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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9/14 23:10:51
Name 라울리스타
Subject [일반] [챔피언스 리그] AC 밀란, 그리고 알레산드로 네스타가 보여준 수비의 미학
2000년대 초중반, 라 리가 클럽들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가장 무섭고도 얄미웠던 팀들이 바로 세리에 A 클럽들이었습니다. 단순하고도 강력한 펀치를 세차게 몰아치지만 세기가 부족하여 번번히 무너지곤 했던 프리미어 리그, 분데스리가의 클럽들과는 달리 토 나올정도로 단단한 수비력과 몇 명 되지 않는 공격수만으로 펼치는 효율적인 역습으로 번번히 라 리가 클럽들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지요. 경기력이나 점유율에선 진 것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음에도 결과는 항상 반대로 되어 있으니, 세리에 A 클럽들이 얄밉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2003년, 최악의 결승 중 하나로 회자되긴 하지만 AC 밀란 vs 유벤투스로 정점을 찍은 세리에 A는 여러악재가 겹치며 이후 점차 가라앉는 타이타닉호 처럼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고, 09/10 시즌 인테르의 놀라운 트레블을 제외하고는 어느순간부터 챔피언스 리그 상위 라운드에서 세리에 A 클럽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온갖 굴욕적인 패배들과 함께 성적마저 따라주지 않으며 세리에 A 클럽들은 어느새 조롱거리가 되어 있었지요. 한 때 절대적 포스의 상징이었던 네 글자 '스쿠데토' 는 이제 골목대장의 느낌까지 들 정도였으니까요.




헌데 그토록 무섭고도 미웠던 세리에 A 클럽들의 몰락이 기뻐야 했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았습니다. 예를들어 시험공부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문제가 예상보다 쉬웠으면 기분이 좋다가도 한 편으론 무언가 아쉽기 마련이지요. 딱 그런 느낌입니다. 세리에 A 팀들이 나와서 정말 '어떻게 해야 이길 수가 있을까...'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엄청난 수비력과 역습을 보여주어야 그것을 뚫어내는 모습을 보고 희열을 느낄텐데 예전과 달리 너무나 힘없이 무너지곤 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느꼈습니다. 과거 세리에 A 팀들이 보여준 '선수비, 후역습' 축구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아직도 많은 팀들이 자신들보다 강한 전력의 팀을 만나면 먼저 잠근 후 빈틈을 노리는 전략을 사용하지만 거의 제대로 성공하는 팀은 없다고봐도 무방합니다. '수비만' 하는 것과 '수비를 잘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니까요. 최상위급 프로의 세계에선 수비를 잘 한다는 건 단순히 수비와 미드필드 간격을 좁히며 상대를 꽁꽁 묶는 차원이 아닙니다. 그것이 '탈압박'의 최고수인 바르셀로나를 상대로는 더욱 그렇지요. 과거 무리뉴가 인테르 밀란 감독 재직시절 비교적 약팀이라 할 수 있는 제노아의 변화무쌍한 전술적 움직임에 혀를 내두른 것또한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어제 네스타를 중심으로한 AC 밀란이 보여준 기적적인 무승부는 그 동안 '축구를 지루하게 만든다'라고 비난을 받아온 '수비 축구'의 아름다움을 다시한번 보여주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들의 움직임과 패스에 따라 서로의 간격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페드로에게 허용한 동점골을 제외하곤 어느 순간에도 마크맨에 대한 철저한 대안마크를 놓치지 않는 모습, 지역방어를 유지하다가도 위험지역에 공격수가 침투하면 정확한 타이밍에 여러명이 에워싸는 조직력은 과거 2000년대 초반 타 리그 클럽들을 지겹게도 괴롭혀온 그 모습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어제도 언제나 그랬듯이 세계 최고의 창으로써 맹렬하게 AC 밀란의 골문을 위협한 바르셀로나또한 이 날 만큼은 '명품 조연'이었을 뿐이었지요.



