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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0/18 18:18:36
Name 레몬커피
Subject [일반] 국내프로야구에서 감독이란...
흔히 구기스포츠가운데 감독의 영향이 큰 순서를 농구>축구>야구로 꼽습니다.

그만큼 농구와 축구에 비해 야구는 감독의 영향이 가장 적은 스포츠 중 하나죠.



메이저리그를 보면 야구가 '단장의 스포츠'라는 말이 잘 와닿습니다. 수없이 일어나는

선수 영입, 드래프트, 유망주를 통한 트레이드로 팀의 전력을 만드는게 단장의 역할입니다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대부분의 감독은 단지 그 선수들을 경기에서 '사용'할 뿐입니다.

감독은 단장의 영입, 혹은 마이너리그에서 육성된 후 메이저리그로 올라온 어느정도 완성된

선수들을 기용할 뿐이죠. (물론 몇몇 유망주의 경우 예외도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종종 사용하는 표현인 '모 감독이 키웠다' '모 감독이 완성해놓은 전력'이라는

말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알맞지 않는 말이죠. 팀의 전력을 만드는 과정과 책임 그리고 그 공

로는 대부분 단장에게 돌아갑니다.



메이저리그에는 마무리훈련이 없는건 물론이고 보통 시즌이 끝나면 다음 해 스프링캠프까지

는 팀 훈련이란게 없습니다. 대신, 오프시즌이 시작되면 팀 내 트레이너와 코치진들에게서

훈련일정을 부여받습니다. 보통 선수들은 시즌이 끝난 후 한 달의 휴식을 취하고 그 다음부터

훈련을 시작, 점진적으로 훈련양을 늘려 다음해 2월에 열리는 스프링캠프 전에 몸상태를

100%로 만들어오는 것이 요구됩니다. 물론 선수가 원하거나 가까운 곳에 거주하면 팀의

구장에 와서 얼마든지 훈련할 수 있지만 다른 주, 혹은 국외에 거주하는 선수의 경우 코치와

트레이너들이 직접 볼 수가 없으니 전화와 이메일로 훈련상태를 점검하기도 하죠. 한마디로

자율에 맡기는 셈입니다. 물론 중견급 플레이어들이 아닌 갓 올라온 젊은 선수 혹은 기술적

발전을 원하는 유망주들은 구장에서 오프시즌동안 많은 훈련을 소화할 수도 있고, 원한다면

가을리그나 겨울리그에 구단의 허락을 받고 참가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스타급 플레이어

들은 전속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여 자기 몸을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국에서도 정작 2월이 되서 선수

들이 모여보면 그중 25%정도는 몸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이 선수들은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그곳에서 트레이너들과 몸상태부터 만들기 시작합니다. 다만 베테랑의 경우

구단에서도 베테랑을 믿고 몸관리를 일임하는 경우도 있죠.

대부분 자기 몸관리를 스스로 못하는 선수는 치열한 경쟁에 밀려 도태되기 마련이고,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들중에서도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철저한 몸관리를 하는 선수들만이

자신의 기량을 유지하고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습니다. 물론 천재적인 재능으로 이 모든 것을 커버

하는 예외도 존재하지만요.



그런데 요즘 계속 느끼는 거지만, 국내프로야구에서의 감독이란 지위는 한 구단의 전력에

대단히 큰 영향을 끼치는 거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오프시즌 때문인데, 사실 최고의 명장과 평범한 감독이

있다면 같은 팀을 가지고 한 시즌을 운용할 경우 감독이 경기 승패를 바꾸는 갯수는 한 자릿

수를 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물론 단기전에서는 좀 다르겠지만, 최소한 페넌트레이스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2군 전체 코치들을 합해봐야 채 15명 정도가 될까말까합니다. 보통

감독이 바뀌면 이 코치진들도 자기 사단, 혹은 자기가 생각하는 인물로 물갈이가 되기 마련이죠.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팀훈련이 굉장히 활성화되어있죠. 훈련 많이 한다는 팀은 마무리훈련부터

시작해서 오프시즌 대부분을 팀훈련으로 보내기도 하니까요. 바로 이 오프시즌을 보내는 일정

과 방법이 감독에게 매우 크게 좌지우지됩니다.



