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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2/27 22:33:34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복습해 봅시다] 후삼국 이야기 - 궁예와 견훤



간만에 보죠? >_<

내년 계획은 말 했고...
올해 갈 떄까지 이제까지 올렸던 시리즈들을 복습해 봅시다 @_@
대략 후삼국 이야기, 임진왜란, 병자호란 정도로 해 보죠. 복습이라기보다는 거기서 한두 인물 뽑아서 얘기하는 거겠지만요.



오늘 다룰 인물은 바로 주인공 뒤에 있는 두 인물! 드라마에서 주인공 제치고 시즌 1은 궁예가 주인공이고 2는 견훤이 주인공 아니냐 이랬던 인물들이죠 (...)

후삼국 이야기에 대해서는 ^_^); 검색을 이용해 주세요

- 궁예

궁예는 아마 한국 지도자들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일 겁니다. 슬프기 그지 없는 출생, 그러면서도 당최 누구 아들인지 알 수 없는 상황 (...) 신라의 왕자였으면서 "고구려"를 부활시킨 인물입니다. 신라에 대한 끝 없는 증오를 보여주었고, 패서를 중심으로 큰 세력을 이뤄 삽시간에 한반도 중부를 차지했습니다. 묻혀 있던 평양에 대한 재개발을 시작했고, 양길을 무너뜨리고 한강 유역을 차지했으며, 후백제의 뒤를 찔러 나주를 먹었고 해군력을 이용해 서남해를 주름잡았습니다. 상주와 명주를 통해 신라를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구요.

뭐 대부분은 "가랏! 왕건" 인 게 많았지만요.

왕건의 활약과, 왕건에게 가려졌을 이흔암 등의 활약을 생각하더라도 이 정도로 세력을 확장한 것은 참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때는 후삼국 시대, 모든 호족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였고, 아예 반항하는 성 한두개 정도야 쳐 없앴겠지만 대부분은 아군으로 끌어들여야 됐습니다. 후삼국시대에 결전이라 할 만한 건 공산 전투, 고창 전투, 일리천 전투 정도였죠. 그나마 일리천 전투가 둘 중 누가 죽느냐가 걸린, 정말 결전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었구요. 그 이전까지는 "주변의 호족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제한전이었죠. 나주 지방이 그렇게 쉽게 먹힌 것과 궁예가 바로 코 앞에 있는 지역을 말년에 가야 먹을 수 있었던 점 등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니까요 @_@

이것은 그가 이 정도로 호족과, 백성들을 모으고 장악할 수 있는 힘과 이상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면에서 참 신기해요. 대체 무엇이었을지. 혹은 나쁘게만 묘사되는 "미륵의 힘"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했던 것이었을지죠. 왕건의 공으로만 나오는 것들의 면면을 보면 그걸 조금이나마 볼 수 있긴 합니다. 미륵을 내세우며 종교를 통합한 것이 가장 크긴 하겠지만 유학자들을 끌어모으고 국가로서의 제도를 정비한 것은 결국 그였으니까요.

문제는 그렇게 커진 힘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없었다는 점입니다. 거기다 패서지방의 비중이 너무 컸구요. 애초에 당과의 무역을 통해 성장한 지역이며, (과거에도 그랬을 것이고) 후고구려의 해상 장악과 한강 유역 장악 등에서 왕건의 활약을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넓어진 영토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새로 들어온 이들에게도 어느 정도 비중을 둬야 되고, 고구려라는 명분은 그에 비하면 작았죠.

영토를 넓히고 덩치가 커지면 그에 따른 내부의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장수왕은 성공한 것으로 보이고, 진흥왕 이후에는 너무 많은 걸 먹어 버려서 신라가 감당하지 못 했죠. 궁예도 아마 여기에 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고구려라는 명분과 자신들을 견제한다는 사실에 왕건을 필두로 한 패서 지역은 반발했고, 이들을 견제해야 될 청주 세력은 자멸했으며 (...) 하필 이를 진압한 것도 왕건이었죠. 이런 점에서 그가 후반에 포악해졌다는 것 역시 단지 까려고만 만든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그냥 잘 돼가니까 타락한 게 아니라 나름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죠.

애초에 자기의 가장 큰 힘이 되었던 미륵 신앙, 고구려를 버린 상황에서 그가 기댄 것도 그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패서 지역의 반발이 심해질수록 기댈 건 그것밖에 없었죠. 미륵 신앙에 대한 집착은 심해지고 패서 지역에 대한 걱정도 커지는 상황, 그러면서 아내도 죽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왕권을 더욱 강화시켜 가면서 관심법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법도 나왔죠. -_-; 반발이 심할수록 집착은 더 해 갑니다.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단세포 생물인 아메바는 핵을 하나 더 주입하면 다른 개체보다 더 크게 성장한다고 하죠. 궁예와 왕건이라는 핵 두 개를 가진 후고구려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해가 두 개일 순 없죠. '-') 그 내부의 혼란을 궁예는 막지 못 했구요.

고구려라는 명분을 넘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었고, 그 때문에 다른 명분을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거기까지가 한계였던 사람, 그게 궁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한국사에서 정말 이색적이고 매력적이라는 인물을 꼽자면, 궁예는 절대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 견훤

그런 궁예의 대칭점에 있는 것이 견훤입니다. 사실상 후삼국 시대는 견훤이 후백제를 건국한 것으로 시작하고 후백제의 멸망으로 끝이 나죠.

