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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0/12 12:30:44
Name 눈시BB
Subject [일반]  라그나로크 - (1) 예언


"오딘. 때가 되었소."

박제처럼 굳어 있던 눈이 떠졌고, 입이 열렸다. 그 말을 내뱉은 머리는 다시 침묵했다. 오딘은 대답하지 않았다. 숨 가쁘게 날아온 까마귀 후긴에게 모이를 줄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일어섰다.


"Odhin" (1901) by Johannes Gehrts.

"영겁과 같은 시간이었어. 그런데도 되돌아보면 참 짧군. 결국 오는가."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오딘은 여전히 허공을 응시한 채 물었다.

"내가 미운가?"
"언제는 내 감정에 관심을 가졌소?"

어두운 하늘에 퍼지는 너털웃음, 그는 발길을 옮겼다. 머리만 남은 현자 미미르의 입은 다시 닫혔다. 아마 오딘이 다시 부르기 전에는 열리지 않으리라.

----------------------------

아스가르드의 문이 열렸다. 챙이 넓은 모자, 남루한 갈색 옷, 구부러진 지팡이를 들고 문을 나서는 늙은이는 이 곳의 주인, 신들의 왕 오딘이었다. 그의 외출이 이색적인 건 아니었다. 발할라를 세울 때부터 그는 비프로스트를 타고 미드가르드로 드나들었다. 하지만 이번은 주변 신들도 긴장한 눈치였다. 오랫동안 이어졌던 그의 침묵 때문이었다. 거기다 그의 능글맞다 싶을 정도였던 얼굴엔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다. 그를 배웅하는 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은 이 정도였다.

"혼자 내려가시는 겁니까?"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로키라도 데려가시지요."

언제나 기세등등했던 토르였지만 이런 모습에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오딘은 손을 내저으며 로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스가르드 최고의 악동, 언제나 싱글벙글하던 로키도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약간의 웃음이 지나가고, 그는 발을 옮겼다. 긴 여행이 예정돼 있었다.

-------------------------------



오딘이 갈 곳은 미드가르드 어디에도 없었다. 전장으로 간 전사들 사이에 끼어 전쟁을 부추기지도, 그 틈을 타 그들의 아내를 취하지도 않았다. 슬라우프니르는 정말 쏜 살 같이 달렸다. 근처에 있던 인간들도 그가 지나갔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날은 갈수록 추워졌고, 해는 다시 떠오르지 않았다. 얼음과 절망으로 뒤덮힌 니블하임, 그의 적 서리거인들이 사는 곳이었다. 속도를 줄이면서 거인들도 그를 알아볼 수 있었지만 말을 걸거나 덤비는 자는 없었다. 토르조차도 찾지 않던 곳이 니블하임이었다. 원수가 눈 앞에 다가왔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다는 것, 오딘 자신이 느끼던 두려움보다 더 큰 적은 존재하지 않았다.

니블하임의 깊숙한 곳에는 헬의 땅이 있다. 명예롭게 전사하지 못 한 인간들이 가는 곳, 오로지 침묵만이 있는 곳이다. 한 때는 미드가르드에 있었던 그들은 전장에서 죽지 못 했기에 이 곳에서 쓸쓸한 삶을 지속해야 했다.

이 곳을 지키는 개 가름이 그를 향해 으르렁댔지만, 곧 그것을 말리는 소리가 들렸다. 절반은 아름다웠지만 시선은 절로 썩어가는 나머지 절반의 몸으로 향하게 된다. 그녀 역시 그 외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오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이름을 딴 헬하임,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세상에 그녀를 주인으로 앉힌 것은 현명했다. 두 오빠들과는 달리 그녀는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헬하임은 그런 곳이었다.

얼마나 더 갔을까, 슬라우프니르는 멈추었다. 그 앞에는 한 노파가 앉아 있었다. 굽어진 허리는 그것을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쭈글쭈글한 주름에 박혀 있는 검버섯, 열린 입에서는 침이 흘러나왔지만 입을 다물 생각도 힘도 없어 보였다. 이따금 깜빡이는 눈만이 그것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줄 뿐이었다. 오딘은 슬라이프니르에서 내려 그것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올 줄은 알고 있었겠지?"

낡아버린 입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소름끼칠 정도로 맑았다.

"산 자가 이 곳에 들어오면 안 되는 것을 모르오?"

쿵! 거대한 소리가 저승 전체에 울려퍼졌다. 오딘의 창 궁니르는 처음으로 목표를 빗나갔다. 우물거리던 입이 열리며 기이한 웃음소리가 퍼져나왔다.

