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앞을 내다보았으나 2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비운의 명품
개발 과정
T-34쇼크가 발생한 이후 4호전차가 75mm KwK 40 L/43 전차포를 장착해 사태를 수습하고는 있었으나, 1941년 11월 25일 히틀러가 독일 병기국에 T-34에 맞대항할 신형전차를 개발하라는 명령을 내린 이후 이 신형 전차의 개발은 독일군 최우선 과제로 자리잡았습니다.
병기국은 다임러 벤츠 사와 MAN사에 30톤 가량의 중량과 강력한 신형 75mm KwK 42 L/70 전차포를 장착하라고 요구하죠. 이 75mm KwK 42 L/70 전차포는 관통력만으로 치면 티거 전차의 88mm 전차포를 능가하는 탁월한 성능을 자랑했으니, 이것을 주포로 선택한 당시 병기국의 결정은 옳은 것이었습니다.
다임러 벤츠 사와 MAN 사는 각기 다른 프로토타입을 발표하는데, 다임러 벤츠 사의 경우 T-34를 거의 카피하다시피한 비슷한 외형에다 여러 가지 결함을 가졌기 때문에 결국 판터의 양산형으로 채택된 것은 MAN 사의 디자인이였습니다.
다임러 벤츠 사의 VK3002(DB), 전체적 외형이나 내부 구조가 T-34와 상당히 유사했습니다.
5호전차 판터 D1형. 디자인이나 전체적인 성능이나 이 편이 독일국방군과 히틀러를 만족시켰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5호전차 판터 D1형은 전체적인 외형이 상당히 T-34와 유사했고, T-34의 경사장갑을 차용했지만 그 차이는 분명했습니다.
우선 포탑이 차체 가운데에 위치하는 전형적인 독일 전차의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었고, 중량과 방어력에서 우세했으며, 뛰어난 로드휠과 최신 서스펜션을 채용해서 이전의 독일 전차의 약점이었던 험지 주행능력도 비약적으로 늘었습니다.
D1형은 20량이 생산되어 전투 임무에 쓰이지는 않았고, 테스트용 전차로 쓰이다가 이후 훈련용으로 전환됩니다. 1942년 12월, 판터의 첫 양산형인 판터 D형이 등장하고, 국방군은 1943년 5월까지 이 판터 D형을 250량, 가능하면 750량까지 양산할 것을 주문합니다.
판터 D형의 생산 때문에 치타델레 작전을 6월까지 끌 정도로 히틀러와 국방군은 판터 전차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너무 단기간에 서둘러 생산하느라 기계적 결함, 특히 변속기와 트랜스미션, 서스펜션의 치명적인 문제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등장한 판터의 데뷔무대는 그야말로 시궁창이었습니다.
자신들이 뭘 타고 가는지도 모르는 불쌍한 전차병들, 이때는 좋다고 달려나갔지요
'그틀은 너무 일찍 불타버렸다. 연료와 오일 시스템 방호는 불충분했고, 훈련부족 때문에 승무원들을 잃었다.'
- 하인츠 구데리안.
쿠르스크의 굴욕을 딛고 재기하다. 하지만...
이 당시 판터의 기계적인 성능은 상당히 불안정해서, 파괴된 207량의 판터 중 상당수는 적에게 격파된 것이 아닌 기관계통에 불이 나 파괴된 것이라 했으니 말 다한 것이었습니다.
판터에게는 다행히도, 이런 기계적 결함은 1943년 8월부터 등장하는 판터 A형에 와서 대부분 극복됩니다. 재디자인된 포탑을 장비함으로서 튕겨나간 포탄이 전차 상면부를 뚫는 숏트랩 현상을 줄이고, 대공기관총을 큐폴라에 장비한 것이 특징인 판터 A형은 이때부터 D형의 찌질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연합군의 무서운 적수로 변합니다.
75mm M6 L/40(39)포를 장착한 기본형 셔먼 같은 경우는 아예 판터의 전면장갑을 뚫지도 못하고 이 맹수에게 씹어먹혀 버렸고, 76mm M1 L/55 전차포를 장착한 장포신 셔먼의 경우도 고속 철갑탄을 사용해야 대적할 수준이었습니다.
T-34같은 경우는 이때 무렵부터 85mm D-5T(Zis-S53) L/54 전차포를 장비하고 있었기에 화력은 크게 뒤지지 않았지만, 장갑 면에서 판터가 우세했기 때문에 판터 G형이 2000m에서 오리(T-34의 별명)를 때려눕힐 때, T-34/85는 500m는 접근해야 판터의 전면장갑을 뚫을 수 있었기 때문에 1대1 승부에서는 판터가 유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 때 무렵부터 생산된 판터에는 독일군이 쓰던 자기지뢰를 연합군이 쓸 까 우려해서 그걸 막기 위해 소위 찌메리트 코팅이라는 표면처리를 하고는 했는데. 연합군이 자기지뢰를 써먹지 않았고, 자기지뢰 방어 능력도 시원찮았으니...... 결론은 '삽질'이었습니다.