선수들 역시 완성되어 1군에 올라온다? 택도 없는 소리죠. 트레이드를 굉장히 보기 힘든 리그

특성상 구단에서 뽑은 선수들의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리그입니다. 또한 인재풀도 좁아 2군리그

급 선수가 1군에서 뛰는 경우도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각 구단에서 뽑은

유망주들은 구단의 코치진에 굉장히 큰 영향을 받습니다. 보통 프로구단에 들어가자마자 팀의

코치와 트레이너들이 시키고 또 그들이 정해준 방향대로만 훈련을 합니다. 그뿐 아니라 감독이

선수를 직접 가르치거나 손을 대는 경우도 빈번하죠. 또한 선수들 스스로의 개인 몸관리도 부족

한 경우가 많죠. 인재풀이 부족하다보니 구단에서 재능이 있는 선수를 쉽게 내칠 수가 없습니다.

재능 하나로도 1군에서 좋은 선수로 뛰는 선수들도 있고요. 단순히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경쟁이 매우 부족한 분위기인 팀이 많습니다. 때문에 유망주들 뿐 아니라 심지어는 이미 주전급

이라는 선수들조차 감독의 영향력을 많이 받는거죠.  팀 내 분위기도 감독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아마 각 팀별로 코치진 혹은 전력분석원의 기량 차이도 상당히 날 겁니다. 국내 선수 출신으로 국내

에서만 머물렀던 코치와 선진야구를 많이 경험하고 온 코치 혹은 아예 외국 출신의 코치는 그 기량

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죠.



우리나라에서의 감독은 단순히 선수를 쓰는 직책이 아닌, 한 구단 전반부에 대단히 큰 영향을

끼치는..자리라는 걸 요즘 자주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에 선동렬 감독 역시.. 취임하면서 인터뷰

에서 바로 하는 말이 감독이 스스로 '불펜투수를 보강하겠다. 선수를 마무리훈련때 각오해라'

라는 말이였으니까요.(메이저리그였다면 단장이 '오프시즌에 불펜투수 트레이드or영입으로

보강하겠다' 이런 식으로 되었겠죠?) 선후배질서가 있는 야구판에서 감독들이 대선배인 것도

이유가 될 거 같고요. 아무튼...결론은 제 응원팀인 두산이 아직 코치진이 휑한데 돈 좀 써서

좋은 코치진들이나 좀 데려왔으면(이왕이면 일본출신 코치같은)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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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18 18:27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야구 감독은 field manager라는 단어와는 안어울리는 느낌이죠.

그리고 이건 태클은 아니고... 글이 마치 김봉춘기자의 글을 보는 듯 합니다. ㅠㅠ
lotte_giants
11/10/18 18:50
수정 아이콘
넓디넓은 인재풀에서 선수 뽑아쓰는 것과

없는 자원 쥐어짜서 전력을 만들어내야하는 것과의 차이가 아닐까요.
11/10/18 18:54
수정 아이콘
어쩔수 없죠.
우리나라 스포츠 자체가 엘리트 스포츠 현상이 심하고 그중에서도 대표적인게 야구입니다.
인재 풀은 적고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 끌어써야하니 감독과 코치의 중요성이 상당히 높아지죠.
프로 뿐만이 아니라 고교야구 심지어 사회인 야구에서도 좋은 지도자를 얻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감독들의 한팀에 머물러 있는 '수명'이 짧은거죠.
매니져 역활이 아닌 수장이고 지도자이기 때문에 다른나라 리그와의 책임성이 엄청나게 틀리죠.
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직업이죠.(성공하면 힘든만큼 감독의 영광도 그만큼 돌아가기에...)
11/10/18 18:55
수정 아이콘
인재풀이 없는데 9구단 창설하고 10구단 논의가 나오고 하진 않을 거 같은데요... 인재풀이라기보단 일반적으로 리더에게 많은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는 한국의 성향에 따라 나오는 모습이 아닐까 하네요
메밀국수밑힌자와사비
11/10/18 18:55
수정 아이콘
메이저리그 단장이라고 하면 꼭 맨 처음으로 생각나는 바바시.........

