옆을 겅둥겅둥 뛰면서 빙빙 돌기만 할뿐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안아서 멀직이 들어다 놓고 뛰어 오면 금방 쫒아오고 다시 들어다 놓고 오면 또 쫒아오고 저는 울면서 꺼지라고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뛰어서 도망가면 따라오고 도망가면 따라오고.. 급기야 저는 막대기를 들어 캔디를 있는 힘껏 때렸습니다. 제발 좀 도망가라고 울면서 말이죠. 그래도 도무지 갈 생각을 안하자 돌을 집어 캔디에게 마구 집어 던졌습니다. 그제서야 겨우 캔디가 끙끙대며 뒷걸음 치더군요. 한참을 더 때리고 돌을 던지자 비죽비죽 캔디는 집 반대편 산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캔디가 돌아보며 제게 다시 오려고 할때마다 욕을 하면서 돌을 집어 던졌습니다. 얼마가 지났을까요.. 하얀 캔디의 모습이 눈에서 안보이자 그대로 주저 앉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이후 집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할아버지께 얼마나 혼났는지 어떻게 잠들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납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혹시나 캔디가 돌아왔을까 마당으로 나가 캔디를 부르며 찾아봤습니다. 부엌에 계시던 할머니가 캔디 안돌아왔다고 하시더군요. 전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행이다고 속으로 한참 되내이며 안심하곤 학교에 갔습니다. 그날 오후 집으로 돌아오는 마을어귀에서 더이상 캔디가 마중을 오지 않는다 생각하니 서운하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아마 콧노래를 흥얼거렸던 것 같습니다. 집에 도착해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자 전 온몸이 굳어버렸습니다. 집안 가득 고깃국 냄새가 진동을 했었거든요.

그날 이후 밥도 안먹고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바보같던 캔디는 제가 잠든 이후 새벽에 집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제가 또 풀어줄까 싶으셨던 할아버지는 그날 새벽 다른집에 캔디를 데려다 묶어 놓았고 다음날 제가 학교에 간 뒤 점심때....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가끔 길에서 하얀 개들을 보면 캔디가 생각 납니다.

참 고마웠다 캔디야.. 그리고 미안하다..
원터치포다이
12/10/17 07:22
수정 아이콘
tannenbaum 님// 왕좌의 게임 한 장면이 생각나네요. 스타크 가문 꼬맹이 딸이 자기가 기르던 늑대(?)인가 암튼 죽을 상황에 놓여서 산에서 풀어주던.. 전 한번도 애완동물 안 키워봐서 동물과 교감을 나누는분들 보면 부러워요
12/10/17 12:19
수정 아이콘
근데 애완동물에게 치명적이라고 알려진 음식 말고 그냥 안좋다는 음식 같은 건, 사람도 알면서 먹지않나요? 너무 가릴 필욘 없을 것 같은데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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