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내가 대학교에 막 입학하고 처음 경험하는 중간고사가 얼마남지 않았던 어느날
짜증나는 시험만큼이나 감기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서 내가 좋아하는 동기A를 만났다.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며칠 남지 않은 시험공부한다는 핑계로 A의 학교 도서관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지만 공부는 전혀 되지 않았다.
하긴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있었으니.
"나도 빵!"
A는 친구가 빵을 먹는 것을 보고 외쳤다. 나는 어차피 공부도 안되는데
빵이나 사다줘서 점수 좀 따볼까 하는 생각에 자리를 옮겼다.
감기 덕분인지 빵집까지 가는 길에서 느껴지는
바람이 너무 차다.
A가 좋아했던 빵이 뭐였지? 뭘 사다줘야 잘 사다줬다고 소문이 날까?
"난 생크림빵을 좋아해"
A가 예전에 친구 생일 선물로 케잌을 고르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빵가게에 있던 모든 생크림 빵 종류를 하나씩 골랐다.
좋아해야 할텐데,
우유를 사야하나? 커피를 사야하나?
에이 모르겠다. 그냥 다 사가자.
그렇게 내가 빵을 사서 도서관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길. 옆에 커플들이 지나간다.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감고, 여자는 남자의 허리를 감고 있다.
큭.....부럽다. 나쁜 것들!
뒤에서 이를 지켜보는 싱글의 심정은 전혀 생각지도 않나보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A가 보이지 않는다.
빵 사러가기 전까지는 로비에서 친구들과 떠들고 있었는데
그새 공부한다고 들어간 모양이다. A에게 전화를 했다.
"빵..........먹을래?"
순간 너무 부담스러우려나?라는 생각과 함께 A와 항상 같이 다니는 B도 생각났다.
"옆에 있는 B랑도 같이 나와"
제 2열람실의 문이 열리고 두리면 거리는 A가 보인다.
표정이 부담스럽다는 표정. 거기에 더불어 B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아..괜히 사왔나?
"맛없어?"
"아니 맛있어. 근데 너 공부는?"
찔린다. 아직 책도 다 안봤는데 괜히 헛 짓해서 구박만 받겠구나.
빠져나가야겠다.
"나 도서관에서는 공부가 안되는 거 같아. 집에 갈련다. 안녕~"
급하게 도서관에서 빠져나왔다.
괜히 사갔나? 아아아아아 바보 멍충이. 넌 왜그리 멍청하니. 그냥 공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학교 정문을 지나 사거리에 도착해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A에게 전화가 왔다.
"빵 맛있었어. 고마워"하며 수줍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웃는다.
괜히 A가 전화하며 웃는 모습이 생각난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A가 미소지으며 웃는 모습을 상상하는 걸 멈출 수가 없다.
그때 한줄기 바람이 내 귀 옆을 지나간다.
시원하다.
온종일 나를 괴롭게 하던 감기가 떨어져 나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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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전역하고 복학해서 관심있던 후배 여자애랑 같이 강의실에서 공부했던 때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그때 그친구가 아침에 먼저 강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도대체 난 간식거리로 뭘 사가야 하나 정말 엄청나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4월 말이었는데 일부러 좀 어울리지 않게 귤을 사갔더랬죠. 하우스 귤.
자기 귤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냐면서 한참 분위기 좋았던 적이 있었더랬죠....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