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찾아서 읽었습니다.

사실 내 돈 주고 샀으면 땅을 칠 수밖에 없는 게, 가격은 비싼데 분량이 엄청 적습니다. 속독하는 분이라면 일어선 자리에서 휘리릭 읽을 수 있는 수준이에요. 내용도 솔직히 판춘문예 엮어서 냈으면 이것보다 흥미롭겠다 싶은 수준입니다. 문학적 기교나 내면묘사같은것도 일체 없고 그래서 이게 왜 이렇게 되었나 하는 고찰도 없습니다. 등장인물중 김지영을 제외하면 모든 등장인물은 그저 김지영의 비극을 강조하는데에 소모됩니다. 남편마저도 수동적이고 멍청한, 자신의 비극에 공감을 1도 안해주는 미련한 일반남자로 그려집니다. 그냥 당시에 있었겠다 싶은 일을 허구와 상상을 섞어서 이 에피소드, 저 에피소드 섞어서 넣는 식으로 책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일이 어디 있냐, 소설에서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몰카 에피소드와 마지막 맘충 에피소드를 빼면 있을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에 일부를 빼면 뭐 그리 대단한 일이 벌어지는것도 아닙니다.) 몰카를 남직원이 돌려보고 그게 밝혀져서 경찰서까지 갔는데 아무 처벌도 안 받았다는 건 판타지의 영역이고 맘충 에피소드는 김지영이 지극히 멘탈이 약한 인물이라면 그럴수는 있겠네요. 정신과 치료보다는 인터넷 키배를 하면서 멘탈을 키우는편을 권해드립니다.

음 그러니까... 이 소설은 일종의 공감류입니다. 나 이렇게 힘들고 더럽게 살았음 이거 공감? 하면 붐업해주세요 수준입니다. 많은 분들이 붐업을 눌러줬으니 베스트셀러가 됐겠지요. 읽는 내내 한국 여성이 가지는 고통이 고작 이건  아닐 텐데, 꼭 이런 거에 집중해야 했나? 싶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남자로서는 여자가 가지는 성추행 성폭행의 위험이나 공포를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남자가 막연히 느끼는 것보다 훨씬 많은 성범죄가 이루어지죠. 20~30대 여성 한 100명쯤 모아놓고 시선 강간 이딴거 말고 실체가 있는 성범죄를 당한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면 8할은 손들 겁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여자가 출석번호가 높아서 남자가 먼저 급식을 먹었다느니 손자 분유먹다가 혼났다느니 하는식의 시시콜콜한 묘사에 집착합니다. 물론 바바리맨이나 몰카범죄 같은 실제 범죄인 것도 있지만요.

남초에서 이야기하듯 살면서 부조리를 겪은 이야기만 엮으면 이 소설에 버금가는 분량을 만들 수 있겠죠. 그건 72년생 유시민일 수도 있고 92년생 김지훈일 수도 있습니다. 지구가 부조리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긴 했죠. 책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냥 그저 그래요. 아예 소설로 갈거였으면 실화에 기반하면서도 훨씬 자극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일이 많을 텐데, 이건 소설이라기엔 시시하고 에세이라기엔 구조가 불안해요. 판춘문예가 더 다이나믹하고, 재미있고, 심지어 놀랍게도 사회적 시사성이 강합니다. 뭐, 공감류가 다 그런 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