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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1/14 01:16:34
Name 자이체프
Subject [일반] 성곽 답사 다녀왔습니다.

전공자는 아닌데 어찌어찌해서 부산지역의 모 대학 사학과 교수님의 답사팀에 낑기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부산에서 차를 대절해서 올라오는 팀과 수원에서 합류해서 강원도 원주의 영원산성을 시작으로 매소성까지 1박2일 동안 돌아다녔습니다. 첫 코스인 영원 산성은 영원히 잊어버리지 못할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습니다. 길이 너무 험해서 현역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합단의 침입때 전투가 벌어진 곳이라는데 전투는 커녕 등반도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산 정상부에 2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진 성곽을 보니까 올라갈때의 고통이 잊어지더군요. 더군다나 일행중에 전현역 장교들이 있어서 군사적인 관점에 대한 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간 곳은 몽고의 장수 살리타이를 사살한 곳으로 잘 알려진 처인성입니다. 생각보다 작고 낮아서 실망했는데 교수님 말씀이 처인성에서 전투가 벌어진게 아니라 그 앞에 있는 마을 부근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살리타이가 전사한 것 같은데 대규모 전투가 아닌 소규모 전투나 저격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들을 하시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처인성에서는 아주 희귀한 고려검이 발굴되었다고 하네요.

다음은 세마대가 있는 독산성이었습니다. 안에 보적사라는 절이 있어서 고즈넉한 분위기였던데다가 해질 무렵에 도착해서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산의 지세에 따라 구불구불하게 만들어놓은 성곽의 곡선이 매우,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곳이 삼국시대의 독산성(한문이 틀립니다)이 맞는지 틀린지 세마대에서 한참 토론하다가 해가 저무는 바람에 부랴부랴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다음은 숙소가 있는 수원화성으로 갔는데 몇 년전에 갔을 때 보다 더 잘 정비해놓고, 복원사업도 잘 해놨습니다. 야간 조명이 있어서 저녁을 먹고 바로 답사에 나섰습니다. 방화수류정 정말 아름답더군요. 수원 화성은 낮보다는 밤에 가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18세기 대포라는 공격무기에 맞선 이런저런 대응책의 효과부터 정조가 화성을 건설한 이유에 대한 얘기들을 나누면서 걷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더군요. 무거울 것 같아서 카메라를 차에 놓고 간게 아쉬웠습니다. 다음날부터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삼국시대 최고의 격전지인 임진강 유역의 성곽답사에 나섰습니다....

쓸 얘긴 많은데 너무 피곤하고, 결정적으로 오늘 또 다른 팀의 답사를 따라가야만 해서 이만 자야 할 것 같습니다. 무려 '조선국왕 이야기'와 '전쟁과 역사'시리즈의 저자이신 임용한 교수님이 이끄는 답사팀이라 벌써부터 가슴이 떨리네요. 사진도 많이 찍어서 올려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교수님한테 질문을 남겨주시면 스마트폰으로 보고 가급적 실례가 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조선국왕 이야기 다음편은 언제 나오냐고 여쭤봤더니 (........)라고 대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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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수
12/01/14 03:30
수정 아이콘
답사르 몇 번 가 본적이 있지만, 갈 때마다 자신이 굉장히 작은 존재라고 느껴지더군요. 어떤 장소 안에 무수히 많은 일들이 생겼지만 그것을 자료료만 알고 있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m]
장성백
12/01/14 04:26
수정 아이콘
성곽 답사라.. 멋집니다. 풍경을 사진으로나마 즐길 수 있었으면 했는데 아쉽네요 흐흐;
개인적으로 나중에 여유가 되고 기회가 닿는다면 답사수준은 아니어도 국내의 이름난 성, 성터를 찾아보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살리타이에 대해서는 저도 국사 배울때 살리타이가 기병 소수를 거느리고 정탐을 나갔다가 이 첩보를 입수하고 기다리고 있던 고려군에
의해 매복에 걸려 죽었다고 들은 것 같네요..
눈시BBver.2
12/01/14 14:24
수정 아이콘
임용한 교수님이라니 부럽네요 ㅠㅠ;; 아우 직접 가면 질문할 거 엄청 많을 건데 떠오르지 않네요.
잘 다녀오세요 ㅠㅠ

...그러고보니 처인성 전투에 대해 어떤 드립을 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 ..)
자이체프
12/01/15 02:08
수정 아이콘
눈시BBver.2 님// 직접 본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지금의 처인성에서는 장기적인 방어전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성벽이 불과 몇 백미터 정도에 불과하고, 평지에 도로 옆이거든요. 당시 광주성 전투가 한참 진행중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몽고군이 주변 지형 정찰이나 소규모 약탈부대가 출동한 것을 처인성에서 나온 소규모 고려군이 기습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문제는 여기에 당한 몽고군이 바로 살리타이라는 점, 그리고 최고 사령관이 죽음을 당했는데 보복을 하지 않고 바로 퇴각한 점입니다. 이 당시가 몽고군의 공세 한계점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허무하게 퇴각한 것은 전혀 설명되지 않다는 문제가 있죠. 이 부분을 어찌 풀어내실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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