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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1/26 01:52:31
Name 진돗개
Subject [일반] 그녀와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샷 한잔으로 주세요."
".......???"


벌써 반년전이었던가, 빵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현대적인 디자인이고, 베이커리라 하기에는 커피전문점도 같이 붙어있던 카페 겸 '빵을 파는곳'에서 일을 했던적이 있었다.

나름 두세달 정도 일을 하였기에, 매장 내 캐셔에서 벗어나 전문 바리스타가 오기전까지 가끔 커피를 만들어주는것까지 도와 줄 수 있을정도의 실력이 붙었지만, 그 날은 점장도, 그 전문 바리스타 형님도 '일이 생겨' 조금 일찍 마치고 혼자 클로즈까지 해야되는 상황이었기에 잠시 한시간 가량 일을 마무리 하고 있었다.

주중이었고, 열시가 넘은 시간.
그리고 내 앞에서는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당당하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저기 손님, 아메리카노 말씀 하시는겁니까?"
"......?"

서로간의 침묵은 오래지 않았다.
그녀는 꽤 똑부러진 아가씨였다.

"아니요. 에스프레소 한잔요. 쓴거요."
"아, 네. 에스프레소 한잔, 드시고 가십니까?"
"네. 여기요."
"감사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물론 제조법은 알고 있었다. 우리 매장은 드립식까지 하는 전문적인 매장이 아니라, 그냥 압축식 에스프레소 머신을 쓰기에 그라인딩 된 원두를 머신에 넣고 버튼만 누르면 에스프레소는 완성된다.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잠시간의 시간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말도 안되도록 감미로운 커피향과, 따뜻한 스팀과, 끈적하게 떨어지는 커피의 크리마까지.

'이 크리마가 얼마나 알맞게 있느냐에 따라서 커피맛이 크게 바뀐다.'
문득 나에게 머신의 사용법을 가르쳐주던 바리스타 형님의 말이 기억났다.



그 매력적인 잠시동안의 시간이 지나고
정말 잘 쓰지 않는 에스프레소 잔을 씻어 말리고, 닦아서 정성스레 크리마까지 살려 예의 그 교복을 입은 '고객님'에게 내놓았다.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폐점시간이 다되어서 30분뒤에는 문을 닫을겁니다."


.... 그녀는 꽤 똑부러진 아가씨가 아니었다.
확실한 아가씨였다.

"걱정마세요. 지금 갈꺼에요."

-홀짝


........................................
그녀가 마신건, 그녀가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시간도 안되는 짧은시간에 홀딱 마셔버린 그 음료는 미국사람들도 써서 물에 타서 '아메리카노'로 먹는다는 그 에스프레소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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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제해주세요
11/11/26 01:56
수정 아이콘
흐흐흐흐흐흐흐
11/11/26 02:00
수정 아이콘
이것 참 씁쓸한 이야기이군요-_-a
윤아♡
11/11/26 02:01
수정 아이콘
커피숍에서 일년간 일하면서 저런분들 종종 보았습니다 ^^:
에스프레소는 취향에 맞게 시럽or설탕을 넣고 두세번만에 마시는게 보통이라고 하더군요 흐흐
흰코뿔소
11/11/26 02:06
수정 아이콘
음. 에스프레소 땡기네요.
11/11/26 02:15
수정 아이콘
흐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달달하면서도 씁쓸하기도 하고...
설마 두 분이 지금까지 연락하시는 배드엔딩만은 아니길 바래요.
나는 나
11/11/26 02:21
수정 아이콘
글 읽고 기분좋았다가 리플보고 기분이 나빠집니다!
11/11/26 02: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가 아니라
댓글을 보니 좋은 글이 아닌것같네요? 크크

하....해피엔딩은 아니됩니다. [m]
네오크로우
11/11/26 04:54
수정 아이콘
에스프레소 홀짝 원샷하면 한 3초 있다가 뒤통수 밑에서 부터 뭔가 쫙 올라오던데... ㅠ.ㅠ;;
캔커피 마셔도 잠 못자는 제가 내기에 져서 한번 마셔봤죠. 그날 밤은 지옥을 경험했고...
뭔 커피입니까 커피는.. 달달한 식혜나 칼칼한 수정과로 통일합시다.

저 같은 사람한테는 커피전문점에서 약속 같은거 잡으면 고를 메뉴가 너무 없어요.
Darwin4078
11/11/26 10:09
수정 아이콘
저 학생의 심정, 이해가 갑니다..ㅠㅠ
에스프레소 세븐샷을 추가해서 먹은 적도 있었다능..ㅠㅠ

근데, 리플을 찬찬히 보니 이게 문제가 아니군요. -_-;
송지은
11/11/26 10:29
수정 아이콘
교복 입었으면, 아가씨가 아닌 소녀죠.
azurespace
11/11/26 11:31
수정 아이콘
이탈리아에선 어디를 가서든 카페하면 에스프레소를 주더라고요. 저야 뭐 패키지관광으로만 가봤지만

설탕 집어넣고 원샷이 제맛 아닙니까
Dr.faust
11/11/26 13:59
수정 아이콘
이 글의 포인트는??
진돗개
11/11/26 14:26
수정 아이콘
댓글이 중심이 되는 글입니다!
11/11/28 12:45
수정 아이콘
밤새서 헤롱헤롱하다가 마끼아또를 처음먹어봤는데 맛은 사약같았지만 잠이 순식간에 전멸하더군요.
머리가 맑고 고요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요즘엔 에스프레소든 마끼아또든 더블샷으로 마셔도 끄떡없지만 처음먹을때의 효과는 참 대단하더군요.
그여학생도 아마그걸 노린듯합니다.

미국사람들이야 세상에서 가장 커피를 연하게 먹는사람들이니 그러려니하지만
이태리,프랑스쪽만가도 그냥 커피시키면 에스프레소가 나올정도로 진하게 마시는걸로 알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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