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일단 크롬북이 뭔지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크롬북'은 윈도우나 매킨토시 등 일반적으로 PC에 사용되는 OS가 아니라 '크롬OS'라는 독특한 OS를 사용하는 노트북을 의미합니다.
'크롬OS'도 생소하게 느껴지시겠죠? 간단히 이야기하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크롬 웹브라우저'만 탑재한 OS를 말합니다...만 감이 잘 안 오시겠죠.ㅠㅠ
크롬OS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제가 하는 것보다
http://tmr.so/pyKbhN 이 링크에 들어가서 한 번 읽어보시는 게 더 빠를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삼성 크롬북의 출시 기사가 떴고, 그에 대한 리뷰 및 사용기들이 하나 둘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당연히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리뷰들이 삼성체험단에서 쓰여지는 호의적인 리뷰들인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삼성 크롬북 출시 기사를 보자마자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를 외쳤습니다.
원래 삼성빠(겸 애플빠 겸 MS빠-_-)였던 저는 몇 달 전에 갤S2를 구매하면서 '구글빠'의 속성까지 획득했고(...)
최근 구글Docs나 네이버N드라이브 등을 점점 많이 활용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의 매력을 한껏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가정한 '구글'크롬OS를 탑재한 크롬북을 내놓는다는 소식은 저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들려왔습니다.
크롬북에 대한 어떤 능력자님의 글이 올라오길 내심 기다리고 있다가, 포기하고 제가 먼저 선수를 치기로 했습니다.ㅠㅠ
라이트 유저(평범한 비IT계열 공대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크롬북의 장단점과 전망에 대해 적어 보겠습니다.
(일단 제가 쉽게 덤벙대는 성격이라 전자기기의 크고 작은 AS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삼성 제품을 선호하는 편입니다...만
이건 '크롬북'이라는 개념과는 관련이 없겠죠.^^;)
1. '시간'
크롬북의 가장 큰 장점들을 (살짝 억지로?) 한 단어로 요약하면 '시간'이라는 키워드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1-1. 지금 시연되고 있는 크롬북 모델은
부팅시간이 10초 안쪽, 대기모드에서 깨어나는 건 2초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다른 노트북에서도 돈을 쳐바르면 이와 비슷한 수준의 대기시간이 가능하긴 하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비슷한 가격대에서는 비교 불가능이겠죠.)
이 정도의 대기시간은 핸드폰을 제외한 일반 전자기기에 뒤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덕분에 크롬북은
사용자들에게 다른 노트북들에 비해 높은 편리성과 강력한 웹접근성을 제공합니다.
1-2. 현재 삼성 크롬북의 스펙을 보면
6셀 배터리를 채용해서 8.5시간의 사용시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스펙상의 수치이니 일반적인 형태로 사용하면 좀 더 줄어들겠죠.(아마 6시간 정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는 분명히 큰 메리트이긴 한데, 실은 이 정도의 지속시간은 웬만한 넷북에서도 제공하고,
이보다 더 긴 지속시간을 제공하는 넷북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이 부분은 크롬만의 장점이라고는 할 수 없겠죠.
1-3. 웹브라우저로서의 크롬의 속도는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거기다가 OS 자체가 잡아 먹는 리소스도 다른 OS에 비해 훨씬 적을테니,
다른 OS에서 크롬을 사용하는 경우보다도 좀 더 빠른 속도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4. 크롬OS는 다른 OS에 비해 단순하고 직관적이기 때문에,
그 기능을 대부분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을 것이고, 이것은 라이트 유저들(특히 유년층/노년층)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을 위해 '다양한 기능'을 포기하긴 했지만, 그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따로 얘기해보겠습니다.
2. '클라우드 컴퓨팅'
우선 클라우드 컴퓨팅이 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말하면
'네이버N드라이브나 구글Docs처럼, 기존에 개별 PC에서 수행하던 작업을, 웹서비스 업체의 (허벌나게 많은)서버에서 대신 수행하는 서비스'
라고 할 수 있...으려나요?^^; 역시 자세한 설명을 원하시면
http://tmr.so/eYPSHn 이 링크로 들어가주세요.
크롬북은 '클라우드 컴퓨팅'만을 노리고 나온 최초의 노트북 기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름 상징적인 존재이죠.
클라우드 컴퓨팅은 장점과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론상' 개별 컴퓨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해결할 수 있죠.
광고나 리뷰들도 은근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구요.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2-1.