5호전차 판터 A형. 2200량이 생산되어 주로 서부전선에서 활약했지만, 전세는 이미 불리해진 후였습니다.
1944년 3월 판터의 세번째 개량형인 G형이 등장합니다. 주 특징은 차체 해치와 많은 전차의 약점이었던 운전병 관측창의 폐지였으며, 이후 운전수 잠망경으로 시야를 더 확보하고, 신형 포방패 장비로 숏트랩 현상을 완전히 제거했으며, 높아진 송풍기를 갖춘 엔진 구획으로 개량을 마칩니다.
이전의 구형 판터들 중에서 수리를 위해 회수된 모델들은 G형의 부품을 이식받았으며, 이것들을 하이브리드 판터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하이브리드 판터입니다, 보시다시피 차체는 G형인데 반해 포탑은 쌍안조준경이 잘 보이는 D형입니다
11전차 사단 (11. Panzer Division)의 차량으로 역시 G형 차체에 D형 큐폴라를 장비한 포탑을 달고 있습니다.
5호전차 판터 G형. 장갑 강화에서나 잡다한 개량에서나 판터의 완성형입니다.
이후의 개량 시도
판터의 개량 시도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서 판터 2나 판터 F형 등의 개량 프로젝트가 존재했지만, 판터 2의 경우에는 취소되어 버리고, F형의 경우는 연구가 종전까지 이어졌지만 양산되지 못한 채 패배를 맞이하고 맙니다.
패튼 박물관의 판터 2, 방호력을 늘리고 쾨니히스티거와 부품 호환성을 극대화해 양산을 쉽게 할 계획이었지만, 차체 하나 달랑 완성하고는 끝나고 맙니다.
5호전차 판터 F형. 1945년 4월에 약간 생산이 되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포탑 핵심 부품의 부재로 인해 실전 참가 기록은 없습니다.
판터의 최대 약점은 바로 생산 수였습니다. 비록 그 생산 단가가 4호전차의 2배를 넘지 않았고, 1944년 경부터 주력전차로 선정되어 양산되긴 하였으나 생산 라인의 교체가 힘들어 종전까지 4호전차와 병행 생산해야 했으며 총 생산량은 D형부터 G형까지 5000여 량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연합군과 소련군의 셔먼과 크롬웰, T-34의 양에 비하면 택도 없는 수준이었고.
결국 독일은 패전을 맞게 됩니다.
5호전차 판터의 파생형
사실 생산되기 무섭게 부랴부랴 투입되기에도 모자란 판터의 양도 양이었기에, 판터의 파생형은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먼저 구축전차로 그 유명한 야크트판터가 존재하고, 50여 량의 지휘전차 판터가 존재합니다. 이 지휘전차 판터에는 지휘관용 무전 시스템이 탑재되면서 기관총이 사라져 상대에게 표적이 되기 쉬웠기 때문에 목재로 만든 가짜 기관총을 부착하고는 했습니다(.....)
5호 지휘전차 판터. 포 옆에 목제로 만든 훼이크(!) 동축기관총이 보입니다.
다른 파생형으로는 전차 회수차량으로 개수된 베르게판터가 있습니다.
전차 회수차량 베르게판터. 하지만 티거같은 중전차를 회수하는데는 전용 회수차량인 베르게티거 아니면 택도 없었습니다.
이외에 파생형 차량은 아니지만 벌지대전투 때 유럽에서 제일 위험한 사나이 오토 스코르체니 대위가 이끌던 SS 소속 판터가 연합군의 눈을 속이기 위해 M10 울버린 구축전차로 위장한 재미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M10 울버린 구축전차....는 개뿔 페이크다 연합군 병신들아!!
판터 전차는 1930년대부터 개발되어오던 다른 전차들의 기술이 모두 집약되었고, T-34의 뛰어난 경사장갑까지 차용한 독일 전차 기술의 결정체였습니다. 그 우수한 기술력과 10년 이상을 내다본 설계 덕에 전후 프랑스를 포함한 상당수 국가가 자국 전차 개발 전까지 판터를 주력전차로 쓸 정도였지만, 결론적으로 판터 전차는 1943년 이후의 악화되는 독일의 상황을 뒤집기엔 모자란 채 2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전차였습니다.
5호전차 판터 스펙(Ausf.D,G)
모델: Ausf D(Ausf G)
중량: 43000kg(45500kg)
승무원: 5명(동일합니다)
엔진: Maybach HL 230 P 30 / 12실린더 / 700마력(동일합니다)
속도: 도로: 46km/h / 비포장 노면: 24km/h(동일합니다)
항속 거리: 도로: 200km / 비포장 노면: 177km(동일합니다)
연료 용량: 730 litres(동일합니다)
전장: 8.86m (동일합니다)
전폭: 3.40m(동일합니다)
전고: 2.98m(동일합니다)
무장: 75mm KwK 42 L/70 전차포 & 2 x MG (75mm KwK 42 L/70 전차포 & 3 x MG 동축, 차체,큐폴라)
탄약: 75mm - 79발 7.92mm - 5100발 (75mm - 81~85발 7.92mm - 4200-4800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