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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02 19:16:32
Name demiru
Subject [일반] 강한자가 이기는것이 아니라 이긴자가 강한것이다.

오늘 재미삼아 두었던 바둑과 ,  lol 경기 ( LDG vs 슈퍼스타) 의 경기를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무거운 PGR의 글쓰기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가끔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으신데 " 강한자가 이기는것이 아니라 이긴자가 강한것이다 "

저 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긴자가 장땡이다 !! 라는 뜻이 아닙니다.

조치훈 9단의 스승이신 기타니 9단이 하신 말로 알고 있는데

바둑이 유리하다고 해서 방심하지 말고 결과가 나올때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두어라 라는 뜻입니다.


초반에 대마를 잡고나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희희낙락 하면서 방심하고 50집 이길 바둑을 100집 이기겠다고 무리하다가

반대로 더 큰 대마를 잡히고 지거나,  유리하다고 계속 양보하고 대충 대충 두다가 계가를 하고 나니

0.5집 져버렸네 ? 이런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죠.

보통, 그러고 나서 지게되면 아 내가 훨씬 잘두는데 방심하다가 졌네 ? 하면서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다만 운이 나빠서 방심해서 졌다고 위안을 삼죠.


네.. 오늘 저 초반에 대마 잡고 거의 50집 정도 이기고 있었는데 방심하다가  

대마를 잡혀버렸고 , 그래도 몇집은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또 방심하다가 절대 질수 없는 바둑을 저버렸습니다 ㅜ.ㅜ

저는 인터넷 바둑으로 2~5단 정도 되는데요.. 아 정말 멍해졌습니다.



당구로 말하면 초반에 나는 10~15개를 쳤는데 상대는 한개도 못치고 있다고 방심하고 대충 치다가

스스로 말려서 반대로 게임에서 지고 게임비를 내게 되는 경우 정도 될까요 ?


lol로 말하면 초반에 kill에서 19 : 2 정도로 압도적으로 이기고 돈 차이도 많다고 방심하다가

슬금 슬금 따라잡히다가 한타에서 확 밀리고 넥서스가 깨지는 상황 정도 될것 같습니다.



이창호 9단이 처음 나왔을때또 그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일본이나 중국의 프로기사들쪽에서 특히 그런말이 많았습니다.

이창호 9단이 자신의 약점을 초반이라고 항상 언급하였듯이 이창호 9단은 항상 초반에 불리한 바둑을

조금씩 조금씩 따라잡아서 끝에는 약간의 차이로 역전을 해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신산이라고 불리는 그의 계산력과 형세판단 ( 상황파악 능력 ) 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

또한 그때문에 그는 역전을 당하지 않는 기사였습니다.

확실히 유리한 상황에서는 집으로는 작은 자리일지라도 변수가 생길만한 곳을

찜찜한 곳을 확실히 두텁게 제압해놓곤 했었고

그때마다 해설자들은 " 아, 이창호 9단의 계산서가 나왔네요. " 라고 말을 했습니다.

적어도 반집은 확실히 이길수 있다는 뜻이었죠.  


결국 일본과 중국의 강자들 모두 계속 그에게 지게 되자 세상 모두 이창호 9단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약점이던 초반마저 강해지면서 이세돌 9단이 나오기 전까지 절대강자의 자리를 유지하셨죠.


lol 초보지만 오늘 경기에서 LDG는 바론 이라는 변수만 허용하지 않으면 이길수는 없어도 지지는 않을수 있었다고 봅니다.

한타싸움에서는 계속 지고 있었고 슈퍼스타는 인히비터 2개가 깨진 상황이라 쉽사리 나올수 없는 상황

만약에 상대가 바론을 먹으러 나오면 기다렸다가 아까처럼 스틸을 하거나 바론 먹다가 피가 다 빠졌을때 한타를 하거나

경기내내 그랬듯이 영혼의 백도어를 노렸으면 어땠을까요 ? 아쉽네요....

반대로 한타를 하고 싶은 슈퍼스타에게 한타를 할 기회를 스스로 제공해버린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긴게 아닙니다.

초반의 유리는 유리한 상황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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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큰아이
12/03/02 19:27
수정 아이콘
보고 있나 한명숙 대표
구밀복검
12/03/02 19:32
수정 아이콘
어....음 그래도 50집이 뒤집힌 건 놀랍네요. ;
끝없는사랑
12/03/02 20:36
수정 아이콘
예전에 유창혁 9단이 수 읽기 실수로 우하귀의 대마 잡히고 위빈 9단한데 거의 30집이상 지던걸 중앙에 초 거대 집을 지어서 역전했던 경기가 기억나네요.
그때 중국 상황실에선 아주 서로 축하하고 난리 났다가 역전패당하고 싸~해졌다던데..
인생도 언제나 내리막이라고 좌절말고 언젠가 올라갈 날을 기다리다보면 역전할 날도 있겠죠?ㅜㅜ
헥스밤
12/03/02 21:48
수정 아이콘
카오스/카오스온라인을 친구들이랑 가끔 즐기곤 했는데
제가 주로 하는 캐릭터는 초반 압박이 강한 캐릭터들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의 실력이 우리팀과 비슷하다면, 우리가 초반에 우세하고 후반에 불리하게 되는데,
초반에 우세하면, 팀원 중에 한명은 꼭 그 우세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게임의 승리를 확정짓는 플레이를 하지 않고
'야 이기고 있으니까 난 X나 성장한 후에 킹왕짱 세져서 다 쓸고 다닐꺼야'
하고 헛짓거리 하는 인간이 나옵니다.
아니, 원래 후반형/성장지향형 캐릭터를 고르고 저러면 뭐라고 안하겠는데,
초반지향/합류지향 캐릭터로 저짓거리 시작하면
뭐라 할 말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보통 후반에 밀려서 지죠.
그리고 꼭 아까 헛짓하던 인간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아 다이긴건데 실수로 졌네. 괜찮아. 우리가 더 잘했으니까. 이긴거나 마찬가지지 뭐.'

그러면 제가 한마디 합니다.
'야. 다 이긴거 실수로 진게 아니라 니가 판 읽는 능력이 딸려서 실력으로 진거야. 너 못해. 그리고 우리가 저팀보다 못했어.'


이런 상황을 꽤 겪어본 입장에서, 글쓴이에 격하게 동감합니다.
12/03/02 22:30
수정 아이콘
저도 어제 오랜만에 스타를 했는데 테란전에서 상대 앞마당도 못 먹을 동안 넥서스 3개를 돌릴만큼 유리했는데
그걸 역전당해서 멘붕......

진짜 이길 때까진 이긴 게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ㅠㅠ
지니-_-V
12/03/02 22:46
수정 아이콘
저 문구를 볼때마다 생각나는건 지터...

90년대 2000년대 초반 3대유격수라고 얘기할때 가장뒤에 있던 지터였는데..

이제는 가장 앞장서서 아직도 유격수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

한명은 은퇴 한명은 약물... 하지만 한명은 3000안타를 홈런으로 치는 스타성까지....

역시 게임은 끝날때 까지 끝난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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