MLB 최다승팀을 이렇게 만들어버리는 것도 쉽지 않죠.
최강라이온즈
11/10/18 18:58
수정 아이콘
근데 왜 농구>축구>야구 인가요?
야구만큼 감독이 경기 내내 개입할 수 있는 스포츠가 있나요? 하다못해 100% 모든 선수의 행동을
지시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가 아닌가 싶은데; 경기 외적인 건가요?
독수리의습격
11/10/18 19:00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면 메이저리그 출신이었던 로이스터감독이 manager라는 직책에 가장 알맞는 감독이었죠.
Siriuslee
11/10/18 19:07
수정 아이콘
국내 야구에서 트레이드가 활성화 되려면
향후 9구단 10구단이 되어도 4팀 플레이오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오프가 좀 더 희소성을 가져야 미래를 팔아서 현재를 사는 트레이드가 이루어질것입니다.
(올해 밀워키처럼요..)
몽키.D.루피
11/10/18 19:14
수정 아이콘
일본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메이저리그보다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니까요.
모리아스
11/10/18 19:27
수정 아이콘
선감독 기아 와서 코치중에 살아남은 옛 동료 이강철 코치 하나 살아남네요
후란시느
11/10/18 19:54
수정 아이콘
단장+감독의 권한을 주고 단장+감독의 책임을 묻는거 같습니다.
다만 서울의 모 구단은 감독의 권한을 한 절반쯤 주고 단장+감독의 책임을 묻는것 같지만......
내일은
11/10/18 20:38
수정 아이콘
공부에 비유하자면 메이저리그는 전세계에서 수학 영재들 모아 올림피아드 치루는거고 KBO는 반에서 1등 정도 하는 학생 모아 경시대회 치루는 격이죠. 당연히 감독이 매니지먼트만 하는게 아니라 일종의 교사 역할도 해야 합니다. 다만 이는 야구만 그런게 아니라 축구나 농구 우리나라 모든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위에 댓글에도 있듯이 야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감독의 역할이 적은 편입니다. 축구나 농구는 피치 혹은 코트라는 백지위에 감독이 밑그림부터 다 그려야 하는 스포츠지만 야구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롤이 매우 전문화되고 한정된 스포츠입니다. 밑그림은 그려져있기에 감독이 전술에 개입할 여지가 매우 적습니다. 그나마 일본이나 한국야구는 감독이 전술 작전을 많이 펼치기는 하지만 그것마저 매우 패턴화 되어있어 대개의 작전 타이밍은 라이트 팬도 알고 있죠. 감독의 역할은 작전을 언제 펼칠지 결정하는 것보다 그 작전을 얼마나 선수들이 능숙하게 펼칠 수 있는지 훈련시키는게 주 역할이라고 봅니다. [m]
리버풀 Tigers
11/10/18 20:52
수정 아이콘
우선 팀이 적으니... 트레이드가 적고, fa규정이 별로라서 fa계약도 적고...
한국에선 단장이 팀을 좌지우지할 상황이 별로 없죠.
따라서 감독은 스타감독이 생기지만 단장은 스타단장이 생길 여력이 적죠.
한때 기아에서 단장야구를 하려던 정재공단장을 제외하면... 딱히 단장중에 여러사람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이 적죠.
애패는 엄마
11/10/18 21:13
수정 아이콘
이런것도 경제학을 도입해서 해석이 가능하죠.
분업, 특화 및 교환은 항상 시장 크기에 따라 결정짓는다고들 말하죠.
시장의 크기가 적으니 분업, 특화가 덜 되어있고 교환도 적고 교환이득도 부족하고
분업, 특화가 덜 되어있으니 한 사람이 많은 임무를 소화할 줄 알아야 하고
결국은 종합적인 인물이 필요하다는.
Euphoria
11/10/18 21:47
수정 아이콘
첫줄부터 공감이 전혀 안되네요
은솔아빠
11/10/18 22:30
수정 아이콘
이 차이는 아마도 구단 특성에 기인하지 않나 싶네요.

미국 메이져리그 구단은 기본적으로 구단 자체가 수익을 내서 생존(유지)해 나가는 구조라 야구를 잘 아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고 야구를 잘 할 수 있게 한다면야 '나이와 경력이 뭔 소용'이라는 식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해서 (대표적인게 빌리빈이나 엡스타인)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있지만 우리 구단들은 대그룹에 속해서 홍보단 역할(돈은 못 벌고)을 주로 하다 보니 어떤 측면에서는 '계륵'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예전에는 그룹 고위층 인사에서 야구단으로 발령이 나면 좌천으로 생각한다라는 말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돈도 못 벌어 오는데 성적나쁘면 그룹에 얼마나 눈치보이겠습니까..뭐 아무턴 구단주-사장-단장-감독의 체계에서 역할 분담이 잘 되면 좋겠지만 우리는 우리 식대로의 구단 문화(그룹에 소속된 하나의 기업)가 있는 것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제가 예전에 (지금은 황폐화되어 있지만) 제 블로그에 써놓은게 있는데 관심있는 분은 읽어보세요. 미국식이라면 프로야구단 단장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직업이랍니다. http://blog.naver.com/hwan0770/150099357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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