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는 강원도 고성의 22사단으로부터 금년 금월 12일에 만기제대한 예비역 병장입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 입대 할때는 정말 눈 앞이 캄캄했죠.(생각하기도 싫은 그날입니다)
그간 정들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한 통씩 돌리고, 비오던 입대 날 아침 춘천의 어느 카페에 앉아서 아버지와 커피를 마시던 그 때
아버지가 한 마디 하셨습니다.
"네 장래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군대에 있는 동안 차근차근 곱씹어 가면서 생각을 해보았으면 한다."
네, 그렇죠.. 그래야죠.. 라고 대답하고는 그 이상 별 말씀을 드리지는 않았습니다.
제 딴에 저는 제 나름대로의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굳이 군대가 아니라도 혼자서 생각할 시간은 많다고 여겼으니까요.
실제로도 저는 제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은 편입니다. 남들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가고 싶은 욕심도 있고, 미래에 대한 준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던 터라, 혼자 있는 시간이면 10년~30년의 인생계획을 여러개 세워보고는 했었죠.
그렇기에, 그때 아버지의 말씀이 너무나도 진부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으레' 듣는 말씀이겠거니 했드랬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군에 입대해서야 알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저는 너무나도 어렸고 제가 꿈꿔왔던 인생계획은 종잇조각과도 같은 허구였다는 것을.
그중에 생각나는 인생계획이 있다면 대략 이러하였습니다.
제대 후 여름방학에 계절학기와 아르바이트 -> 2학년 2학기 -> 3학년 1학기는 파견학생으로 스페인or남미(아르헨티나, 칠레 혹은 콜롬비아) -> 뜻이 다하지 못했다면 한 학기 더 체류하여 공부 or 이룬것이 있다면 돌아와서 3학년 2학기 -> 방학때 계절학기와 KOICA 인턴 -> 4학년 1학기 -> 방학때 FIFA'S PLAYER AGENT LICENSE획득 -> 4학년 2학기와 함께 스페인으로 갈 채비와 자금 마련 -> 5학년..을 해야하나 휴학 후 마드리드로 건너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인턴(-_-;) 혹은 국제 에이젼시 취직...
지극히 단편적인 부분입니다. 사실 저는 하고싶은게 정말 많거든요. 어쨋든,
그 당시에는 엄청난 디테일을 자랑하는 인생계획이라면서 좋아했드랬지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일병이 된 후 우연히, 이 인생계획이 적힌 종잇조각을 눈 내리는 어느날의 GOP에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 때 느낀 절망감은 말로 다할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이건 무슨 소설이야?'
.......미칠것 같았습니다. 그냥 저는 지금껏 꿈만 많고 능력은 쥐뿔도 없는 '소설가' 였구나.. 싶었습니다.
뭐든지 '된다'라는 가정 하에 쓰여진 계획일 뿐이지, '되기위해' 어떤 것을 어떻게 준비해야 겠다는 세부사항이나 '안된다면'을 예상하고 플랜B, C를 만들거나 하는 노력이 선동렬 감독님의 전성기 방어력(!!!) 만큼도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 동안을 멍하게 지냈습니다. 눈은 치워야 하고(물론 뒤돌아 보면 데자뷰;;) 나라도 지켜야하고, 또 청소도 해야 했거든요.
그렇게 때는 흐르고 흘러 어느덧 GOP철수의 그날도 지나가게 되고, 짬 좀 먹었다는(풉) 상꺽이 되었습니다.
그 때 저는 다시금 우연히 제 인생계획이 적힌 메모를 보게됩니다.
...어라?
이번에는 느낀 바가 조금 달랐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죠.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건 자괴감과 무력감에서 비롯된 나약한 생각이었다...라고 누군가가 얘기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네 장래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군대에 있는 동안 차근차근 곱씹어 가면서 생각을 해보았으면 한다."라고 하셨던 아버지의 말씀이 이제서야 제 가슴에 와닿는 순간이 도래한 거죠.
아..... 그때 그 말씀이 왜 이제서야 기억이 났던가... 하는 속죄와 함께 다부진 각오를 하였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매일 밤을 연등으로 지새웠습니다. 보고싶은 여자친구에게 편지도 쓸 겸, 내 미래를 위한 초석도 다질 겸, 항상 내 생각을 정리하고 또 후임들과 나눌 겸 해서 말이죠.
그렇게 보낸 말년, 그리고 5월 12일이 되서 저는
제대를 하였습니다.
사실 하고싶은건 그때나 지금이나 '많습니다'. 이룬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2년동안 멈춰있던 평범한 여느 23살입니다.
하지만 저는 더이상 꿈과 미래에 대해서 절대로 기만하거나 가볍게 여기거나, 뜬 구름을 잡지 않을 수 있습니다.
2년간 '미니 사회'라고 일컫어지는 군대에서 배운 것들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생각과 가치관을 다듬을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그 한마디와, 충분한 시간이 토대가 된 것이 컷던 것 같습니다.
....쓰고 나니까 이글을 제가 왜 쓰게되었는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허허허허허;;;
갑자기 부끄럽습니다. 그러니까....
이만 사라질게요 슝!!
P.S : 모든 20대들 화이팅! 자라나는 10대들도 화이팅! 이미 올곧으신 30대 40대 분들도 화이팅입니다!!(그렇다고 제가 50대 이상 분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왠지 안계실 것만 같아서 흐흐)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저도 군입대가 얼마 안남았네요. 저도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형감 때문에 고생했었죠. 꿈을 높게 가져라-는 류의 멘트를 보면서 님과 같은 디테일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고 실패도 겪으면서 차가운 현실 앞에 쪼그라들기도 하고...
최근에 읽었던 '실행이 답이다'라는 책에서는 '규정'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보고 큰 존재로 규정지으라고 말하네요. 긍정적 생각 잃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긍정적 생각은 자신의 가진 능력은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주고 능력을 보다 빨리 향상시키도록 도와주거든요.
아무튼 사회 돌아오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같이 화이팅!! (빨리 군대나 갔다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