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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4/10 14:12:43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네안데르탈인들의 두 얼굴
안녕하십니까? 네안데르탈입니다.
드디어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네요. 우리 피지알 회원님들은 모두 투표에 참여하셔서 소중한 권리 행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네안데르탈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두 가지 사례를 말씀 드릴까 합니다. 우리의 사촌이었던 네안데르탈인들은 우리와 어느 정도 닮았고 또 어는 정도 달랐을까요? 다음 사례들을 가지고 한번 알아보도록 하지요.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 네안데르탈인들의 유골이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the Shanidar Neandertals 로 잘 알려져 있는 유골들인데요 그 중에서 한 유골이 특히 학자들의 눈길을 잡아 끌었습니다. Shanider #1이라고 명명된 이 유골은 정말 상태가 안 좋았습니다. 그의 오른팔은 그가 죽기 오래 전부터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팔꿈치 바로 위쪽에서부터 앞쪽으로는 절단이 되었던 것으로 보였고 남아있는 오른쪽 팔이나 어깨, 쇄골 등은 왼쪽에 비해서 약 10%정도 작았고 뼈의 두께도 얇았습니다. 아마 어렸을 적 사고로 인해 오른쪽이 마비가 와서 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었습니다. 이러한 마비는 그의 오른쪽 다리와 발에도 영향을 미쳐서 새끼 발가락으로 연결되는 뼈는 부러졌으며 오른쪽 발목에는 퇴화가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무릎 관절 역시 관절염으로 인한 심각한 퇴화의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아마 부자연스러운 걸음거리로 인해 나타난 현상일 것입니다. 문제는 팔과 다리뿐만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그의 왼쪽 얼굴은 무언가 강력한 힘으로 타격을 받은 형태였습니다. 그 타격은 안와골(눈 주의의 뼈)을 골절시켰고 왼쪽 눈을 실명시켰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왼쪽 광대뼈와 두개골에도 골절의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그의 오른쪽 두개골에도 상흔이 남아있었는데 놀랍게도 Shanider #1은 이 모든 부상들을 다 이겨냈습니다. 부러진 발의 뼈를 제외하고서는 나머지 어떤 부상으로라도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Shanider #1은 이러한 부상을 달고도 적어도 수년은 생존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단독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이고 동료 네안데르탈인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네안데르탈인들은 이동하면서 사냥과 채집으로 생활해나갔습니다. 하나의 집단은 5명에서 10명 내외였던 것으로 보이며 여자나 어린 아이들도 사냥이나 채집 활동에 동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Shanider #1 같은 상태는 그 집단에도 큰 짐이었을 것입니다. 당연히 사냥에도 참가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다른 채집 활동도 원활하지 않았을 테지요. 그 때문에 집단의 이동 속도도 느려졌을 것입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공동체에 아무런 기여도 못하면서 먹을 것만 축내는 존재였을 것입니다. 그 시기는 지금처럼 먹을 것을 쉽게 구할 수 있던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인들의 유골을 보면 그들이 정기적으로 굶주림에 시달렸던 것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동료들은 부상 당한 그를 잘 돌봤으며 죽을 때까지 집단의 일원으로 인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끈끈한 공동체 의식, 동료 의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는 다른 네안데르탈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적이 또 있습니다.
프랑스 남부의 Moula-Guercy라는 동굴 지역에서 또 다른 네안데르탈인들의 유골들이 다른 동물들의 뼈들과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들의 뼈들에는 다른 사냥 당한 동물들의 뼈들에서 볼 수 있는 도축의 흔적들이 발견되었습니다. 한 유골에서는 어깨뼈가 부러져 나갔고 다른 유골에서는 아킬레스건이 조각조각 잘려져 있었습니다. 대퇴골들은 골수를 먹기 위해서 부러졌으며 두개골들은 뇌를 먹기 위해서 조각이 난 상태였습니다. 한마디로 도축 전문가의 솜씨였습니다. 모두 6명의 네안데르탈인들의 유골들이 발견되었는데 그 중에 2명은 성인들이었고 또 다른 2명은 청소년들 그리고 거기에는 약 6세와 7세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는 어린 네안데르탈인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이런 끔직한 짓을 한 자들은 다름아닌 다른 네안데르탈인들이었습니다. 단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들은 같은 동족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그것도 모자라 뼈를 조각조각 내고 두개골을 부수었으며 골수를 빨았습니다. 저항할 힘도 없었을 어린 네안데르탈인들의 머리에 돌도끼를 내리칠 때 이들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을 것이고 허겁지겁 고기를 먹는 그들의 얼굴과 손과 몸은 온통 피 칠갑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개의치 않았겠지요. 왜냐하면 그것이 그들이 거친 세상에서 생존해 나가는 방법이었으니까요. 사실 동족을 살해하고 먹는 것은 네안데르탈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 호모사피엔스들도 이러한 일들을 했습니다. 그나마 네안데르탈인들이야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하지만 대량 학살이나 인종 청소라는 말이 그다지 낯설게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요즘에는 이러한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는 점이 더 씁쓸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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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10 14:21
수정 아이콘
무섭네요 서로 잡아먹다니....네안데르탈인들은 호모사피엔스에게 멸망당한건가요? 호모사피엔스가 다 잡아먹었나...
