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인생 선후배님들께 반말체로 인사드리게 된 점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 꼭 어딘가에 풀어놓고 싶었으나 그게 저의 위치를 확인해야만 하는 곳은 아니였으면 해서요.
그런 주제에 미처 어디엔가 꺼내놓을 준비를 하지 못했던 이야기인지라, 전체적인 표현이 울퉁불퉁하고 재미 없을 듯 싶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1
우리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대체로 멍청한 편이다.
내게도 소중한 사람이 생겼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소중한 사람임을 인정했다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알고는 있었다고 생각은 했지만, 처음 사회로 나와 내가 느낀 나의 상황은 생각보다 좋지만은 않았다.
덕분에 전역을 하고 반년동안은 결코 여자를-그 어떤 감정적인 만남들 또한- 대면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터였다.
반년, 하고도 이틀의 노력들은 나에게 아주 조금은 감정적인 소모를 허락해줄 수 있을만큼의 조그마한 결과쯤은 가져다주었던 듯 싶다.
좋아한다고. 때때로 조그만 알약들에 나의 슬픔을 의지하고 생활을 의지하고 고통을 의지하곤 했으나
몇 키로바이트일지 새는 것도 무의미한 너라는 단어들 속에서 이제는 안도감이랄까, 그 비슷한 감정들을 절절하게 느끼곤 한다.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의 감정임을 뻔히 알면서도 결국 참지 못하였던 나의 부주의함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다.
비록 내가 미천하여 영원을 맹세할 자격을 가지진 못했으나, 이 순간만큼은 진실하다고 말하였던 나의 고백을 너도 기억하고 있을까.
우리의 순간은 진실하다. 그리고 순간을 벗어나면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연애 감정이란 서로가 서로를 오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데,* 그런 셈이라면 너와 나는 그닥 연애다운 연애는 하지 못하는 듯 싶기도 하다.
#2
오늘도 전역을 한지 반년, 하고도 이틀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언제 군인이였냐는 듯 이제는 요즘의 유행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를 할 수 있고,예전과는 다른 소신이랄까, 아집 같은게 생겨난다.
시간은 차근차근 흐르고 계절도 차근차근 변해간다. 때에 따라 하늘이 심통이 나 눈이 오게 될때면, 혹 비가 오게 될때면
마냥 감상에 젖기에 앞서서 출근길의 가족들과 소중한 사람들의 고생에 대해 걱정하게 된다.
아주 차근차근, 이렇게 나이를 먹어간단걸-굳이 말하자면 늙어간다는걸- 느낀다.
#3
나보다 힘든 사람도, 나보다 바쁜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 나 또한 그 사실을 분명히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상 그렇듯이 누군가의 암 투병이 도무지 형언할 수 없을만큼 고된 길이라한들 나의 고뿔이 지독하지 않다고 말할수는 없을터였다.
우습게 표현해 고통에도 나름의 자격 같은걸 따져볼 수 있다면, 나도 앓은 소리를 아주 가끔씩 내뱉을 자격쯤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쉴 틈 없이 살았다. 국가에 봉사하기를 그만두고서, 마지막 휴가를 나와서부터 공장이며 물류센터를 전전하며 생활비를 보태거나 충당했다.
쉬어본 날을 꼽아보자면 작년 8월의 31일, 어딘가의 면접을 보기 위해 나에게 하루의 시간을 유예했던 날 뿐이였다.
누구든 있어야 할 곳은 그 사람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라지만*, 있지 말아야 할 곳이 아니라면 길 가의 선술집 또한 나의 고독을 달래줄 터였다.
오랜 시간동안 나의 가슴을 못내 흩날리게 했던 마법의 문구를 되뇌어본다.
반쪽자리 가슴으로는 위엄에 다다를 수 없다. 산을 찾아 떠나라. 길 가의 선술집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말고*
비록 여의치 못해 구질구질하다한들 누구나 철학을 품을 자격쯤은 충분할 터이니, 그러고보면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나의 스승이 되는 듯 싶다.
#4
척척 흘러나가는, 매우 보잘 것 없는, 그렇기에 더욱 더 놓칠 수 없는 1분 1초들의 일상에서 아주 잠깐동안 이별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당연히, 휴식의 예술을 이야기했던 누군가의 에세이가 생각나는 오늘 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그러고보면 어떻게든, 나도 가끔은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