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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0/08 11:05:28
Name 사악군
Subject [일반] 솔로몬의 선택 (수정됨)
멘탈이 약하다/고집이 세다는 것은 특별취급을 받고 남의 권리를 침해할 권리가 되는가.

현실에서는 이런 경우를 너무 자주 보게 됩니다.
내가 힘들고 괴로우니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양보안하고 소리를 지르고 고집을 부릴테니까, 네가 양보해라.
나아가, 쟤는 도무지 말이 안통하니까 네가 참아라.
문제를 피하고 싶은 제3자들조차 그렇게 이야기하지요.

[현실]에서는 그렇게 진상들이 승리합니다. 그런데 적어도 [법률]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텐데도 불구하고,
법률의 구현공간인 [재판]에서조차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재판보다는 조정에서죠.
상대방이 전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미친 사람에 가까울수록, 조정자리에서는 우리에게 많은 양보를 강권합니다.
목표는 원만한 화해인만큼 아무튼 말이 통하는 쪽, 양보를 할 것 같은 쪽을 설득하는 것이죠.

재판으로 가면 무조건 제가 이기는 사건에서, 패소에 가까운 제안을 받았습니다.
재판부가 따로 이야기를 하네요. 판결로 가면 이길 건 맞겠지만 성질상 강제집행이 안 될 건데 어쩌겠느냐.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이다.
판결로 가면  아이들만 힘들고 괴로울 수 있다.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저도 그런 인상 받았습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요.
재판부 말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또 자기가 옳아서
이긴 줄 알겠지요. 자신의 피해망상이 타인의 정당한 권리를 해하고
아이들을 억압하고 있다는 건 인식도 못한채 피해자로서의 자신과
자신이 아이들을 제대로 지키고 있겠다 생각하겠죠.

역겹습니다.. 이 사람이 힘든 일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도 동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은 아이들을 지키는게 아니라 해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결국 저도 제 의뢰인을 설득하는 전화를 하고 맙니다.
제가 저렇게 질러버리고 조정하지 않고 판결로 가서 이기고나면,
힘들어지는 것은 아이들이라는 재판부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모두 알기 때문에, 우리가 포기합니다.

솔로몬의 재판이죠. 아이를 살리기 위해 아이를 포기하는 쪽이
진짜 애정이 있는 쪽일겁니다. 그러나 현대의 솔로몬은 아이를
반으로 찢어버리자며 본인의 고집을 포기하지 않는 쪽에게
아이를 줘버리지요. 아이가 죽는 것보다는 사는게 낫지 않냐며
제정신인 쪽을 설득해서.. 네 말이 옳지만, 쟤는 말이 안통하는데 어쩌겠느냐..

뻔뻔하게도, 가해자는 피해자의 낯짝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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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8 11:09
수정 아이콘
힘든 사건 하나 마무리하셨나보네요. 직업상 인간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가 참 힘드시겠습니다.
착한아이
18/10/08 11:15
수정 아이콘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네요. 많이 힘들고 울화가 치밀만한 일이 있으셨나봐요. 글에서 속상한 마음이 많이 느껴져서 마음 아프게 읽었어요. 힘내세요.
18/10/08 11:19
수정 아이콘
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성격은 다르지만)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중간관리자가 있었습니다. 부서의 가용자원이 100이라고 했을 때, 30 정도 투입되어야 하는 일을 하면서도, 80 정도의 자원을 요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30을 투입해 30의 결과를 내면 되는 프로젝트였는데, 80을 투입해 50 정도의 결과를 내는,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은 관리자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요구가 무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간관리자의 성질이 너무 폭력적이고 더러워서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이 없었죠. 그래서 그 요구를 100% 만족시키지는 못하지만 대충 비슷하게라도 절충해서 진행했습니다. 다른 팀에 투입되어야 할 자원을 축소할 때도 있었고, 그것이 어려울 때는 본인 팀을 갈아넣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었습니다.(대부분 본인 팀을 갈아넣었고, 가끔씩 다른 팀의 유휴자원을 돌려썼죠)

