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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1/04 18:33:57
Name 글곰
Subject [일반] 여러분에게 SF를 추천합니다 (1.단편집)
  안녕하세요. 글곰입니다.

  아래쪽에 올빼미 님이 올리신 아이작 아시모프의 걸작 단편 ‘최후의 질문’ 관련글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동하여 글을 남깁니다. 장르소설, 특히 SF를 매우 좋아하는 독자로서 재미있는 SF를 피지알 회원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네요. 자, 서론이 길면 지겨우니 거두절미하고 닥치고 추천 나갑니다. 이 추천 목록은 제가 소장하고 있는 책 중에서만 고르고 있습니다.

  HTML을 잘 몰라서, 각 권마다 책의 사진을 올리려다가 약 2분에 걸친 노력끝에 포기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할 줄 아는 분이 계시면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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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편집 : SF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읽어보고 싶다는 분을 위해.

  SF를 읽어보지 않았거나 낯설어하는 분들이시라면 우선 단편집을 권해드립니다. 단편집은 대개 유명 작가들의 명작만을 엄선해 만든 책인지라, 수준 높은 작품들을 한꺼번에 감상하며 작가들의 성향과 문체 등을 1차적으로 접하는 데 추천할 만하지요. 각 권마다 추천하는 단편은 가능한 한 다른 단편집과 중복되지 않는 것으로 골랐습니다.




[고려원 세계 SF 걸작선]

  사실 추천목록의 첫 번째에 이 책을 놓으면 안 됩니다. 한참 전에 절판된 책이거든요. 저는 우연히 헌책방에서 구했습니다마는, 지금 어디서 구할 수 있냐고 물으신다면 유구무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다양한 주제와 분야의 SF 단편들이 한군데 모여 있고, ‘이게 SF라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드럽고 문학성 있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넵. 사실은 제가 이 책을 읽은 후에 본격적으로 SF에 입문했거든요. 10년 전, 대학교 1학년이었던 시절입니다.
  
  명품들이 모여 있는 이 책에서도 특히 추천하고 싶은 단편은 창조 신화의 SF적 해석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최후의 질문’, 갑작스러운 세계 멸망을 너무나도 부드럽고 차분하게 그려낸 레이 브래드버리의 ‘이 세상의 마지막 밤’, 사회 제도의 억압과 그 안에서의 사랑을 다룬 츠츠이 야스다카의 ‘멈추어 선 사람들’입니다.




[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

  ‘세계 SF걸작선’과 ‘세게 휴면 SF 걸작선‘이라는 두 책을 양장본 한 권으로 묶은 책입니다. 인쇄 판본을 그냥 합쳐버리는 바람에 책 중간에 글자의 크기가 바뀌어 버리지요. 800페이지가 넘어가는 엄청난 두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인터넷 서점에서 단돈 구천원에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일단 두께만으로도 추천할 만합니다. 제목은 마니아를 위한다고 되어 있지만, 오히려 초심자용에 가까울 정도로 유명한 단편들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이런저런 성향의 작품들이 뒤죽박죽 모여 있어서 싫어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입문용으로는 오히려 그런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추천 작품은 인류가 기계를 상대로 생존의 사투를 벌이는 황폐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필립K. 딕의 ‘두 번째 변종’, 아주 통속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술의 무한한 발전에 의문을 제기하는 마누엘 반 로겜의 ‘짝 인형’, 희생에 관련된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주는 어슐러 K. 르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매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인 파이어즈 앤터니의 ‘은하치과대학’입니다.




[SF명예의 전당1], [SF명예의 전당2]

  가장 최근에 나온 따끈따끈한 두 권짜리 단편집입니다. 두툼한 두께에다 상당한 가격을 자랑합니다. 미국 과학소설 및 환상소설 작가협회에서 1966년부터 그 해 최고의 SF를 선정하여 네뷸러 상을 수상하기 시작했는데, 이 단편집은 1965년 이전의 SF를 대상으로 작가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한 최고의 작품들을 모은 책입니다. 여담으로 네뷸러 상과 함께 최고의 상으로 꼽히는 휴고 상은, 작가와 평론가 및 편집자들이 선정하는 네뷸러 상과는 달리 일반 독자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하는 상입니다.

  4,50년 이상씩 된 오래된 작품들이어서 좀 고색창연한 느낌이 있긴 합니다. 그리고 다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작품 선정도 군데군데 끼어 있습니다. 그래도 SF의 고전을 접한다는 면에서는 일단 읽어볼 만한 단편집입니다.