크롬북에서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능은 다른 OS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에 준하는, 비슷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가 아닙니다. '완전히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크롬OS에서 제공하는 기능(중에서 OS 고유의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은 전부 다른OS에서도 크롬 브라우저를 설치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벌써 몇 만개 이상 만들어진 어플들'은 크롬OS만의 장점으로 볼 수 없습니다.
2-2. 오히려 크롬OS는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대부분의 것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모토 아래, 자체 PC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대부분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클라우드 컴퓨팅에 특화되었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상 크롬OS는 (과장을 좀 섞자면)
'클라우드 컴퓨팅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는' OS입니다.
당장 삼성 크롬북만 해도 16기가 SSD로 빠른 속도를 확보했지만, 사실 요즘 16기가 그거 누구 코에 붙입니까? 아이폰 저장공간이 그만큼은 되는데요.
노트북치고 터무니 없이 적은 용량도 걸리지만,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출시된 윈도우즈나 매킨토시용 프로그램들을 하나도 설치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수많은 어플리케이션들이 나오겠지요. 하지만 '고작' 어플리케이션일 뿐입니다.
설령 MS공인 오피스 어플이 나온다고 해도 기초적인 수준일 것이고, 윈도우즈용 MS오피스의 그 화려하고 다채로운 기능들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포토샵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비슷한 것도 향후 몇 년 간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2-3. 그렇다면 크롬OS의 클라우드 컴퓨팅은 메리트가 없는 것이냐...
그저 작은 크기와 낮은 사양, 빠른 부팅속도, 긴 배터리 지속시간을 허락해준 데서 만족해야 하는 것이냐... 하면
저는 분명히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크롬OS가 가지고 있는 기능의 (의도된!) '제한'과 '불편'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클라우드 컴퓨팅에 익숙해지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이제 일반인들 중에서도 어느 정도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그것을 잘 활용할 줄 모르고, 알아도 딱히 열심히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럴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네이버N드라이브나 구글Docs 등을 사용하면 편리하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지만 잘 쓰지 않게 됩니다.
당장 내 옆에는 수십기가 바이트의 USB메모리가 있고 내 컴퓨터에는 기능 빠방하고 외관 샤방한 MS오피스가 깔려 있기 때문에 굳이 인터넷에까지 접속해서 성능도 후진 그런 서비스를 쓸 필요를 못 느끼는 거죠.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해보면 이게 진짜 유용하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내가 집에서 데스크탑에서 작성하던 문서를 굳이 USB로 옮기지 않아도 버스 안에서 노트북에서 이어서 작성할 수 있습니다.
작성하다가 놋북 배터리가 떨어지면 '에이 씨' 한 번 외쳐 주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 꺼내서 구글Docs에 접속하면 이어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기기간 동기화를 통해서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이제는 애초에 동기화 자체가 필요 없습니다. 웹에 다 있으니까요. 진정한 유비쿼터스의 시작이죠.
(사실 이 글도 절반 이상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틈틈히 작성한 것을 PC로 마무리한 것입니다)
크롬북을 쓰다 보면 자연히 그런 시스템에 익숙해질 것이고, 결국 사용자는 '단순히 사용할 줄 아는 수준'을 넘어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전자기기들의 활용도를 크게 향상시키고,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더 편하게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크롬북의 또 하나의 큰 메리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윈도우즈나 매킨토시에서도 할 수 있지만,
크롬북은
'의도된 불편이 가져다 주는 더 큰 편의, 의도된 제한이 가져다 주는 더 큰 자유'를 사용자들에게 안겨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나라에 관계 없는 일반적인 특징들이었습니다.
이번 항목에서는 '그렇다면 한국에서 사용하기엔 어떨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3-1. 역시 Active-X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죠. 한국 인터넷 환경은 그놈의 Active-X로 덕지덕지 도배가 되어 있는지라,
아직까지는 IE를 배제한 상태에서 인터넷을 100%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못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웹브라우저라고는 오직 크롬 밖에 안 들어 있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는 크롬북은 불리한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뱅킹이 거의 불가능하는 점이 피부로 와닿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크롬 등 기타 웹브라우저에서도 인터넷뱅킹이 가능하도록 고치고 있는 것 같고,
그 밖의 사이트에서도 Active-X가 아닌 방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바꾸려는 노력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네이버 뮤직이나 다음 뮤직 같은 경우가 그렇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일상적인 수준의 웹서핑은 IE 없이도 어느 정도 가능해지고 있고, 앞으로도 점차적으로 그렇게 바뀌어 갈 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물론 공공기관 웹페이지는 한동안 기대하면 안되겠지만요.ㅠㅠ)
3-2. 크롬북은 통신망에 접속하지 못하면 거의 젬병일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무선망 접근성이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다행히 한국은 무선망 접근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전국적으로 3G망이 깔려 있고, 4G망도 열심히 깔리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3G 데이터 통신을 WIFI 신호로 변환해서 사용할 수 있고,
4G Egg 등을 휴대하게 되면, (장소에 따라 차이가 크겠지만) 거의 무선 공유기가 따라다니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미 현실화되어 있구요)
즉, 지하나 깊숙한 곳으로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크롬북을 언제든 인터넷에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습니다. (꼭 크롬북 내부에 3G나 4G 통신 장치가 들어가지 않더라도요)
3-3. 저는 여기다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은데,
바로
우리나라 네티즌들 사이에 만연한 '유료 콘텐츠의 무상 다운로드' 습관은 크롬북에서는 쉽게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작권 있는 컨텐츠를 불법으로 다운 받는 한국 네티즌들의 행태는 매우 심각합니다.
