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 설에는 22일 일요일에 내려갈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코레일 예약 사이트에 접속해 의외로 쉽게
ktx 표를 구했어요. 조회 한 번에 바로 표가 떠서 예약 버튼
눌렀더니 바로 예약이 되네요.
다른 명절 때는 그래도 한 삼사십분은 붙잡고 있어야
표를 구할 수 있었는데 이 번엔 앞 쪽에 금,토요일을
끼고 있어서인지 예상보다 쉽게 표를 구했네요.
이게 예약 취소표를 노리고 하는 건데요. 아무리 빡빡한
명절 귀향 기차표라도 드문 드문 취소표가 나오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취소표 쟁탈도 경쟁이 치열해서 조회 후 표가 떠서
광속 클릭해도 벌써 어떤 놈이 채간 경우가 태반입니다.
거의 영점 몇 초를 다투는 싸움이지요.
그래서 예전 집에까지 광랜이 들어오기 전에는 속도 좋고
컴퓨터 사양 좋은 PC 방 가서 하기도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로딩 속도가 빠른 쪽이 유리하니까요.
그런데 오늘도 약간 각오를 다지고 있었는데 너무 수월하게
표를 구해버려서 조금 실소가 나기도 합니다. 더구나 원하는
시간대 까지 그대로 되버렸네요. 이런 취소표를 노리는 경우
때론 원하는 시간대를 약간 포기해야 되는 정도는 감수
해야하거든요.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이처럼 명절을 귀향 취소표를 얻어 움직이는 것도
혼자 움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동반이 있거나 하면
아무래도 같이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죠.
붙은 좌석이나 같은 열차로 여러 장이 한 번에 뜨는 경우는
매우 드물거든요. 독거의 장점이랄까요?
고향이 남쪽 끝 바닷가고 서울 생활이 어언 20여년 가까이다
보니 명절 귀향에는 정말 빠삭해졌습니다. 오만 가지 방법으로
귀향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죠. 굳이 기차표를 못 끊었더라도
그냥 기차에 올라타버려도 되는 것도 한 방법이죠. 가는 중간에
역무원이 표를 발권해줍니다. 달리는 기차에서 내던져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대학 시절엔 청량리에서 부산까지 비둘기호를 타고 장장 열 두어
시간을 걸려 부산까지 간적도 있었어요. 새벽에 태백에서 기차가
앞 머리를 떼어내고 뒷머리에 기관차를 다시 붙여 온 방향과는
반대로 다시 거슬러 돌아 부산으로 내려간다는 것을 그 때 알았죠.
고속버스로 13시간 걸려 부산에 도착해본 적도 있구요.
서울부터 시외버스로만 연결 연결해서 부산까지 가본 적도 있어요.
사당에서 수원 수원에서 평택 평택에서 조치원 조치원에서 대전
대전에서 어디...이런 식으로 말이죠.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이젠 그럴만큼의 치기도 없구, 그 걸 받칠만한 에너지도 부족하니
되도록 빠르고 쉬운 교통편을 찾습니다 만 가끔은 다시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치밀곤 합니다. 하지만 자제해야겠죠..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다보면 차창 옆으로 낙동강을
만나게 됩니다. 차창으로 내다보이는 그 뭉근한 물 줄기가
참 아름답답니다. 기차가 서서 기다려 준다면 내려서 한 동안
강가를 따라 걸어보고 싶을 만큼이요. 이 번 귀향길에도 기차표를
구했으니 그 평온하고 느린 물 걸음을 잠시나마 마음에 담을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 설 잘 쇠세요.^^
잔뜩 먹고 다 살로 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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