사악군
12/04/10 14:27
수정 아이콘
호모사피엔스들이 네안데르탈인을 학살한 흔적도 많이 발견 되었지요.
12/04/10 14:32
수정 아이콘
네안데르탈인이라고 해서 딱히 다르다거나 하는건 아닐겁니다.
인간이란 자기 집단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동시에 상대(적대) 집단에게는 한없이 잔혹해질 수 있는 존재인 걸지도 모릅니다.
국가, 인종, 민족, 사상, 종교... 심지어는 지역, 학교, 혈연 등등으로도 말이죠.
jjohny=Kuma
12/04/10 14:40
수정 아이콘
네... 네렐루야... [m]
사티레브
12/04/10 14:40
수정 아이콘
촌철살인이네요
스타카토
12/04/10 14:52
수정 아이콘
파...판님??????????????????
포켓토이
12/04/10 14:54
수정 아이콘
글쎄요.. 인간뿐만 아니라 어떤 동물이던 굶주리면 뭐든 다 하죠.
동종끼리 서로 잡아먹기도 하고.. 새끼도 잡아먹고..
가장 고고할 것 같은 호랑이도 굶주리면 약한 새끼를 죽여서
좀더 강한 새끼의 먹이로 줍니다.
육식동물끼리는 안잡아먹는다던가, 동종끼리는 안잡아먹는다는건
그냥 일반적인 상황의 이야기일뿐이라고 생각됩니다.
사냥하기 부담스러운 먹이감을 일부러 노리지 않는 것뿐..
위의 예에서 몇년간 생존했던 네안데르탈인의 경우에도..
아마 운좋게도 몇년간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정도로 먹을게 없는 상황까지는
안갔으니까 집단에서 보호해줬겠죠. 정말 위험해졌다면 집단에서 내쳤을겁니다.
루크레티아
12/04/10 14:56
수정 아이콘
과장이 섞여 있겠지만, 중국 사서에도 대기근이 일어나면 인육을 매매하고 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윤리개념에 대해서 학문적 연구와 교육이 일어난 시점에도 굶주림에 인육을 먹었는데, 아직 학문이라는 개념 자체가 잡히지 않은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생존을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겠지요.
3시26분
12/04/10 14:58
수정 아이콘
뭐 얼마전만 해도 식인풍습이 흔했죠. (문명화된 지역 제외)
특히 단백질 섭취가 어려운 고산지대일수록 그랬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론 윤리나 도덕같은것도 집단의 구성원이 많아지면서 타집단과의 생존경쟁을 위해 발생한 것이지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지 않기에 네안데르탈인의 행동이 놀랍지는 않네요.
12/04/10 15:27
수정 아이콘
전자의 경우가 가족같은 존재였다면, 후자의 경우는 동'족' 일 뿐 실제로는 적이라던지 뭐 그런 존재 아니었을까 싶네요. 사실 인륜이네 뭐네 하는 개념이 생기기 전의 수만년전 인간이라면 후자의 경우가 딱하니 놀랍지는 않습니다.
IVECO-Stralis
12/04/10 15:34
수정 아이콘
종에서 종으로 바뀌는 과정이 개인적으로는 정말 궁금합니다.
갑툭튀는 아닐것 같고.....
wish burn
12/04/10 16:06
수정 아이콘
정말 판님글 생각나긴 하네요.
글내음이 비슷하십니다;;
잠잘까
12/04/10 16:12
수정 아이콘
와...정말 다른 의미로 판님이 환생하신 느낌이 납니다.
여기웃겨
12/04/10 16:49
수정 아이콘
아주 좋은내용이네요 퍼가도 될까요
Neandertal
12/04/10 17:02
수정 아이콘
여기웃겨님/
퍼가셔도 상관 없습니다...^^
12/04/10 17:10
수정 아이콘
침팬지를 보면 정말 인간과 흡사한 점이 많다는 점을 느끼겠더군요.
자기 동족은 서로 아끼고 중시하지만, 전쟁을 하는 다른 무리들에겐 한없이 잔혹하고, 승리하면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서 먹는 것.
토막살인마가 있는가 하면 제 몸 바쳐 남을 살리는 숭고한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여러가지 모습이 한데 뒤섞인게 인간 같습니다.
(네안데르탈도 인간이죠 뭐)
유리별
12/04/10 20:14
수정 아이콘
오.. 저는 이런 글을 볼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것들을 다 알아냈을까..하는 점이 매우 신기합니다. 오랜시간이 지나 이미 훼손이 많이 된 뼈와 흙들만 보고 그걸 네안데르탈인이 네안데르탈인을 잡아먹은건지 호오사피엔스가 잡아먹은건지를 유추할 수 있다니... 저만 신기한겁니까ㅠㅠ
정말 그 시대로 돌아가 직접 돌아보고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리고..더 궁금한건,
판님은 정말 어딜가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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