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근데 우유는 다팔렸어요?"
빵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현대적인 디자인이고, 베이커리라 하기에는 커피전문점도 같이 하던곳에서 일하는 어느 하루의 이야기다.
"아, 죄송한데. 그쪽에 없으면 남아있는 우유는 없는겁니다."
"아... 온김에 사가려고 했는데, 네. 그럼 에스프레소 한잔요."
"네."
카페전문점도 겸하기에, 라떼등에 들어가는 우유를 위해 매일같이 신선한 우유를 받는 김에
좀 더 많이 받아 우유까지 파는 상술을 가지고 있던 우리 사장님덕분에
이렇게 가끔 우유를 찾는 손님들도 있다.
하지만 그 양이 적어 늦게오는 손님들은 항상 허탕을 치기 마련이다.
근데, 그 아가씨 교복을 보니 암만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이 근처에는 내 생각이 맞는거 같다.
정성스레 에스프레소 잔을 씻어 말리고, 닦은 후, 한잔을 준비해 내놓으면서 지나가는 말로 물어보았다.
"근데, 저기, xx고등학생이세요?"
"어? 어떻게 알았어요? 학생증 귀찮아서 안 메고 있었는데."
"아, 제가 거기 졸업했거든요. 그래서 교복보고 아는체좀 해봤어요."
확실히 한국사람한테는 유대감이라는 좋은 작업요소가 있는게 확실하다.
'졸업생'이라는 신분을 가장해서 그 무표정하던 아가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확 핀다.
"와, 진짜요? 그럼 아저씨는 졸업한지 몇년이나 됐어요?"
"그게, 한 3년정도밖에 안된거 같은데요...."
"......?"
그래, 내가 지금 귀찮아서 몇일째 면도를 안하고 니뽄삘이라는 명분하에 수염을 좀 기르고 있다지만,
"오빠, 정도가 아닐까요?"
라고 이야기 해도,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건 없잖아요. 아가씨.
"쨋든, 반가워서 아는체 해봤어요. 몇일전에 학교앞으로 지나가는데 학교 참 많이 변했더라구요. 오늘도 야자 끝나고 가는길인가본데, 수고하세요."
결국 내가 부끄러워서 횡설수설 말이 많아진다.
그러자 그 아가씨가 마주보고 씨익 웃는다.
"네, 그럼 수고하세요. 아저씨."
그러니까... 오빠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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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자극적인가요...?
항상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면서 글을 써대는 한적한 진돗갭니다.
어제 피지알에 올렸던 글을 읽다보니 댓글들이 아주 재미있더군요.
어떻게, 연재글 형식이 되었지만, 가끔 이런식으로 들러 글을 올리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이 아가씨와는, 재밌는 일들이 많아 자주 올라갈듯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