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시대다. 적어도 사람이 가장 자유로운 시대를 꼽자면, 오늘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은 촘촘히 세워진 사회 때문에 가장 자유롭지 못한 시대같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유롭다고 느낄것이다. 적어도 누구에게든지 우리는 '존중'을 외치는 자유를 가지게 되었다.
훈련소를 약 열흘 앞두고, 일하는 카페의 직원을 새로 뽑게 되었다. 사람의 이기심이란 이다지도 잔혹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어차피 공익근무라 1달뒤면 허락하에 짬짬히 할 수 있는 일인데 1달만 일해줄 사람 없을까 하는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집에서 걸어서 5분도 안되는 거리에 내가 좋아하는 커피도 실컷 마시며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아르바이트 치고는 급여도 괜찮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딘가에서 강한 목소리로 '자본철폐'를 외치지는 않게 되었다. 친구 중 한명은 사업을 시작했다. 그 친구는 종종 내게 사업의 비전에 대해 묻는다. 나보다 뭐든 잘 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가 내게 무언가를 물으러 올 때마다 부끄럽고 무안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나는 이미 자본주의에 강력히 속해있는 구성원이 되어있다. 노동의 가치나 빈곤의 원인 혹은 자본의 더러운 것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동일한 입장에서 비슷한 분노를 느끼지만 그 너머의 이상과 지금은 조금 거리가 더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세상 모든 일에도 천원짜리 한장이 아쉽다는걸 알게 된지는 벌써 수 년이 지났건만 나는 이제서야 정말 돈이 없는 상황이란 내 생각보다 훨씬 힘겨운 상황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 친구의 사업은 사회적 공익에 이바지 함과 동시에 대기업의 횡포 바깥에서 소득을 올리는 것들에 착안하여 사업 모델을 만들어왔다. 예전 같았으면 그래봐야 자본주의다 라며 비판했을 내가, 이제는 사업성이나 이윤창출, 소비동인이 모자라다며 더 벌기 위한 이야기를 꺼낸다. 이토록 빠른 변질에 친구 앞에서 말문이 자주 막히고는 한다.
나는 많은 꿈과, 많은 이상이 있었다. 꼭 남기고 싶은 마음들을 글로 쓰고, 꼭 전하고 싶은 마음들을 노래한다. 세상에 벌어진 비겁하고 나쁜, 그러나 누구도 나쁘다고 하기 어려운 일들에 대해 화내고 나를 깎아 남의 웃음에 기여하는 그런것을 바랬다. 돈은 돈대로, 그러나 삶은 삶대로 라며 내 삶에 가치있는 일을 하겠다던 내가 있다. 꺾이지 않은 마음이건만 조금씩 서랍안에 쟁여놔야 한다는 것을 느낄때마다 나도 시간과 함께 흐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상을 마주하는 것은 힘들다. 나는 그 동안 조금이나마 내가 가진 철학-이라고 거창히 말할것도 아니다만-에 일관성 있는 삶을 살고자 했다. 번번히 등장하는 갈등과 선택에서 그 일관성을 지키고자 했고, 얻은것과 잃은 것이 생겼다. 그러나 내 이상을 향한 갈망은 생각보다 단단하지 못했는지, 혹은 그러지 않았는지. 점점 물렁물렁 해지고 이젠 물처럼 출렁거리는 내가 있다. 꿈이나 이상을 버린 적이 없다고 매일같이 말하지만, 꿈이나 이상을 위해 쓰는 시간보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쓰는 시간이 늘어남에 조금씩 절망이 붙는다. 이상을 피하지 않는다는 것이, 꿈을 끝까지 믿는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는 당연히 될 것이라는 믿음을 의심하지 않는 '강함'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남들이 '믿으면 이루어진다' 는 말에 코웃음을 치지만, 사실은 정말 그것을 의심치 않기 위해 가지는 마음가짐은 얼마나 단단하단 말인가.
세상은 넓다. 자유롭다. 그렇기에 너무나 많은 정의가 도사리고 너무나 많은 혼란도 함께 있다. 나는 내가 바라볼 지평선이 흔들림을 느낀다. 사람을 이해할 때 마다 매번 성장을 핑계로 댄 무너짐을 느낀다. 언젠가는 이러한 것들을 꼭 소설로 써 보겠다고 마음을 먹어본다. 언젠가는 이러한 시간을 꼭 노래하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렇지만 그것들 보다 하루라도 더 출근해서 몇 만원을 벌지 않으면 숨이 턱턱 막혀온다는 공포가 내일 일어나게 만드는 힘이 된다는 것이 싫다. 이상과 마주해가는 길에서 난 벌써 옆으로 새어나가나보다. 한심하게도..
대체 뭐가 자유롭다는 말인가.
"딩동"
이 시간에 치킨을 먹음으로써
난 자유로워지리라 믿는다.
으적 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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