다른 부서,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그 중간관리자는 동일한 방식을 사용하더군요.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능력있는 사람이 되어서 승승장구 하더군요. 위에서 볼때는 30의 결과를 기대했는데, 늘 50의 결과를 내주는 사람이니까요. 보면서, 저게 능력인가 싶기도 하고, 역시 세상은 늘 정의로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8/10/08 12:02
수정 아이콘
어떻게보면 나름의 리더쉽이네요.. 조직차원에서 비효율적이지만 뭐가 어찌됐든 성과는 낸다.
18/10/08 12:04
수정 아이콘
가용자원이라는게 인력이라면.. 회사 입장에서는 잘 갈아서 성과 내는 사람을 능력자로 보지 않을까요.
홍승식
18/10/08 13:53
수정 아이콘
회사마다 그런 사람은 다 있더군요.
전에 워크샵에 다녀오면서 임원분 차를 운전(ㅠㅠ)해야 할 일이 있어서 기사역할을 하면서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답변이 위에서도 그런거 알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성과를 내는 것이 더 좋다네요.
왜냐하면 30을 투입해서 30의 성과를 내는 일을 80을 투입해서 50의 성과를 내지만, 20의 추가 성과는 결과고 50의 기회 비용은 미실현된 거라구요.
50을 딴 곳에 투자했다고 20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답니다.
18/10/08 14:02
수정 아이콘
사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그게 맞죠. 추가 성과가 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같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정말 정말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본인 팀원은 당연히 갈리는 건데, 성과에 대한 보상을 팀원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독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느 시점부터는 억제기가 거의 파괴되어서, 옆 팀 직원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일을 시키고, 옆 팀장은 갈등을 만들기 싫어하는 초식형이라서 대충 해주라고 하고 등등. 특히, 초식형인 사람만 골라서 갈아넣는게 특기인 스마트한 상사였습니다.

그런 경험이 그 사람에게는 승진 혹은 고평가의 기록으로 축적되다 보니, 나중에는 특유의 공격성, 폭력성이 강화되어서 정말 같이 일하기 싫더군요.
미카엘
18/10/08 11:2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막줄을 읽고 가슴이 답답해지네요. 언제부턴가 약한 멘탈이 방패막이가 되는 분위기가 만연해지고 있는 현실이 짜증날 때도 많이 있었습니다. 강한 사람이 처음부터 강했던 것도 아닌데 말이죠. 고생하셨습니다.
어랏노군
18/10/08 11:28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제 사무실에도 술 먹고 늦게 나오거나 안 나오기도 하구 근태가 완전 엉망인 직원이 있는데 아무도 뭐라 안 하더군요.
나도 저렇게 진상 피울까 하다가 그것도 아무거나 하는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에이~ 열여덟 이런 적이 있죠..
미사쯔모
18/10/08 11:32
수정 아이콘
네가 더 선량하니 네가 한 번 더 참아 알간?!
돌돌이지요
18/10/08 11:43
수정 아이콘
법조인이신가요? 제가 아는 한 변호사분도 비슷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때 참 회의도 들고 속상하시다고요
암튼 힘내시길
누렁쓰
18/10/08 11:49
수정 아이콘
삶의 소소한 부분에서 다 통용되는 부조리지요. 몇자리 안되는 주차장에 연락처도 나기지 않고 떡하니 길막 주차를 해놓으면 나머지 여러 사람들이 전전긍긍 차를 빼주어야 하고, 좁은 도로에 불법주정차를 해놓으면 그 사이에서 지나다니는 차들만 요리조리 곡예운전으로 빠져나가야 합니다. 정작 그 사람들은 자기 편의 다 챙기고 쏙 빠져나가버리면 그뿐이니까 매번 그런 일을 반복하는 거구요. 상식적으로 사는 사람이 바보 되는 상황을 법이 구제해 주어야 하는데, 막상 법 또한 몰상식 앞에 무력한 상황을 마주하면 참 허탈하게 되지요. 욕보셨네요.
18/10/08 12:03
수정 아이콘
진상들도 보통 누울 자리보고 발을 뻗죠.. 다른 사람이 맞서 싸우기에는 비용 대비 효율이 적은 정도의 이득을 취하기도 하구요..
정말로 참교육 시스템이 있어야하는데 말이죠.
bemanner
18/10/08 12:47
수정 아이콘
하도 이런 경우에 열불이 터지니 진상 상대로 그냥 같이 배째버리는 쪽을 뭐 응원까지는 안해도 욕하지도 않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군대 내 가혹행위에 맞서 총기난사로 응수한다거나 하는 사람들.. 옳은 일은 아니지만 가혹행위 개선에는 그사람들의 공이 크긴 하죠..
누군가는 솔로몬 재판정에서 자기 자식을 남한테 주느니 저놈 죽여버리겠다는 사람이 진상의 해결책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뽀롱뽀롱
18/10/08 13:23
수정 아이콘
가사사건 관련이신가 보네요

패소에 가까운 조정이라는건 양육권이나 양육비 문제일까요?

뻔뻔한 사람이 유리한 세상이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다만 힘내십시요
-안군-
18/10/08 14:32
수정 아이콘
착한 니가 참아라...는, 말다툼할때나 통하는거지 저게 재판에서까지 통용돼서야...
18/10/08 15:31
수정 아이콘
무슨 일이세요? 양육비 관련인가요? 애들을 누가 데려가나 문제인가요? 뭐가 문제인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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