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4분, 37살의 군나르 그렌이 최후방에서 템포를 조절할 겸 마크맨을 따돌리기 위해 2대1 패스를 시도했고, 베르흐마크는 이를 다시 그렌에게, 그렌은 베르흐마크에게 리턴 패스를 주었다. 베르흐마크는 바로 앞에 있던 보르예손에게 볼을 건네주었고, 하프라인 근처에서 볼을 받은 보르예손은 잠시 주위를 살피다가 전방으로 뛰어들고 있던 함린을 겨냥하여 길게 볼을 질러주었다. 이것이 절묘하게 브라질의 뒷공간을 오픈시켰고, 우측에서 볼을 받은 함린은 중앙에 있던 리드홀름에게 가볍게 크로스 패스를 했다. 리드홀름은 원터치로 볼을 안정시킨 뒤, 큰 동작을 취하지 않은 채 마크맨 두 명을 투 터치만으로 따돌리면서 골 좌측으로 패스하듯이 슈팅을 시도했고, 득점에 성공했다.
디디는 기가 죽지 않았다는 듯, 킥오프 된 볼이 자신에게 들어오자마자 라이트에서 앞으로 뛰어 들고 있던 가린샤의 앞으로 볼을 정확히 떨어뜨렸고, 가린샤는 속도를 살려 이를 슈팅으로 연결했다. 리드홀름 역시 이에 지지 않고 쇄도하는 스코크룬트를 향해 왼쪽으로 롱볼을 정확하게 떨어뜨려주면서 코너킥을 유도했다.
그러나 선취골을 기록한지 불과 4분 뒤, 브라질의 동점골이 터졌다.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세컨볼을 리바운드 해 낸 지토는 이를 우측의 가린샤에게 넘겼고, 가린샤는 특유의 바깥쪽으로 치고 나가는 드리블을 통해 파를링을 제치면서 볼을 문전으로 올렸다. 이를 바바가 침착하게 넣었고,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잠시 뒤, 브라질에게 아쉬운 장면이 있었는데, 리드홀름의 패스를 D.산토스가 가로챈 뒤 전방으로 패스를 보냈고, 이를 바바가 원터치로 떨어뜨리자 펠레가 받아 왼발로 발리슛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잠시 뒤 재차 D.산토스가 펠레에게 롱볼을 주면서 노마크 찬스를 만들었지만, 이번엔 펠레가 엉뚱한 방향으로 슈팅을 하며 찬스를 놓쳤다.
이후로도 경기는 팽팽하게 전개되었다. 군나르 그렌과 디디는 서로 누가 더 팀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면서 공격 방향을 현명하게 결정짓는지를 놓고 우열을 겨뤘고, 바바는 후방에서 오는 볼을 안정적으로 받아낸 뒤 키핑하여 아군에게 다시 리턴 패스를 준다든가, 측면으로 빠져 자갈로나 가린샤와 연계를 수행한다든가, 내려와서 볼을 받아 측면으로 길게 벌려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모범적인 퍼스트 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곤 했다. 때때로 가린샤가 그만의 원패턴인 바깥쪽으로 치고 달리기를 시도하면서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리는가 싶으면, 함린과 스코그룬트는 그에 맞서 적극적인 전진을 시도하면서 브라질의 측면을 오픈 시켰다. 펠레는 비록 투박함으로 인해 상대에게 많은 차단을 당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운동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문전을 위협했으며, 자갈로는 볼을 운반하기도 하고 중원 싸움에 가담하기도 하면서 팀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게 희생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여기서 지적해 둘 것은, 스웨덴은 이전의 상대였던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당시의 정석이었던 W-M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최후방 라인을 3명으로 커버하는 방식의 시스템은, 측면이든 중앙이든 공간이 빌 수밖에 없었다. 3명의 수비를 넓게 벌리면 공격수에게 들어가는 크로스를 막기가 어려웠고, 3명의 수비를 좁히면 상대의 양 윙은 자유로워졌다. 물론 스웨덴의 미드필더들이 놀고 있던 것은 아니고, 수비 진형에 들어와 있긴 했지만, 미드필더의 수비가담이란 것은 수비수의 계획되고 예비된 위치선정이라든가 책임 마크에 비하면 상대를 저지하는 데에 있어 허술할 수밖에 없으며, 설혹 상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고 해도 중원을 내줄 위험성이 다분했다.