  추천 작품은 종교적 믿음과 회의를 다룬 앤소니 바우처의 ‘성 아퀸을 찾아서’, 너무나도 냉혹한 현실에 맞닥뜨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롬 고드윈의 ‘차가운 방정식’,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SF적으로 변주한 레스터 델 레이의 ‘헬렌 올로이’입니다. 사실 이 단편집의 진정한 명작은 마지막의 두 작품입니다만, 그건 다음번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갈릴레오의 아이들]

  위의 단편집과는 달리, 특정한 테마를 놓고 그에 맞는 작품들을 모은 선집입니다. 유명한 SF 편집자인 가드너 도조와가 편집했지요. 종교와 미신 등의 억압과, 때로는 그를 극복하고 때로는 좌절하는 과학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들이 듬뿍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단편집의 이름도 [갈릴레오의 아이들]입니다. 아시지요? 그래도 지구는 돈다!

  이 단편집은 전체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기에 따로 추천 작품을 고르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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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입니다. 생각보다 오래 쓰게 되네요. 요즘 일 때문에 11시 퇴근이 일상사인데, 그 와중에서도 신나게 글을 쓰고 있는 저를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키보드를 두드리려니 솔직히 기분이 좋습니다.

  다음에는 2편으로 ‘작가별 단편집’을 소개하겠습니다. 대상은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 로저 젤라즈니
[바람의 열두 방향] / 어슐러 K. 르귄
[화성 연대기] / 레이 브래드버리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 아서 클라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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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04 18:46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단에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테드 창 아닌가요? 레이 브래드버리는 화씨 451, 민들레 와인 작가시죠.
개인적으로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화씨 451 재밌게 봤었는데 2편이 기대되네요. SF도 나름 관심갖는 분야인데
추천해주신 책들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10/11/04 18:49
수정 아이콘
그리고 한국 SF 작가들의 작품들도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배명훈씨나 김보영씨 등등...
SF는 아니지만 김이환씨 작품도 좋죠. 양말 줍는 소년, 절망의 구 등이 있습니다.
10/11/04 18:42
수정 아이콘
SF 소설 참 재미있죠. 하지만 꿈도 SF로 꾸게 만드는 부작용도...

아시모프가 pgr의 오래된 네임드 글곰님을 깨웠군요. 오랜만에 닉을 보는것 같네요.
Amunt_ValenciaCF
10/11/04 19:32
수정 아이콘
르귄과 테드 창 작품집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첫번재 작품 '바빌론'이었나요? 역사소설의 탈을 쓴 판타지소설의 탈을 쓴 SF소설이라고 해야하나요- 왠지 실제로 바빌론탑을 지었더라면 정말 이랬을 것 같은 느낌도 나더군요. 르귄도 재미있었구요...국내 SF작가라면 전 듀나님이 생각나네요
김연우
10/11/04 19:32
수정 아이콘
고전 SF소설들 너무 재밌죠~
보다보면 현대 과학기술 상상력의 뿌리가 모두 여기있구나, 하고 놀라게 되더라구요.

전 단편도 단편이지만,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부터 보는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시작이 추리소설 플롯이라 쉽게 따라갈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쫓고 쫓아 파운데이션까지 보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는거죵~
올빼미
10/11/04 19:43
수정 아이콘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사람들마다 시간의 흐름이 달라져서 생기는 일을 그린 sf가 고려원 세계sf걸작선에 있던가요?
Over The Horizon
10/11/04 19:59
수정 아이콘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긴 하지만...
시작은 클라크와 하인라인의 책이 좋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개인적으로 접근성이 가장 좋은 SF는 아서 C. 클라크 작가의 작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10/11/04 21:30
수정 아이콘
책은 좋아하지만 SF 는 처음이라면, 저로서는 위에도 언급되어있는 로저 젤라즈니를 가장 추천합니다.
SF 라는 장르적 특징을 떠나서, 그 현란한 문장과 서사력은 대단하죠.
동양에서 태어났다면 무협을 썼을 것 같다는 누군가(진산님이었나요?)의 말처럼 그 마초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캐릭터들도 굉장히 매력적이고 말이죠.
정발된 그의 작품 모두를 가지고, 짧은 영어 실력으로 영문 단편마저 찾아보게 만드는 유일한 작가입니다. [m]
marchrabbit
10/11/05 00:37
수정 아이콘
아,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죽이죠.(어여 빨리 드림마스터도 사야할텐데요.) 생각해보니 젤라즈니의 주인공은 마초였군요. 그런데 저는 읽으면서 마초보다는 댄디함에 주목하고 있었다는;;;
테드 창의 단편집도 충격적이었습니다. 땅기는 게 없어~ 를 외치다가 무작정 구매했는데 그 만족감이란. ^^

ps: 파운데이션 신판은 번역 엉망인가요? 예전 듄 재번역판의 문장 보고 완전 좌절한 경험은 있습니다.
ps2: 필립 K. 딕은 초심자에겐 추천하기에는 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냉전시대의 불안감이 작품 전체에 짙게 배어있어서 젊은 세대에(;;;) 얼마나 먹힐지 의문입니다.
후루꾸
10/11/05 04:29
수정 아이콘
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에 작품 중에 영화화 된 것도 몇 개있고

편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많습니다. 추천 던집니다.
이쥴레이
10/11/05 11:27
수정 아이콘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정말 멋진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입해서 가장 후회없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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