적어도 어제 경기 만큼은 AC 밀란은 찬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리에 A가 다시금 부활하여, 타 리그 클럽들의 골치를 아프게하며 더욱더 치열한 유럽 클럽 대항전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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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돈
11/09/14 23:25
수정 아이콘
수비축구는 재미없지만 전술적으론 흥미가 있었는데 어제 극을 보여주는 거 같더군요.
사실 수비축구도 상대의 공격이 날카로우면 재미있는 경기가 되죠.
어제 딱 그랬습니다. 끊임없이 두들기는 바르샤와 단 한번 빼곤 모조리 막아내는 밀란.
정말 대단했습니다. 네스타옹은 옐로카드를 받은 후에 실바를 앞으로 보내고 뒤에서 조율 + 결정적태클만
하면서 플레이하더군요. 그에 맞춰서 미들진들도 더 밑으로 내려와서 견고히 해주고..
어제 메시가 페널티지역에서 네스타의 태클에 막혔을 때 땅을 내리치는 장면이 뇌리에 박혔네요.
그리고 피지컬로 비야와 이니에스타를 최대한 찍어누르고 딱 한번 메시에게 뚫렸지만(그게 동점골이 됐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메시를 막아세우려던 아바테, 훌륭한 수비와 역전골의 주인공 실바
엠비씨스포츠에선 기적으로 폄하하지만 정말 놀라웠던 부스터의 파투..정말 재미있는 경기였습니다.
제로스엠퍼러
11/09/14 23:25
수정 아이콘
AC밀란 확실히 이번시즌도 리그우승 할거같아요.. 판타스틱4가 건재하고 이번 이적시장도 가장 알차게 보내지 않았나 싶네요..피를로가 아쉽기도 하고.. 카카가 돌아왔으면 완벽했을거 같지만 지금도 완벽하네요!
11/09/14 23:32
수정 아이콘
경기 보면서 역시 AC밀란이라는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2년 전인가 레알 마드리드하고 챔스경기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전력은 분명히 아래이고 경기 내용도 거의 압도당하는 수준에서 그걸 서서히 극복해내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급조된 팀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챔피언 본능이 살아있는 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네스타는 말할것도 없고 시도로프와 잠브로타가 바르셀로나의 압박을 한번씩 슬쩍 벗겨내는 장면을 보면서 참 놀랍더군요.
몽키.D.루피
11/09/14 23:37
수정 아이콘
어제 캄프누 아니었나요? 캄프누에서 2대2면 사실상(기분상) 이긴거나 마찬가지죠. 밀란 대단하네요.
너는강하다
11/09/14 23:39
수정 아이콘
리그 개막전(라치오전)만 해도 네스타의 노쇠화가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역시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경기였습니다. 특히 메시를 막아내던 절묘한 슬라이딩태클의 타이밍...
Alexandre
11/09/14 23:40
수정 아이콘
진짜 요새 바르셀로나는 메시 없으면 큰일 나겠더군요. 메시 없으면 강팀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야 메시가 바르샤빨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지난 챔스부터 올 시즌 엘클 보면서 느낀건데 진짜 메시없으면 바르샤의
극강모드는 나오기 힘들겠더군요. 메시가 정말 대단합니다. 그 메시를 막은 네스타옹(?)은 아름답기까지 하더군요.
Dornfelder
11/09/14 23:43
수정 아이콘
밀란의 멤버들을 보니 추억이 되살아 나더군요. 네스타 시도르프 잠브로타 등등.. 언제쩍 선수들인데. [m]
릴리러쉬^^
11/09/15 00:16
수정 아이콘
바르샤가 현존 최강이 맞긴 맞나 보군요.
비록 바르샤의 홈이긴 했지만 어찌됐든 이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찬사가 나오다니..
아무튼 밀란은 제가 좋아하던 이태리클럽들의 모습을 오랫만에 본거 같아서 좋았습니다.
유로2000때 토나오던 네덜란드의 공격을 끝까지 막아내던 이태리의 모습이 떠오르던 경기였습니다.
잔혹한여사
11/09/15 00:28
수정 아이콘
메시란 존재 자체가 사기죠. 메시 없었으면 이니에스타, 사비 만으로는 AC 밀란을 상대로 밀렸을 거 같습니다.
골도 넣지 못했을 거 같더군요.
11/09/15 00:32
수정 아이콘
세리아팀들의 전성기때의 경기력을 되찾은 밀란을 보니 너무 재미있더군요.
11/09/15 00:42
수정 아이콘
저도 2000년대 초반 가장 싫어했던 게 이탈리아 축구와 세리에였습니다.
수비축구가 싫어서 통곡의 벽이니 원제로 축구니 하며 팬들이 찬사하는 것도 굉장히 싫었었고
위닝에서도 '세리에 팀은 절대 안해' 했는데(어려서 유치했습니다ㅠ)
요즘엔 글쓴분처럼 왠지모르게 세리에에 정이드네요. 네스타가 뛰는 모습도 뭔가 짠하고요.
아나이스
11/09/15 00:50
수정 아이콘
세리에 팀들이 이런 경기력 많이 보여주면서 다시 부흥했으면 좋겠네요. 내 FM 첫 팀인 AC밀란 ㅠㅠ
Francesc Fabregas
11/09/15 00:54
수정 아이콘
정말 멋졌습니다. 메시가 그렇게 막히는거 첨은 본거 같았어요
보면서 클래스는 영원하다는걸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성스러운분노
11/09/15 00:58
수정 아이콘
정말로 2000년 초반부터 유럽축구 보신분들은
세리에A 팀의 전력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가 있을겁니다.
정말 당시 챔스에서의 세리에A팀들이 가지는 무게감이란...
(아직도 기억에 남는 0203 레알대 유벤투스의 경기가 기억에 남네요.
갈락티코군단의 파상공세에 정말 미친듯히 안뚫리는 수비진..)

