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재주가 부족하여 pgr에서는 write버튼만 눌렀다 도로 끄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제게 영향을 많이 끼쳤던 웹툰 하나와 이별하는 날이다보니 무심결에 글을 적어보게 되었습니다.
다소 읽기 힘드시더라도, 부족한 필력이 느껴지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1 이별의 날
제가 즐겨보던 웹툰이었던 "어서오세요 305호와 이별하는 날"입니다. 자그마치 3년 반을 함께했었네요.
처음에만 하더라도 상당히 생소하고 낯선 주제로 만나게 된 웹툰입니다. 첫 회부터 우연히 보게 되었었는데, 당시에는 소재 자체가 심히
거북했고, 그림체도 제 취향이 아니었던지라 스크롤바만 무심결에 스윽 내리고 말았던 웹툰이었습니다.
이 웹툰의 이야기는 저와 전혀 상관이 없어보였고, 공감대를 전혀 이끌수 없었기에 매력을 느낄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상한 작가네, 뜨고 싶어 별 소재를 다 갖다쓰네 하며 넘겨버렸던 웹툰이었습니다.
#2 충격의 날
그러던 어느날, 제 인생에 있어 나름대로 큰 충격을 받을만한 사건을 겪었습니다.
가장 친했던, 허물없이 지내고 있었을거라 생각했던 친구의 "커밍 아웃"..
술자리에서 만났던 친구의 얼굴을 평소와는 다르게 상당히 상기되어있었고, 저는 단순히 취기에 그러겠거니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입에서 "난 ....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마치 해머가 제 머리를 내리찍어누르는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망설이는듯하면서도 끝끝내 말을 꺼낸 친구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안도의 해방감이 어려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그 표정조차도 심히 원망스러웠고, 이해해 줄수가 없었습니다.
허물없이, 숨기는것 없이 함께 동고동락해왔던 가장 친한 친구의 모습에서 자신만 편하고자 제게 짐을 씌우려는 못된 놈으로 보이더군요.
술에 취한 것도 있었지만, 저는 순간 모르게 욕과 함께 주먹을 날리고 말았습니다.
전 전혀 진지하게 고려해보지도 않았던 문제였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을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허나 이제 저는 토론 등에서 관련 주제만 나오면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고 지들끼리 좋으면 됐지 뭘 어떄"라는 쿨가이 포지션을 더 이상
취하기 어려운 입장이 되고야 말았던 것이지요.
전 대인관계가 그리 좋지 못한 편입니다. 연애도 우정도 상당히 좁지만 깊게 사귀는 스타일입니다. 손해도 많이 보구요.
그래서 그런지 "그 친구"가 저를 속이고 살았다는 것에 대한 정신적인 타격을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3 발견의 날
연락을 아예 끊고 산지 몇개월쯤 됐을까요, 웹툰을 깨작거리다가 우연히 다시금 이 웹툰을 다시 발견했습니다.
당시엔 나와는 전혀 상관없던 자극적인 소재나 쓰던 3류 웹툰은, 이제 저에게 있어 가장 공감가고, 관심있게 보게 되고, 하나하나 주의깊게
챙겨보게되는 웹툰이 되었습니다.
39화 각자의 결정 중에서 -1-
제가 이전에 했던 행동이, 캐릭터에 그대로 투영이 되어있었습니다. 작가는 이 캐릭터에 대한 어떠한 평가를 그냥 내려두었습니다.
이해할 수 있느냐, 하지 않느냐의 이분법만으로 사람이 좋다 나쁘다 평가하는건 바보같아서였을까요?
39화 각자의 결정 중에서 -2-
이 장면을 통해서, 저는 그 당시 정신없었던 상황 속을 다시 한번 곰곰이 떠올려보았습니다.
그 때 개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지? 아무래도 웃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왜 웃고 있었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습니다. "정말로 웃고 있던 건 아니겠지..."
#4 선택의 날
웹툰을 보면서, 이들에 대한 상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제 상황을 투영시키면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웃고 있었던 친구의 모습이 웹툰 속 김호모처럼 "정말로 웃고 있었던 것 같지않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돌자,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전화번호부에서 지웠지만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번호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전화는 차마 할 수 없어, 문자를 보냈습니다.
떨리는 손가락을 진정시키며 세글자를 꾹꾹 눌러 보내봅니다.
'뭐해?'// 젠장, 관심있는 이성에게 첫문자 보낼때도 이렇게 떨린적은 없었습니다.
39화 각자의 결정 중에서 -3-
선택은 개개인의 몫이다. 함께 가느냐, 떠나 보내느냐..
#5 화해의 날
그 후의 이야기는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제가 숫기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닌지라, 단순히 인터넷에 글을 적음에도 여기까지
쓴 것도 정말 큰 맘먹고 써서 그런지 몰라도, 이 이상의 이야기는 괜히 민망해지고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그냥 고맙다,앞으로 잘 지내보자,다시 고맙다,아니다,다시 고맙다,그만해 xx놈아... 였던거 같습니다.
뭐 남자들끼리 문자가 그렇고 그런거죠. 화해가 별 건가요.
(이건 여담입니다만, 평소에 주먹을 전혀 안 쓰던 성격이어서 그랬는지, 한동안 상당히 주먹이 아프더군요. 잘못 때렸었나봅니다.)
#6 이별의 날 2
오늘 그토록 저와 연관이 깊었던, 거창하게 말해 제 인생과 가치관을 바꿔놓았던 이 웹툰과는 이별할 날이 왔습니다.
다른 웹툰과는 달리 업뎃 날짜마다 칼같이 보던 습관도 이제는 버려야하겠죠.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이 때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이 웹툰과의 이별은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다가와 제 가슴을 콕 찔렀던 장면으로 마무리 짓고 싶네요.
55화 울었다 中
#6 만남의 날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하면서 아쉬운 마음에 웹툰을 깨작거리다가 실수로 얼룩말이라는 웹툰을 클릭하게 되었습니다.
(아, 이런 장르 아닙니다. 착각하시면 골룸..)
이 우연은 또 새로운 만남이 될 거 같습니다.
무언가를 굳이 가르쳐주려고 하는것 같지 않지만, 또 하나의 배움을 얻을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에 설레입니다.
새로운 만남은 언제나 즐겁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