그리고 가린샤는 첫 번째 골 장면과 똑같은 방식으로 두 번째 골을 이끌어냄으로써, 이론적인 결함을 실증해냈다. 지토의 패스를 받은 가린샤는 첫 번째 골 장면과 똑같이, 마크맨인 액스밤을 앞에 둔 채 바깥쪽으로 치고 달리며 가까스로 크로스 각을 만들어냈고, 빠르게 굴러온 볼을 마찬가지로 바바가 잘라 먹으며 2:1로 리드를 잡았다.
이후로도 디디와 군나르 그렌을 중심으로 공방이 몇 번 오가곤 했지만, 특별히 상대를 무너뜨리는 일 없이 전반은 종료되었다. 브라질이 앞서가고 있었고, 좀 더 공격을 많이 하는 편이긴 했지만, 스웨덴 역시 당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고, 충분히 후반을 기대해볼만한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브라질이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경기 후반까지 이어졌다. 파를링은 후방에서 어설픈 키핑을 시도하다가 가린샤에게 볼을 헌납하며 실점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으며,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롱볼들은 산토스가 커트해내면서 볼은 스웨덴 쪽 진영에서만 맴돌았다.
매사가 그렇듯이, 브라질이 우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일원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며, 복합적인 형태의 현상이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브라질이 준결승에서 프랑스에게 그렇게 했던 것처럼,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강하게 하여 스웨덴의 공격을 무력화 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에 압박이라는 개념이 전술적으로 확립된 시기는 아니었으며, 현대의 팀들이 하는 것처럼 라인 간 간격을 상황에 따라 수축하거나 이완시킨다든가, 오프사이드 라인 컨트롤을 통해 후방 공간을 보호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기 위해 필요한 전술적인 구성 요소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식은 전무했으며, 그만큼 조야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당대의 빌드업 수준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였으며, 따라서 현대와 마찬가지로 전방 압박은 고유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 전술적 시도였다. 브라질은 그/녀들의 역사 내내 예외적인 몇몇 시기를 제외하곤 항상 그러했듯, 공격적인 드리블과 패스, 충분한 여유 속에서 발휘하는 창조성을 사랑하는 팀 컬러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러한 공격적인 축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비 역시 공격적일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50년대 초반의 매직 마자르가 그리했듯, 브라질 역시 상대를 하프라인 위쪽에서부터 가두어놓고 공격적인 형태의 수비를 하는 것을 선호했다. 이런 운영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결승에서도 증명된 셈이다.
다만, 하프라인 아래에 몰려서, 목전에서 시도되는 가깝고 위협적인 공격을 거듭 당해야만 했음에도, 스웨덴의 수비는 몇 차례의 위험한 고비를 잘 넘겼다. 신예답게 볼을 다소 끄는 경향이 있던 펠레는 구스타브손이나 베르흐마크 등의 영리한 커트에 의해 여러번 볼을 탈취 당했으며, 전반과는 달리 가린샤에게도 그리 심하게 휘둘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55분, 모처럼의 스웨덴의 오른쪽 공략은 올랜도에 의해 맥없이 차단당했고, 볼은 왼쪽에 위치해 있던 산토스와 바바, 자갈로 사이에서 돌았다. 베르흐마크는 자갈로의 돌파를 완벽하게 막아내며 클리어링을 해냈고, 산토스는 후방에서 이를 받은 뒤 지체 없이 중앙으로 롱 크로스를 날렸다. 펠레는 이를 가슴으로 트래핑하면서 파를링을 밀어냈고, 이어 볼을 공중으로 띄우면서 구스타브손을 제친 뒤 발리슛을 통해 결승골을 올렸다. 이것이 펠레의 골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다.