"어찌 그리 급하신가, 오딘? 말로 그대의 적들을 꼬여서 서로 싸우게 하는 게 당신의 방식 아니었나?"
"나는 지금 장난 치러 온 것이 아니다. 앙그르보다."
"그러시겠지. 좋아. 헌데, 당신의 말을 듣는다면 보상은 뭐지? 로키에게도 버림받고, 자식들이 모두 끔찍한 곳에 갇혀 있는, 이 저승의 구석에서 쭈그러드는 노인에게 신들의 왕께서 해 줄 수 있는 게 있는가."

구부정한 허리가 퍼지고, 썩어가던 발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오딘의 앞에서 눈을 맞추었다. 예언을 지배하는 자, 슬픔을 알리는 자 앙그르보다는 어느새 거대한 몸으로 오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딘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여자에게 당신이 주는 건 하나밖에 없지 않나? 하긴, 이런 모습으로는 안 되겠군."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순간 그녀는 눈부신 미녀로 바뀌어 있었다. 한 오라기의 실도 거치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오딘조차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썩어가는 대지도 그녀가 발을 디딘 순간 되살아날 듯 싶었다. 조금씩 오딘을 감싸는 그녀, 오딘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지만 눈에서 나오는 당혹감만은 숨길 수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름답지만, 여전히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다시 저승에 감돌았다. 주변에 있던 죽은 이들은 다시 몸을 움츠려야 했다.

"늙어버린 것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었군. 지금 그대는 아무도 유혹할 수 없다. 너는 더 이상 강인한 오딘이 아니야. 세계수에 목을 매달았을 때 너의 육체는 한 번 죽었지. 너를 지탱하던 것은 오직 룬의 힘, 하지만... 이젠 그것도 끝이 보이는 것 같군."
"힘은 아직 남아 있다."

궁니르는 이번에도 목표를 맞추지 못 했다. 그녀의 미간에 머리카락 하나도 들어갈 수 없을 곳 앞에서 창은 멈추었다.

"나의 창 궁니르도 마찬가지지."

굳어진 그녀의 표정은 두려움이었을까, 아니면 그것조차도 놀리는 것이었을까. 독백하듯, 그녀의 말이 시작되었다.

"당신의 아들은 죽을 것이다. 또 다른 당신의 아들에 의해. 아스가르드에서는 처음으로 피가 뿌려질 것이다."

한 번 터진 그 예언을 막을 수는 없었다.

"모두 슬퍼하며 그를 떠나보내겠지. 이제껏 신들이 겪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슬픔과 절망이 세상을 뒤덮을 것이다. 그리고 남은 것은 그 때 오는 것 뿐. 당신의 적들은 자기를 묶던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복수의 칼을 빼 들 것이다. 영원한 겨울, 재앙의 겨울이 시작된다. 신들은 물론 그들이 만든 세상도 모두 없어질 것이고 온 세상이 불 탈 것이야. 당신에게 허락된 운명은 거기까지다. 미래를 움직이는 건 당신이 아니야. 당신의 아들이지. 그리고... 그 아들도 당신의 다른 아들에게 목숨을 잃게 되겠지."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지탱하기도 버거울 노파로 되돌아갔다. 말을 한 것으로 모든 힘을 쏟아부은 듯, 자기 앞에 있는 날카로운 창도 무시한 채 땅에 쓰러졌다. 그녀의 숨소리가 잦아드는 동안, 거대한 울부짖음이 헬의 영역을 넘어 니블하임 전체에 울려퍼졌다. 울음은 곧 웃음소리로 변했고, 죽은 이들은 두려워하며 더 어두운 곳으로 파고들어갔다. 공포에 젖은 비명과도 같은, 신들의 왕의 울부짖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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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in, the Wanderer" (1886) by Georg von Rosen

세상의 모든 지혜를 담은 미미르의 샘물은, 그 주인을 잃었음에도 세속의 침범을 허락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 물을 마시려면 대가를 치러야 했다. 모두가 꺼리는 것이었고, 샘물은 여전히 깨끗했다.

그 샘에 처음으로 보상이 주어졌다. 주인을 잃은 눈은 샘물 속으로 서서히 떨어졌고, 대신 한 잔만큼의 샘물을 내놓았다. 오딘은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겉으로는 알 수 없는 많은 일이 그의 머리 속에서 일어났고, 그는 아직도 눈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일어섰다. 모든 것이 여기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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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는 지상 어떤 왕국의 공주였다. 아직 짝을 찾지 못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밤마다 남자가 찾아 오는 꿈을 꾸게 되었다. 낯선 남자, 거기에 쉰내가 나는 늙은이의 손길은 역겨웠고, 꿈결에도 그녀는 거부했다.

