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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03/25 00:55:19 |
Name |
Kemicion |
Subject |
[일반] 다음에 봐요 |
그렇게 그녀와 나는 꼭 잡은 손을 놓으며 못내 아쉬운 이별을 했다.
몇 달간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감내하고, 마침내 기적적으로 두 개의 마음이 만났을 때.
그 찰나의 순간만큼 사람의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찰 때가 있을까.
현실은 간단했다.
'조금은 철들은 어른인 척 하는 대학교 1학년 꼬맹이와
조금 더 철 든 어른이기 싫은 대학교 팍팍한 4학년.
학교 수업에서 만나 친해져 친분을 유지하다가 어느새 서로에게 빠져버리다.'
사랑이라는 게 항상 그렇잖아,
몇년간의 찌질한 짝사랑도, 그이에게는 지고지순한 순애보가 되고.
그래도 나는 조금은 더 탐나는 어장 속의 물고기는 아닐까 잠 못 이루며 고민하고.
이제와 생각하면 그리 다를 것 없었던 그녀와 나였지만,
그녀와의 만남은 그녀와 나에겐, 아니 나에게는 기적이었다.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그래서였을까.
지하철 문이 닫히고, 시야에서 그녀가 사라지고.
'이게 마지막이겠구나'
아무 이유 없이
정말 아무 이유없이
뇌리을 스쳤다.
정말 그랬다.
이제 시작인 줄로만 알았던 그녀와 나는, 그렇게 끝났다.
남자는 여자를 밀어냈고,
여자는 조용히 밀려났다.
그렇게 아무 이유 없이 시간이 흐르고 또 흘렀다.
아직도 머릿속에는 지하철안에서 나를 보고 환히 웃고 있는 그녀가 있고
그녀와 눈을 맞추고 있는 내가 서있다.
그녀의 미니홈피에 쓰여져있던 한마디를 되뇌어 본다.
'나도 이제 그 때 그 사람의 나이만큼 자랐구나.'
그리고 생각해본다.
나도 이제 그 때 그 사람의 나이만큼 자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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