추가 실점을 한 스웨덴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분투했지만, 열세의 원인이 정신력에 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브라질은 하프라인 너머를 점거하고 있었으며, 디디는 중원을 잘 틀어쥐고 있었고, 결승 이전까지는 비교적 수비적이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던 지토는 디디 못잖은 절륜함을 과시했다. 가린샤는 파를링과 액스밤을 거듭 농락했으며, 자갈로는 볼이 근처로 오기만 하면 상대를 모기처럼 괴롭혔고, 산토스는 위협적인 크로스를 날렸다. 리드홀름과 군나르 그렌도 시스템의 열세 속에서 존재감을 잃어갔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67분 자갈로의 추가골로 이어졌다. 브라질의 코너킥 직후, 볼이 흘러나오자 디디는 중거리슛을 시도했고, 이 슈팅은 베르흐마크를 맞고 왼쪽으로 굴절되었다. 경합 상황에서 자갈로는 돌진하는 상대 수비를 영리하게 제쳐낸 뒤 비스듬한 각도에서 슈팅을 시도했고, 그대로 골이 되었다. 스코어는 4-1이 되었고, 당시의 다득점 경향 속에서도 말레이시아 전의 차범근이 아직 축구화를 신어보지 못했던 이상, 역전은 불가능했다.
스코어가 벌어지자 브라질의 경기 운영은 다소 여유로워졌고, 그 덕에 전의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의 공격은 이전에 비해서는 매끄러웠다. 디디가 경기를 컨트롤하면서 가린샤로 칼날로 삼는 식의 브라질의 공격을 몇 차례 막아내던 스웨덴은, 펠레의 드리블을 끊어낸 뒤 전방에 있던 리드홀름에게 볼을 운반하는 데에 성공했다. 리드홀름은 골로부터 40M 정도의 지점에서 브라질 수비수 7명이 사이에 있었음에도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있던 시몬센을 겨냥하여 일타일격의 패스를 시도했고, 패스는 성공적으로 이어져 시몬센의 발을 거쳐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4-2로 점수 차가 좁혀졌다. 그러나 이미 후반 80분이었기에, 스웨덴의 존엄성을 내세운 것 외에는 큰 소득이 없는 득점이었다.
물론 이후로도 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왼쪽 사이드에서 볼을 몰고 가던 펠레는 자갈로에게 어정쩡한 패스를 시도했고, 리드홀름은 사이로 뛰어들어가 이를 끊어낸 뒤 전방으로 다이렉트 패스를 날렸다. 함린은 이를 받기 위해 민첩하게 뛰어들어갔지만, 골키퍼 지우마르가 아슬아슬하게 볼을 잡아냈다. 이에 기세를 얻은 스웨덴은 베르흐마크 등 수비수들까지 공격에 동원하며 추격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더 이상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종료 휘슬이 울리기 바로 직전, 펠레는 레프트 사이드에 위치해 있던 자갈로에게 볼을 주고 나서 문전으로 침투해 들어갔고, 자갈로는 그를 겨냥해 크로스를 시도했다. 비록 헤딩은 정확하게 시도되지 못하고 빗맞았지만, 오히려 오른쪽 골포스트로 아슬아슬하게 향하면서 득점이 되었다. 바로 경기 종료가 선언되었으며, 5-2로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하여 58년 월드컵은 브라질의 최초 우승으로 막이 내렸으며, 세계 축구의 패권을 향한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가린샤는 우승 직후 “6경기만을 하고서 우승을 한다는 건 이상한 것 같다.”라며 싱거워했지만, 이후 그는 그의 정념껏 회포를 풀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즈음, 유럽에서도 이와 별개로 놀랄만한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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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브라질 줄리메 컵 영구 소장을 위한 시작이군요. 저 당시 브라질의 4-2-4 전술은 개정 전 옵사이드 트렉에서 가장 완벽한 전형이었죠. 저는 펠레보다는 기린샤를 더 높게 칩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의사이면서도 창의적인 패스로 위에 4의 공격수들을 적극 지원했죠. 이 때 브라질 포스가 지금의 바르샤보다 더 완벽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