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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2/01 08:08:29
Name 50b
Subject [일반] 식성에 관하여.
1.


난 단무지를 좋아한다.  

그것이 특별히 맛있다는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무지만 있다면

밥 두공기 쯤은 아주 간단히 먹을수도 있다.


물론 실제로 시도 해본적은 없다.


대학교때는 학교식당에서 국수만을 먹었는데,

국수가 정말로 맛있었다기 보다는

1000원을 내고 국수의 식권을 사고나면 단무지를

마음대로 퍼먹을수 있기 때문이였다.



눈치를 주는 사람도, 단무지를 먹은 만큼 돈을 더 내라는 사람도 없었다.


단무지는 항상 통안에 가득차 있었고

식당의 어느 누구도 나만큼

단무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국수 한그릇에 단무지는 다섯 접시를 먹었던것 같다.


물론 국수를 먹을때는 혼자서 먹어야만 했다.



적어도 내주위엔 국수 한그릇을 먹으면서

단무지를 다섯접시나 먹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대학교 시절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국수 밖에 없다.

언제나 인문대 식당에서 혼자 먹었던 국수.



서글프지만 사실이다.



2.

어릴때 먹지 않았던 음식들은 커서도 먹지 않는다.

그리고 징그럽게 생긴것들 예를 들면 개불이라던가, 멍게 라던가

해산물과 생선은 거의 입에 대지를 않는다.

어린시절 핫도그를 먹고 심각할 정도로 토하는 바람에

간혹 지나가다 보게되는 맛있어 보이는 핫도그도 먹지 않는다.



내가 누릴수 있는 식욕이란것이

얼마나 그리고 어떤모양으로 비뚤어 져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글로 표현 해보자면


세상의 진미를 다 먹어보고 나서 먹을것에 대한 미련이 없어져 버린

도인의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내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내가 먹을수 있는것이라면 아무 렇게나 먹어도 된다"

란 거만한 태도인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경험해야 하는 음식의 가짓수가

이전에 비하여 더욱더 다양해졌다.


어린시절 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맛있어 하는것만 먹기엔

많은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대부분 인간관계(-밀접하거나, 밀접하지 않거나-)에 기인한 것인다.



횟집을 오픈했다면서 꼭 놀러 오라던 고등학교 동창과 더욱더 멀어졌고,


오랜만에 만난 여자친구가 보너스를 받았다며 사주었던 음식(생에 처음 먹어 보았던


삼계탕)을 닭껍질 때문에 반쯤 남겨버려 그 기분좋은날을 망쳐 버렸다.



친구의 결혼식 때문에 모인 자리가 하필 횟집이라


비싼 음식들을 멀리하고 튀김과 콘치즈만 먹어야만 했다.

그리고 식사시간 내도록 놀림을 당했다



처음보게된  사람이라던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라던가

나의 이러한 음식의 기호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검은색을 가진 쓸모없는 편견들을 상대방의


머릿속에 칠하기에는 충분하다

라고 어느날 김밥과 단무지를 먹으면서 생각 했다.





복잡한 것은(혹은 특이한것은) 불편을 일으 킨다.


적어도 음식이 관련된것에게는 정확하게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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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토닝
11/12/01 08:53
수정 아이콘
저도 어렸을때 필자와 마찬가지로 횟집가면 저랬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군대다녀오고 나이가 들어서인지 식성이 바뀌고

무진장 배고플때 먹으면 죽도록 싫던게 맛있더군요

그래서 회는 주면 먹을정도로 업그래이드?되었습니다

먹고자하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더라구요
지니-_-V
11/12/01 08:57
수정 아이콘
저도 어렸을때 번데기 먹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이후로 번데기는 쳐다도 안봅니다.

길거리에 번데기 파는포장마차가 있으면 다소 멀더라도 그냥 다른길로 빙 돌아서 갑니다. 냄새 맡기가 싫어서요. [m]
pathology
11/12/01 09:04
수정 아이콘
오랜만이시네요.
11/12/01 11:02
수정 아이콘
간만이시네요 반갑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그딴거 신경쓰기 싫어서' 평생 비누도 한 가지만 썼다고 합니다. 뭐 관심이 없으면 우선순위에 놓을 필요가 없지요. 잘못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11/12/01 12:20
수정 아이콘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취향은 존중해야겠지만),

음식은 사실 먹어버릇하면 느는거라서.. 다른사람들은 좋은거를 공유하고 싶은 심정에서 그러시는것도 있는거라고 잘 이해해주시면 조금더 둥글둥글하게 교우생활 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11/12/01 12:51
수정 아이콘
식성이야 두말할 나위 없이 취향이고 존중받아야 하겠습니다만..
50b님께서 "세상의 진미를 다 먹어보고 나서 먹을것에 대한 미련이 없어져 버린 도인의 감정과 비슷"하다고 하신 건 공감이 안 가네요.
이 글만으로 볼때는 오히려 먹고싶지 않은(혹은 먹지 못하는) 음식들은 아예 배제하는, 소위 입이 짧은, 분이라고 보이는데요.

뭐 꼭 제가 음식에 대해서는 해탈의 경지에 다다랐기 때문에 이런 말씀 드리는 건 아닙니다만, 아무거나 잘 먹고 아무데서나 잘 자는건 정말 큰 복이더라구요.
꿀사탕
11/12/01 13:46
수정 아이콘
제가 아는형님도 단무지를 너무 좋아하셔서 식당용 단무지를 집에 냉장고에 넣고 심심할때마다 간식대용으로
한사발 드시더군요 [m]
11/12/01 14:06
수정 아이콘
자게로 산보 나오셨군요. 단무지도 맛있는 단무지와 맛없는 단무지가...오랫만에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11/12/01 14:09
수정 아이콘
아는 친구 생각나네요
어머니가 분식집 하셔서 고등학교때까지 반찬에 항상 단무지가 들어갔다며
대학때 알게된 친구인데 서로 알게된지 10년이 넘었는데 단무지 단 한번도 안먹더군요...
릴리러쉬.
11/12/01 15:43
수정 아이콘
오랫만에 글 쓰셨네요.
잘 보고갑니다.
Abrasax_ :D
11/12/01 16:44
수정 아이콘
반갑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m]
Jamiroquai
11/12/01 19:37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50b 님 글 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자게에 많은 글 부탁드립니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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