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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03/03 20:51:03 |
Name |
e-뻔한세상 |
Subject |
아, 이 복잡한 심경. 아무도 이기길/지길 원치 않았는데.. |
저는 마재윤, 김택용 두 선수 모두를 아주 좋아합니다. 어느쪽이 우승했으면 좋겠냐고 물어본다면 답하기 힘들어 할 정도로요.
지금 생각하니 전 누가 이겼으면,,,하고 경기를 보기 시작한 것도 아니었네요..
마재윤 편에 선 마음:
이제 막 본좌로서 인정을 받았는데, 그 시간도 짧게 바로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으니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리고 한 동안 아무도 본좌의 아성에 도전할 엄두를 못내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안티가 많아져서 힘든 판이니까. 하지만 마악 결승에 올라온 김택용 선수를 셧아웃하는 것은 불쌍하니 스코어가 3:2가 됐으면 좋겠다.
김택용 편에 선 마음:
이 선수가 우승을 했으면 좋겠지만 나이도 아직 창창하고 아직 기회는 많다. 마재윤 선수에게 우승컵을 내주어도 괜찮다. 앞으로도 기회는 무궁무진할 테니까. 다만 셧아웃되는 건 강민을 꺾고 올라온 자의 예의가 아니지. 일단 어떻게 해서든 박빙까지 가자. 지더라도 넌 욕 안 먹는다. 오히려 선전했다는 소릴 들을거야. 아니야.. 그래도 이겨야 해. 운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줘야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많은 프로토스 팬들이 지켜보고 있잖아. 이번엔 뭔가 다른 걸 보여줘야 해.
이거였거든요. ㅡㅜ 마재윤 선수는 본좌자리를 확고히 하고, 김택용 선수는 '지긴 했지만 정말 대단한 프로토스다'라는 소릴를 듣는 사알짝 '윈윈' 스타일의 경기를요. 물론 박빙 중에 김택용 선수가 이겨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둘 다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이해가 잘 안 되는 스코어를 보고 난 후 제 심정은 복잡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어색한, 너무나 어색한, 마재윤 선수의 고개 숙인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김택용 선수도 너무나 잘 했습니다.
/그 대단한 마에스트로가 본진에서 드론이 14마리가 썰리도록 알아채지도 못한 걸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갑자기 마재윤이 '일반 저그'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재윤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는 김택용 선수가 시즌 중에는 왜 그리 대단하다싶은 기록이 없었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결승전을 위한 페이크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다음부터는 좋아하는 선수 둘이서 경기를 할 때에는 안 봐야할까봅니다.
마재윤 선수, 힘 내십시오. 본좌 바뀐 거 아닙니다. 오늘의 이 패배는 분명히 훗날 약이 될 것이고 수 많은 승리의 스코어에 묻혀 잘 보이지도 않게 될 것입니다. 마에스트로가 시련 한 번 겪었다고 무너지면 마에스트로라는 이름을 붙이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 동안 실력으로 무수히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인정치 않는 자들을 위해 친히 온겜까지 장거리 원정갔다 온 후 아직 여독도 풀리지 않았는데 패기만만한 상대의 일격에 잠시 주춤한 겁니다. 다음 번에 저 신성을 또 만나면 그땐 정식으로 있는 힘을 다해 상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방심을 두 번 하진 않겠죠?
이제 막 큰 연주를 시작하려는데 고개 숙이고 서 있을 수 없잖아요. 사람들 기다려요. 빨리 갑시다.
김택용 선수, 정말 잘 했습니다. 사람들은 박용운 코치가 대단해서, 그래서 그의 코치를 받았으니까 잘 했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 중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천치를 데려다놓고 영재 교육을 시킨다 해서 천치가 영재되는 일은 없습니다. 진짜 영재가 제대로 된 영재 교육을 받을 때에만 그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는 법입니다. 오늘의 이 승리는 분명 김택용 선수의 것입니다. 이제 김선수의 목표는 혹, 안티들 사이에서 나올지도 모르는 '코치가 좋아서...' 어쩌고 하는 소리를 실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눌러버리는 것입니다. 전설이 되십시오.
기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에 몇자 적어봤습니다.
마재윤 선수, 고개 숙이지 마세요. 어울리지 않습니다.
김택용 선수, 너무 어색해 마세요.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죠.
내가 좋아하는 두 선수, 마재윤, 김택용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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