꼭 한국만 그렇겠느냐... 싶지만 한국 상황은 외국에서도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즐기고 싶은 유료 컨텐츠가 있으면 '돈 주고 사자'라는 생각이 들기 이전에 토렌트나 그 밖의 웹하드를 뒤지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우니까요.
하지만 크롬북에서는 그것이 더이상 자연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일단 토렌트 같은 것도 여의치 않을 거고, 으레 Active-X를 요구하는 웹하드도 이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거기다가 크롬북의 적은 용량은 딱히 드라마 한 시즌 다운받기도 벅차죠.^^;)
4. 결론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긴 글을 쓰게 되어서 횡설수설한 감이 있지만ㅠㅠ 어쨌든 결론을 내려 보겠습니다.
4-1.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적어도 한국 환경에서는 크롬북을 유일한 PC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이고, 별도의 PC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휴대 용도로, 보조 용도로 크롬북을 구매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가 될 것 같습니다.
4-2. 위 항목은 은근히 '넷북'을 생각나게 하는군요. 하지만 넷북과 크롬북은 상당히 다릅니다.
일단 넷북은 일반 데탑이나 노트북과 동일한 OS(대표적으로 윈도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넷북만 가지고도 잘만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크롬북은 기존 PC를 대체하기는 아직까지 무리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그런데, 그 이유는 한국의 많은 사이트에 발라져 있는 Active-X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 네티즌들이 (돈 주고 산 사람은 별로 없으면서-_-) 윈도우용 고급 소프트웨어들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반대로 크롬북이 넷북에 비해 오히려 캐릭터와 타겟이 분명하다는 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넷북을 사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성능'에 대한 고민을 하기 마련이고, 그러다가 노트북으로 결론을 내리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크롬북은 애초에 '기존 PC들의 보조역할+휴대용'이라는 캐릭터가 분명하고, 정말 그 캐릭터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긴 배터리 지속시간, 짧은 부팅 시간, 빠른 속도 등...) 넷북에 비해 분명한 용도와 타겟으로 어느 정도 수요층이 형성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3. 이건 옵션인데, 인터넷 뱅킹 같은 경우는 사실 크롬북에서 지원하지 않더라도 다른 대안이 있습니다.
요즘 스마트폰 어플들이 인터넷 뱅킹을 지원하고 있죠.
물론 그 인터넷 뱅킹 어플들을 사용하려면 IE를 통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메인 PC를 따로 가지고 있을 거라면 그 부분은 해결이 가능하죠.(발급 받을 때 한 번만 필요하니까요.) 아무튼,
휴대용 노트북이 꼭 인터넷뱅킹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충분히 가능한 시대가 되었고, 이것은 크롬북의 단점을 일부 보완해주는 것 같습니다.
5. 맺는 말
(우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크롬북 좋을 것 같아요'를 외치고 있지만, 사실 크롬북을 사는 것은 좀 미뤄두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사는 것은 베타테스터를 자청하는 것 같아서요.ㅠㅠ
다행히 얼리어답터 같은 욕심은 없는지라 이게 한국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관찰해보고 구입하려고 합니다...라고는 하지만,
돈 생기는 순간 그냥 지를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데탑은 없고) 메인으로 쓰는 노트북이 너무 거추장스러워서,
하루 빨리 크롬북을 사서 노트북은 방에 놓고 크롬북을 갖고 다닐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크롬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글 읽고 드는 생각들, 특히 정정/지적해주고 싶은 부분들이 있다면 가차없이 어택을 날려주세요.ㅠㅠ
(어디까지나 라이트유저의 입장에서 쓴 글이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자존심은 요만큼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