궁예를 상징하는 것이 승려, 신정 정치라면, 견훤은 전형적인 군인 출신입니다.
아무래도 궁예와 대비해 본다면 견훤은 좀 딸리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_=; 특히 백제 부흥이라는 명분에서 본다면요. 궁예의 경우 왕건을 비롯해 그 중심을 이뤘던 것은 역시 고구려 유민으로 자처한 패서 지역 호족들입니다. 반면 견훤은 지훤(무진주), 박영규(승주=순천) 등 전남 지방입니다. 무왕 때 백제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뤘던 익산 근처인 완산주, 전주까지는 올라갔지만 정작 그의 정권을 이룬 자들 중에 백제의 유민이라 할 만한 충청도, 웅주 출신은 보기가 힘들죠.

오히려 이 웅주는 궁예에게 기울기도 하고, 왕건도 초반의 혼란을 딛고 일어나 웅주를 노렸습니다. 이 때 투항한 긍준에게 명주 하나를 온전히 보유한 김순식 급의 대접을 한 것을 보면 왕건 역시 웅주를 중히 여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청주는 궁예에 귀부했고, 사비지역인 공주의 공직은 궁예, 왕건, 견훤 사이를 계속 갈아타고 있었습니다. 거기다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한 후 천안의 목천 지방은 백제의 부활을 외치며 일어납니다. =_=; 뭔가 뜬금포죠. 이 때 일어났다가 진압돼고 차별된 5개의 성씨가 있습니다. 이들 중 마씨(-_-;)는 10대 정종 때 가서야 가문이 회복됩니다. 이를 보면 훈요 10조에서 나온 "차현 이남 금강 밖"은 이 곳을 말하는 것 같아요.


백제의 중심인 웅주에서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본다면, 견훤이 이 옛 백제의 유민들을 제대로 포섭하지 못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전체적으로 영토를 넓힌 궁예에 비해 견훤은 신라를 악착같이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이것도 연관시켜 본다면, 웅주의 호족들을 포섭하기 위해, 백제 부흥이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그랬던 게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대야성 공격은 계속 실패하고 -_-; 마침내 대야성 먹고 경주까지 쳐들어 가지만... 좀 늦었죠.

후삼국 시대를 열며 궁예에 비해서는 포스가 떨어지지만 (...)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견훤, 하지만 그 부분에서는 한계가 크지 않나 싶습니다. 궁예가 고구려 부흥이라는 명분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힘을 가졌다면, 견훤은 백제 부흥이라는 명분에 비해 부족했고, 때문에 그들을 포섭하기 위해 더욱 백제 부흥과 의자왕의 복수라는 명분에 매달린 게 아닐까 싶은 거죠.

만약 견훤이 웅주를 확실하게 장악했다면? 후삼국시대는 조금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의 탄생 설화부터 후삼국 시대를 열었다는 것, 그리고 정말 세계사에서 더 찾을 수 없을, 자기 나라를 자기 손으로 멸망시키는 모습까지... 그 역시 '-') 시대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조선 때도 그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백제 = 전라도라는 인식은 그가 만들었을 겁니다. 조선시대에 백제의 수도라고 하면 충청도가 아닌 전주로 인식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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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결국 결론은 삼한을 다시 통일하기에는 두 사람의 역량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긴 합니다. 결국 삼한을 통일한 것은 왕건의 고려였죠. '-'a 하지만 그것도 완전하진 않았습니다. 때문에 고려 초는 꽤나 혼란을 겪어야 했고, 정종의 평양 천도 계획과 광종의 호족 숙청으로 이어집니다. 이어 성종 때 최승로를 필두로 고려라는 정체성을 완성하기까지... 고려는 그 때 완성됐죠. '-')

그렇다 하더라도 짧은 기간 동안 한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 둘, 이 둘이 없었다면 후삼국 시대가 다르게 됐을 것이고, 후삼국 시대가 있었기에 이 둘이 역사에 남을 수 있었겠죠. '-')a 이들이 어땠는지, 왕건과 비교하면 또 어땠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겁니다. 간단히 이 셋의 출신 (궁예 = 왕족 or 승려, 견훤 = 군인, 왕건 = 호족)만 생각해도 이 셋의 개성은 정말 뚜렷하니까요 '-'

... 그럼 그 둘을 생각하기 위해 검색창에 [후삼국 이야기]를 써 주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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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레브
11/12/27 22:37
수정 아이콘
궁예의 케이스는 호족을 굴종시킨게 아니라 서로의 리를 위해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 안에서의 더 큰 싹을 제거하기가 힘들었고
+실제적인 능력이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엔 모자란 상황에서 한계에 부딪혔을 때 택한것이 제도나 법이 아닌 미신이었다는 점에서
몰락이 그냥 교체형식으로 다다른게 아닌게 싶어요
복제자
11/12/27 23:14
수정 아이콘
눈시 BB님은 역사 전공자인가요? 아니면 그적 충만한 덕심으로써, 역덕으로써 역사를 공부하셨나요?
글을 볼때마다 감탄스럽네요 덜덜;;

후삼국시대를 다룬 사극이 한번 더 나왔으면 좋겠네요 흐흐
JunStyle
11/12/28 01:49
수정 아이콘
눈시 BB 님 글 잘 보았습니다^^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저도 눈시 BB 님께 너무 감사하는 마음 덕분에 연재 글을 한편 써보려는데 (저는 역사분야가 전혀 아닙니다) 이미지는 어디에서 링크를 거시는건가요?

enha 라는 곳인데 이곳은 아무나 링크를 걸 수 있는건가요? 아 다른 이미지는 또 이글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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