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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1/03 22:21:34
Name
올빼미
Subject
[일반] 최후의 질문에 대한 이야기
최후의 질문이 반 농담으로나마 처음 던져진 것은 인류가 광명을 향해 막 첫걸음을 내디딘 2061 년 5월 21일이었다.
질문은 칵테일 잔을 사이에 둔 5달러짜리 내기의 결과였고,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알렉산더 아델과 버트램 루포브는 멀티백의 성실한 조작원들이었다. 다른 모든이처럼 그들도 수마일에 걸친,
차갑게 불빛을 번쩍이며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는 그 거대한 컴퓨터의 껍데기 속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지는 못했다.
그들은 한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넘어선 컴퓨터의 회로 구성을 대충 이해하고있을 뿐이었다.
멀티백은 스스로 수리하고 관리하는 컴퓨터였다.
멀티백은 인간이 직접 수리하고 관리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하고 거대한 컴퓨터이기에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때문에 아델과 루포브는 이 엄청난 거인에 대해 피상적인 지식밖에는 가질 수 없었다.
그들은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고, 컴퓨터가 읽어 낼 수 있도록 질문을 수정하며
컴퓨터가 낸 대답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였다.
물론 그들은 멀티백이 이루어 낸 성과에 대한 영예를 동료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 멀티백은 인류가 달, 화성, 금성에 도달할 수 있도록 우주선의 설계와 탐사 계획을 도와 왔다.
그러나 그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는 우주선을 제작하기엔 지구의 자원이 불충분했다.
장기간의 여행에는 에너지가 너무도 많이 소모되었다. 화석 연료와 우라늄의 이용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연구되었으나,
그 매장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멀티백이 서서히 이 어려운 문제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고,
2061년 5월 14일에 드디어 이론이 현실화된 것이다.
지구전체가 마음껏 쓰고도 남을 만한 태양 에너지를 한꺼번에 저장하고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환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인류는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와 우라늄의 사용을 중단하고, 태양 에너지 변환기를
지구와 달의 중간 지점에서 지구를 돌고 있는 지름 1마일의 인공위성에 연결시켰다.
이제 지구 전체가 보이지 않는 태양 에너지 광선에 의해 움직였다.
일주일에 걸친 축제에도 그 열기가 완전히 식지 않았기 때문에 아델과 루포브는 간신히 공공행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들은 멀티백의 본체가 숨겨져 있는 지하실에 숨었다. 그들이 거기에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 데이터를 정렬하는 듯 느리게 딸깍거리는 멀티백도 마치 휴가를 받은 것처럼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들은 처음에는 멀티백의 휴식을 방해하고픈 생각이 없었다.그들은 술병을 하나 들고 왔으며,
그들의 관심은 한잔 하면서 긴장을 푸는 것뿐이었다.
"정말 대단해."
아델이 입을 열었다. 멀티백의 커다란 얼굴은 피로로 인해 주름져 보였다. 아델은 술잔 속의 얼음을
무심히 쳐다보며 유리막대로 잔을 저었다.
"에너지를 영원히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니. 지구를 몽땅 녹여서 쇳물로 만들더라도 거기에 사용될 에너지를
아까워할 필요가 없잖아. 이젠 공짜로 에너지를 영원히 영원히, 또 영원히 쓸 수 있겠지."
루포브는 머리를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였다. 루포브는 반대하고 싶을 때면 즉시 핑계거리를 생각해 내는 재주가 있었고,
또 지금은 그가 얼음과 잔을 가지러 왔다갔다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 심술이 나 있었다.
"영원한 건 아니지."
"이런, 제기랄, 거의 영원하다고 할 수 있잖아. 태양이 없어질 때까지는 말야."
"그건 영원한 게 아니야."
"맞아. 하지만 수십 수백억 년이 지난 다음이라구. 한 백억 년 정도? 그럼 됐나?"
루포브는 얼마 안 남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술을 홀짝거렸다.
"백억 년은 영원한 게 아니야."
"적어도 우리 시대는 지탱할 수 있잖아?"
"화석 연료와 우라늄만으로도 우리 시대는 지탱할 수 있어."
"맞아. 하지만 이젠 우주선을 태양 스테이션에 연결시키기만 하면 명왕성까지 수없이 왕복하더라도
에너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화석 연료나 우라늄을 사용한다면 불가능한 일이지. 믿지 못하겠다면 멀티백에게 물어 보라구."
"멀티백에게 물어 볼 필요는 없어.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그럼 멀티백이 한일을 자꾸 깎아내리지 말라구. 멀티백은 아주 멋지게 일을 처리해 냈단 말야."
아델이 발끈해서 말했다.
"누가 뭐래? 난 단지 태양이 영원히 지탱하지는 못한다고 말했을 뿐이야. 그게 내가 말한 것의 전부라구.
우리는 백억 년 동안은 무사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다음엔?"
그렇게 말한 루포브는 상대방을 향해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또 다른 태양을 이용하면 된다고 대답하진 말라구."
둘 다 잠시 조용해졌다. 아델은 때때로 잔을 입술로 가져갔고, 루포브의 눈은 서서히 감겼다. 그들은 쉬고있었다.
갑자기 루포브가 눈을 번쩍 떴다.
"우리 태양의 수명이 다하면 다른 태양으로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그렇지?"
"그런 생각 한 적 없어."
"아니, 틀림없이 했을 거야. 넌 논리에 약한 것이 문제야. 너는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소나기를 만나자 나무 밑으로 몸을 피한 사람과 비슷해. 알다시피 그사람은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지.
나무가 젖어서 비가 새기 시작하면 다른 나무밑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무슨 소린지 알겠어. 그러니까 그렇게 소리지르지는 말라구.