그런 강했던 시기 당시 선수들이 살아있는(.....) 팀인 AC밀란의 힘을 봤습니다.

아 정말 이맛에 축구보는것 같아요~^^
11/09/15 00:58
수정 아이콘
밀란도 트레블 한번 해봐야죠
Demon Hunter
11/09/15 01:50
수정 아이콘
밀란 빠로써 바르샤와 비겨서 다행, 기분 좋다 라는 감정을 느끼면서 묘한 느낌이 들지만...

예술 태클의 철벽 네스타옹과 세계 탑 센터백 티아구 실바에 [챔스 때도 리그처럼 해줄] 즐라탄과 아직 성장 중인 파투, 미래의 캡틴감 아바테 탄탄한 수비를 보여주는 반 봄멜 이번 시즌 잘 해줄거라 생각합니다.

주장인 암락옹과 가축소 옹이 점점 폼이 떨어지는게 좀 걱정이긴 하지만,

미들진만 프린스나 아퀼라니가 각성해주거나 겨울에 거물급 영입만 있으면(딱히 매물이 없어 가능성이 낮지만..) 챔스 우승도 노려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기대되는 시즌입니다.(스쿠데토는 기본!)

써놓고 보니 피를로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아쉽네요. 진짜 제일 좋아하는 선수고, 밀란에 창의성을 불어줄 유일한 선수인데 흑흑
11/09/15 03:33
수정 아이콘
추억을 되살려보자면 멤버 이름만 봐도 토나오는 전성기 밀란 수비진 상대로 박지성이 골을 넣을 줄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흐흐-
눈물의 싸이오
11/09/15 04:48
수정 아이콘
AC밀란도 대단하지만 전통적으로 이탈리아 축구하면 수비죠~ ; 90년대 부터 이탈리아 축구 를 좋아했고 프랑스,브라질처럼 스타공격수가 별로 없고 스페인처럼 화려한 미드필더의 플레이는 부족할지몰라도 전체적으로 끈끈한 수비중심 축구하면 역시 이탈리아고 세리아A 죠 ~
켈로그김
11/09/15 09:05
수정 아이콘
이탈리아 살아나는 분위기인가요..
더 재미있겠네요..;
Go_TheMarine
11/09/15 11:24
수정 아이콘
으으....진짜 7공주시절부터 2000년대 초중반 세리에a는 너무 싫었습니다.
00유로 4강전 네덜란드가 이탈리아에게 졌을때도... 어휴......
레알이 0203때도 4강에서 잡힌것도 어휴.........
그리고 전설적인 밀란의 사기수비진도 어휴......
이탈리아는 축구 제일 잘하는 사람을 수비시키는 줄 알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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