어느 날 그녀가 앓아 누운 적이 있었다. 비몽사몽 속에 그녀를 간호하던 유모에게서 비슷한 냄새가 났지만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이후 그녀의 배는 불러 왔지만 그녀는 물론 누구도 그 아이를 지울 생각을 하지 못 했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났지만 어느 순간 없어졌고, 역시 아무도신경 쓰지 않았다. 그 나라는 이웃 나라와 전쟁 중이었고, 아이가 사라진 후 수 많은 전사들과 함께 멸망했다. 그녀는 유모의 뒷모습이 참 초라했었다는 것만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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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딘이 돌아온 후 한동안 들썩이던 발할라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다들 오딘의 한 쪽 눈이 신경 쓰였지만, 미미르의 이야기는 다들 알고 있었다. 거인들과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고, 오딘의 지혜에 대한 집착 역시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런 것이리라 여겼을 뿐.

오딘은 돌아오자마자 발두르를 불렀다. 가장 완벽한 신, 모두의 사랑을 받던 그는 오딘의 후계자로 결정돼 있었고, 토르도 거기에 아무런 불만을 품지 않았다. 오딘이 그 때 했던 말도 늘 하던 말일 뿐이었다.

"아들아, 네가 태어나던 날 아스가르드만이 아닌 온 세계가 네 이름을 속삭였단다."

여행의 피로 때문이었을까. 오딘은 거기서 말을 접었다. 토해내듯 내뱉은 말 역시 평소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기억하거라, 나의 시대가 끝나는 그 날, 너는 왕이 되리라."

발두르는 그에 걸맞는 대답을 했고, 신들은 이를 찬양하며 웃고 즐겼다. 그 와중 로키의 눈을 본 건 오딘의 외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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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은 다 했다. 이제 기다릴 뿐."

미미르의 눈이 떠지고 입이 열렸다.

"그것으로 만족하오?"

오딘은 왕좌에 주저앉았다. 발할라의 꼭대기, 아무런 장식도 없는 공허 속에 그를 지키는 건 두 마리 늑대들 뿐이었다.

"마침내 그 날이 오면, 내 두 팔 벌려 맞이해 주지."

오딘의 외눈이 감겼다.

================================

흐음 -_-a 역시 좀 썼어야 했어요. 해 보려고 하니 제대로 안 되네요. 에이 >_<; 그냥 봐 주세요.

오딘에게 저런 말을 한 게 헬이라는 말도 있고, 그 시기도 약간 차이가 있지만 본문보다는 꽤나 뒤의 일입니다. 이런 사건이나 인물의 성격은 거의 제 동인설정이구요. @_@) 원래 내용에서 너무 벗어나면 추가 설명 달게요. 예를 들면 오딘이 한 쪽 눈 버린 게 이 때인 건 설정이예요. 린드와 그 아들에 대해서는... 뭐 나중에 얘기하죠 -_-a

뭐 댓글에서 다른 분들이 다 설명해 주실 거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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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12 12:45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흥미진진하네요!!!
낭만토스
11/10/12 13:13
수정 아이콘
이제 해외까지 정벅하시려고 하시는군요 크크
김대건
11/10/12 15:16
수정 아이콘
오딘이 너무 멋지게 나오는거 아닙니까 크크 아 영감님한테 반할거같아...
데네브
11/10/12 18:18
수정 아이콘
진지하게 읽다가 깨알같은 메네실 부자 패러디에 빵 터져서 첫 댓글 한번 달아봅니다 -_-;
항상 즐겁게 글 읽고 있습니다~!
진리는망내
11/10/12 21:32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북유럽 신화는 잘 모르는데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볼만한 책이 있을까요?
아틸라
11/10/12 21:55
수정 아이콘
오딘하면 생각나는게
넓은 챙을 접은 모자로 얼굴을 반쯤가린 모습이었는데
저런 사연이 있었군요 -_-;;

그리고 린드를 통해 오딘이 2세를 만들려고 했던거라면..
알프스 건너편 제우스 할배랑은 비교되는 모습이네요
남쪽나라 할배는 뭐 황금비도 됬다가 황소도 됬다가 했으니깐요..

이것도 추운 북쪽동네와 따뜻한 남쪽나라간의 문화의 차이일까요?? 크크
11/10/12 22:01
수정 아이콘
읽다보니 옛날에 연재하던 만화 라크나로크 생각나네요
작가가 게임회사에 판권팔고 연재 중단했던...
이명진 작가가 등장인물을 거의 그대로 베껴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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