태양의 수명이 다할 때면 다른 별들의 수명도 다할 거라 이거지?"
"물론 그렇겠지. 대폭발로 시작한 우주는 모든 별의 수명이 다 할 때 끝나는 거야.
일부는 다른 것들보다 수명이 빨리 다하겠지. 거성들의 수명은 1억 년도 채 안돼.
태양은 백억 년을 지탱할 테고 난쟁이 별들은 길면 2백억 년 이상을 살아남을 거야.
하지만 1조 년이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어둠 속에 잠기겠지. 엔트로피는 최대에 달하고. 그럼 모든 것이 끝이야."
"엔트로피에 대해서는 나도 알아."
아델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시겠지."
"네가 알고 있는 정도는 나도 안다구."
"그럼 언젠가는 모든 것의 수명이 다한다는 사실도 알겠네?"
"물론이지. 누가 아니래?"
"네가 그랬잖아, 이 멍청아. 우리가 필요한 에너지를 영원히 얻을 수 있다며? 영.원.히."
이번엔 아델이 반대하고 나설 차례였다.
"언젠가는 우리가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절대로 못 해."
"안 될 게 뭐야? 언젠가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안 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멀티백에게 물어 보자."
"좋아, 멀티백에게 물어 봐. 할 수 없다는 쪽에 5달러 걸겠어."
아델은 취해 있었지만 다음과 같은 뜻의 문장을 멀티백이 알아 들을 수 있도록 번역하여 입력할 수는 있었다.
<언젠가는 늙어서 수명이 다한 태양에게 에너지의 소비 없이 젊음을 되찾아 줄 수 있게될까?>
이 문장은 간단하게 이렇게 번역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 총량이 대량으로 감소될 수 있을까?>
멀티백은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천천히 반짝이던 불빛은 아예 꺼져 버렸고 딸깍거리는 소리도 멈추었다.
겁에 질린 기술자들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게 된 순간에 멀티백에 연결된 텔레타이프가 활기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력된 결과는 겨우 네 단어에 불과했다.
<자료 부족으로 대답이 불가능함.>
"내기는 무효가 되었군."
루포브가 속삭였다. 그들은 급히 바깥으로 나왔다.
다음날 아침, 숙취로 인해 머리가 쿡쿡 쑤시고 입안이 깔깔해진 그들은 어제의 사건을 금세 잊어버렸다.
~중략~
별과 은하계들이 죽어서 희미한 먼지로 변해 갔다. 우주는 10조 년에 걸친 멸망과정을 지나 점점 어두워졌다.
인간은 하나씩 AC와 결합하고, 그들의 육체는 손실이라기보다는 획득의 과정을 거쳐 정신적인 정체감을 잃어갔다.
인간의 마지막 정신은 증발하기 전에 잠시 우주 전체를 통하여 하나밖에 남지 않은 어두운 별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밀도로 퍼진 물질들을 둘러보았다. 여기저기에 남은 미소한 열의 흔적이 점점 사라져 가면서 모든 우주는 절대
영도를 향하여 치닫고 있었다.
인간이 말했다.
"AC여, 이것이 끝인가? 이 혼란이 극복되어 원래의 우주로 돌아갈 수는 없는가? 그것은 진정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말인가?"
AC가 말했다.
<아직 자료가 부족하여 대답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마지막 정신은 사라져 갔고 AC만이 남았다. 초공간의 내부에.
물질과 에너지의 시대가 종말을 맞이하자 공간과 시간도 함께 사라졌다.
AC만이 10조년 전에 반쯤 취한 기술자들이 처음으로 질문을 한 이래 인간이 끊임없이 물어왔지만
한 번도 응답하지 못했던 최후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남아 있었다. 다른 모든 문제는 해결되었으나,
최후의 질문에 응답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작동을 중지시키지 않을 작정이었다.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결국 한계에 다다랐다. 수집할 정보가 더 이상 남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수집된 정보는 아직 완전히 수정되지도 않았고 각 정보들 사이에 가능한 모든 관계를 조사해야 했다.
이 일을 하는데 무한한 간격(시간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이 소모되었다.
AC는 마침내 엔트로피의 방향을 역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하지만 AC가 최후의 질문에 대답해 줄 인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없었다. AC가 직접 시행해 보일 해답은 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또다시 무한한 간격을 소모하면서 AC는 해답을 시행할 최선의 방법을 모색했다.
AC는 주의 깊게 프로그램을 작성했다. AC의 의식은, 한때는 우주였으나 지금은 혼돈으로 화한 것에 집중되었다.
작업은 한 단계씩 차근차근 진행되어야 했다.
마침내 AC가 말했다.
<빛이 있으라.>
그러자 빛이 있었다.
우주와 창세에 관해서, 누구보다 재미있게 이야기한 아이작 아시모프의 최후의 질문입니다.
사실 이작품은 그리대단할것은 없습니다. 결국 신의 존재라는것은 과거의 유산이다라는 모순이 극도로 많은 상상이니까요.
하지만 과학이나 신학이 아닌 sf의 영역에서라면 이작품은 대단합니다.
또한, 죽음에 대해 근원적인 공포심을 가지는 저에게 있어( 필멸자라면..설혹 불멸자라도 가지고 있지않을까요.)
이 작품은 엄청난 공포를 가져다주는 호러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멸맘을 늦출뿐 막을수없다는 머리속에서 지우고 싶은사실을
작가는 계속해서 일깨버립니다. 석유가 없으면 태양열~ 태양이 없어지면 다른태양, 모든 태양이 없어지면???
다행히 아이작은 끝까지 발버둥치는 인간을 그려주고는 있습니다만, 더 공포스러울 뿐이죠.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겸허히 멸망을 받아드리는 자세? 아니면 최후의 최후까지 질문을 던지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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