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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08/01 11:29:45 |
Name |
라울리스타 |
Subject |
'마본좌'는 될 수 없어도, '마에스트로'는 놓치 말자 |
저그가 프로토스를 잡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경기를 자원전 양상으로 경기를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2개 멀티 이하의 자원을 타 종족과 같이 먹은 저그는 힘싸움에서 상대를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원의 갯수가 하나씩 늘어날 수록 저그가 가진 기동성과 회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결국 타 종족이 먹은 자원수와 상관없이 압도적인 파워를 보여줍니다. 특히 그 상대가 저그에게 상성상 뒤쳐지는 프로토스일 경우엔 더더욱 그렇지요. 따라서 프로토스와 함께 4개스 이상 먹은 상태에서 상대의 공격을 꾸역꾸역 막아내며 결국 뒷심으로 이기는 것은 저그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플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월요일 듀얼토너먼트 C조 5경기, 마재윤의 플레이는 딱히 잘했다고 보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완전히 못했다고 보기도 힘듭니다. 초반 질럿 러쉬를 특유의 환상적인 수비력으로 깔끔하게 막아내었고, 프로토스보다 한 발씩 자원에서 앞서나가며 경기를 주도하게 됩니다. 물론, 전에 끝낼 수 있는 타이밍도 존재했지만, 200여명의 프로게이머 중 가장 후반 운영이 탁월한 마재윤 선수라면 자원에서 앞서나가는 경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확실한 방법일 수도 있었습니다. 이 후, 많은 자원을 먹은 프로토스의 대 저그전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인 '조합'이란 측면에서 아쉬운 플레이를 보여준 손찬웅 선수였지만, 그의 공격은 그 양만으로도 매우 거세었으며, 마재윤 선수를 압박하기에 충분했지요. 이 거센 공격에 마재윤 선수는 손해보는 전투를 했었지만, 어찌되었든 프로토스의 병력을 센터쪽에서 더이상 진출하지 못하게 저지하는 데 성공했고, 손찬웅 선수의 셔틀견제를 특유의 반응속도로 버텨내며 후반 울트라로 상대의 멀티를 제압하며 결국 승리하게 됩니다.
비록 마재윤의 경기는 투박한 맛이 조금 있었지만, 저그가 가진 장점(기동성과 회전력, 그리고 끈적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이전처럼 상대를 '압살'하지는 못했지만 계속해서 지지않는 상황을 만들어 냈습니다. 아마 어제의 경기가 '마재윤'이 아닌 '일반 저그' 였으면, 비판보다는 칭찬의 비율이 더 높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재윤에 대한 실망감은 감출수가 없네요. 왜냐하면 역시 그가 '마재윤'이기 때문이지요.
2006년 후반, 종족을 불문하고 닥치는대로 상대를 '압살'하였던 마재윤에게 붙여진 별명인 '본좌'. 이 별명이 마재윤의 당시 분위기와 포스를 체감하게 해주는 별명이라면, 2006년 초반부에 붙은 별명인 '마에스트로'는 마재윤의 경기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별명이지요. '마에스트로'가 마재윤의 별명이 될지 여부는 2006 프링글스 MSL S1 16강 경기 대 박정석 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아카디아에서 프로토스의 정석 플레이와도 같았던 커세어-리버 조합을 들고 나온 박정석 선수를 상대로 마재윤 선수는 초반 빠른 뮤탈로 상대의 앞마당을 파괴하는데 성공합니다. 이 후 경기 양상은 급속도로 마재윤 선수에게 기울어지고, 박정석 선수는 이리저리 마재윤 선수의 빈틈을 노려보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말지요. 이후 마재윤은 가디언-디바우러-히드라 조합이외의 디파일러와 퀸을 모두 활용하며, 저그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유닛을 능수능란하게 지휘합니다. 이 경기에서 마재윤이 보여주는 '저그 종합 세트'에 해설자와 많은 팬들이 찬사를 보냈지만, 더욱더 놀라웠던 모습은 이미 압도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박정석 선수가 지상군 체재로 전환을 꽤하자 이에 맞춰서 러커와 저글링을 조합하는 모습이었지요. 무한 어택땅을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던 상황에서도 마재윤 선수는 끝까지 부지런하게 상대를 정찰하고 이에 맞춰가며 대응합니다. 경기 판세를 읽는 넓은 시야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체제에 대한 대응이 매우 부지런하고 유연했으며, 저그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유닛을 100%활용하며 상대를 제압해 나가는 모습, 이것이 마재윤이 '저그의 거장 마에스트로'라 불리는 이유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듀얼토너먼트 경기가 더더욱 아쉬운 것입니다. '마에스트로' 마재윤이었다면, 리버에게 인스네어 보다는 하이템플러에 부르들링을 사용했을 것이며, 아칸에게 플레이그보단 다크스웜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김태형 해설이 목놓아 외친 소수 가디언은 이미 언급되기도 전에 상대의 멀티를 포격했을 것입니다. 상대의 지상군엔 온리 울트라 목동보다는 저글링, 히드라와 러커를 적절히 조합한 병력을 운용했을 것입니다. 그는 여타 저그가 아닌 저그의 '거장' 이니까요.
이제 우리는 '마본좌' 시대의 끄트머리를 지금 겪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마재윤의 경기 패턴은 분석 될만큼 충분히 되었고, 선수들의 기량또한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미 다른 선수는 누릴수 조차 없는 정상에 여러차례 올라본 마재윤이 이전만큼 자신을 불태울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구요. 어쩌면 전 시대의 탑클래스 저그 유저들이 그래왔듯 그도 이제 저그의 한계가 될지도 모르고, 이전의 본좌들이 그래왔듯 그도 다른 여타 저그 유저중 한 선수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더이상 '마본좌'가 될 수는 없을지라도, 그가 '마에스트로'라는 별명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에스트로'는 그가 본좌로 가는 초석이었으며, 다른 저그들은 흉내낼수조차 없는, 그래서 마재윤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모습이기 때문이지요.
더이상 홍진호를 '폭풍'이라 부를 수 없고, 더이상 박성준을 '투신'이라 부를 수 없는 아픔을 또다시 겪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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