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뭐 나쁘지 않게 불렀지..` 라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우리들은 고등학교 축가`계` 멤버였다. 친구 한명,한명의 결혼식마다 다 같이 축가를 했다.
멤버들 중 `노래방 1절의 제왕`이라 불리었던 나는, 언제나 노래의 하이라이트 파트를 떠맡곤 했다.
나는 분명 1절`만`의 제왕이었다는걸 연습때마다 깨닫고 파트에 대해 항의해보았지만,
그나마 축가가 노래같으려면 그 파트를 내가 불러야 한다는, 친구들의 평소와 다른 논리적인 말에 수긍할수 밖에.
그리고, 이번에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친구들이 불러준다는 의미가 중요하지 뭐.
하지만 결혼식이 끝난 후 식당에서, 신랑인 내친구와 어느 손님이 하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축가가 별로더라. 나한테 축가 부탁하지 그랬어. 내가 잘 부르는 사람 알고 있는데."
내 동생은 나와는 달리 키도 크고 잘생겼다. 운동도 잘한다.
몸도 호날두 스타일이다. 어깨는 좀 좁지만, 탄탄한 근육질 몸이 균형을 잘 이루었다.
성격도 좋아 친구도 많고, 선후배도 많았다. 어른들도 다들 이뻐했다.
부모님은 나에게 게임과 관련된 유전자만 주신 것 같다. 아, 탈모 유전자도.
하여간.. 동생은 나보다 위닝을 못한다는 큰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그것 빼고는 내가 봐도 참 괜찮은 놈이다.
얘도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참한 처자 한 명을 집에 데리고 왔다. 결혼을 하겠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축가를 부탁했다.
나의 계속된 완곡한 거절에도, 꼭 형에게 축복을 받고 싶단다. 다 큰놈이 애교까지.
저번 축가의 트라우마가 떠오르는 내가 참 못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위닝을 켰다. 앉아라 동생아.
중학교 친구들과의 술자리 중에 축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돌아온 대답들은,
노래가 문제가 아니라, 니 얼굴이 가장 문제라는 둥,
원빈 얼굴이었으면 입으로 방구를 껴도 환호받을 거라는 둥,
엉덩이로 노래해 유튜브의 화제 동영상에 올라가 보는 것도 좋을 거라는 둥...
이것들은 평소처럼 개소리 만담만 지껄이다가 자연스레 다른 화제로 넘어갈 뿐이었다.
우리 집 화장실 변기 옆에는 스뎅으로 된 세숫대야가 있다.
요즘 세상에 무슨 세숫대야가 필요한가 싶었지만, 엄마가 속옷 삶을 때 쓰기는 쓰는 것 같았다.
왜인지 꼭 화장실에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세숫대야라고. 위치는 꼭 변기 옆이 고정이었다.
어제 퍼 마신 술덕분인지, 오랜 변비 끝에 크고 거대한 그`분`들을 영접할 수 있다는 신호가 왔다.
변비는 지방 다이어트를 시작하며 오게 되었다. 뭐.. 내 변비의 원인은 별로 안궁금들 하시겠지만, 난 말하고 싶은걸.
보통 `그분`들이 전설이면, 지방 다이어트는 `그분`들을 원시고대전설로 바꿔놨다. 내 원시 복바도 이것보단 빨리 나왔었는데.
하여간 오랜만에 온 신호에, 기대감에 벅차 얼른 바지를 내리고 힘을 줬다.
허나 크고 거대한 방구만 나왔다.
문득, 변기 옆 스뎅 세숫대야는 방귀 소리를 받아 크게 웅웅 거렸다.
금속제 울림소리가 길게 울려, 참 듣기 좋은 소리를 내었다.
비록 시작은 비천하였지만, 끝은 청아하고 아름다웠다고 해야되나.
오래도록 울렸다.
왜인지 친구들의 개소리가 생각났다.
내일 동생 결혼식장에 문의를 해보아야겠다.
혹시 긴 에코 가능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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