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르게 역사를 보는 법을 가르쳐라

친구가 임용에 합격해 역사 선생님이 되었을 때 했던 말입니다.
그보다 전 부터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던 말이었는데 때마침
쓸 때가 왔다 싶어서 말했지요.
친구의 대답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바로 다음 주제로 넘어갔었거든요

관심을 약간 더 유도하기 위해 주어를 뺐었는데 빠진 주어는 '너의'입니다.
'너의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지 마라. 올바르게 역사를 보는 법을 가르쳐라'가 원문(?)입니다.
A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10에 9이 긍정할 수도 있고, 10에 5만 긍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해석이 분분하고 판단이 어려운 역사 영역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가르치기 보다는
양쪽 의견과 판단 근거를 알려주는 게 더 옳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소리겠지요?

역사와 비슷하게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짜 답이 없는 영역이지요.
역사분야보다도 더 복잡하고 갈등이 심하죠.(어찌보면 연결된 느낌도 많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정치를 본인의 생각으로만 가르친다?
그것도 교과목에 있지도 않은 현재 시사 내용을?
개인적으로 정말 끔찍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발 교육자들은 입 좀 다물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육기관에서 선생님이, 교수님이 자신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싫습니다.
저는 그나마 다행히 중고등 학창시절 심한 선생님을 본 적은 없었습니다.
체험한 것은 아니지만 그 폐해에 대해선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살 넘었다고 바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지만 그래도 법적인 성인이라면 모를까
아직 배워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옳은 정치'를 설파하는 꼬라지라니.
수업 진도 안 나가면서까지 '그' 혹은 '그녀'의 정치를 들을 이유와 필요가 있을까요?
게다가 위치가 동등하지 않죠. 학생은 결국 선생님의 평가를 받아야 하니까요.
게다가 요새는 학종이라죠?
그런데 행여나 이야기를 듣다가 반박이라도 하게 되면...... 토론이 되면 모를까 뒤끝이 없다면 모를까

사족 - 나중에 반박한 학생이 그 선생한테 불이익적 행위를 당하게 될 때 그 행위가 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혹이 붙을 수 있죠.
         당장 저도 대학시절 정치 얘기 하던 교수님 수업에서 평소 얘기하는 것과는 반대의 의견으로 답안지 썼다가 점수가 낮아
         '설마 답변을 자기 생각과 반대로 썼다고?' 라는 생각이 일순 들었었습니다. 진실은 모르지요.

이렇게 정치 이슈 같은 것을 말하지 말라고 하면 나오는 말이
'이 이야기가 더 중요함. 살면서 꼭 알아야 하는 것임.'
예, 예, 예
보통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저 이유를 대더라구요.
pgr이 그렇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보통 정치 게시판 분리의 반대 이유가 저것입니다.
'이 정치적 사안은 매우 중요하므로 일반 게시판에서 모두가 보는 것이 좋다.'

'이 정치적 사안은 매우 중요하므로 학생들에게 알려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역사에서도 다양한 견해와 그 근거를 알리는 게 옳은 방향이듯
그렇게 한다면야 수업시간 교사의 재량인데 보통 안 그런지라.



정치 이슈 사회 이슈들에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바깥에선 그냥 관심 없는 척 모르는 척 합니다.
얘기해서 좋을 게 없다는 걸 아니까요.
마치 '너도 나랑 같은 의견이지'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보면 제 입장에선 신기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 앞에선 더더욱 숨기지요.
'내가 옳다'라고 할 확률이 95%이니....

제 경우 친구 한 명이랑만 정치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서로 뒤끝없죠. 갈리는 경우가 있어도
저번 주말엔 다른 그룹과도 정치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여기도 할 수 있겠구나 했습니다.
pgr처럼 엄근진으로 주장에 대한 근거가 명확해야 하는 것도 아닌
술자리 안주니까요. 그 순간 만은 너도 나도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지사
서로 '아오 수꼴색X', '완전 좌좀이네'해도(이 정도 수위까진 안하지만)
바로 '2차는 순대국 콜?' 할 수 있는 사이 아니면야 정치 이야기는....naver....



오늘 우연히 '인헌고' 이야기를 보고 쓰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정치 이슈로 시끌시끌하다니
그냥 선생님들이 말 안 했으면 되는 일일텐데
따로 그 이야기는 안 담겠습니다. 그저 이 글을 쓰는 계기고, 그 이야기 쓰면 '정치' 카테고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