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번 질문게시판에 질문만 남기고 많은 정보 얻어갔던 '1인분추가요'입니다.
가입한지는 꽤 되었는데 매번 로그인 안 하고 눈팅만 하다가 자유게시판에는 처음 글을 쓰게 되네요.
유럽에 나오게 된지 6개월 가량 되었는데, 정착기를 남겨야겠다 하다가 정보공유 차원에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미국 생활은 간간히 본것 같은데, 유럽은 잘 없었기도 하고 그냥 한 명의 유럽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유럽에 정착하기까지의 경험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0. 출국하기 전
저는 벨기에에 소재한 국제기구에서 3년의 기간으로 일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일반적인 경로는 아니어서 국제기구 입사를 준비하시는 분께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0.1 이사
홀 몸으로 나간다면 일반적인 유학생들이 가시는 것처럼 이민가방2개, 기내수하물 1개 이런 조합으로 가게 되는데요, 저는 가족이 이사를 가는 상황이어서 컨테이너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와서 꼼꼼하게 포장을 해주시긴 하더라구요. 그릇하나에 종이를 엄청나게 감아서 나중에 푸는게 더 어렵긴 했지만요. 왠만한건 다 박스에 넣어서 박스마다 번호를 붙이고 송장을 작성하게 됩니다. 1번 주방용품, 2번 주방용품, 3번 주방용품....10번 주방용품(저희 집에 이렇게 주방용품이 많은지 몰랐습니다. 아직 애도 없는데....), 11번 쇼파, 12번 침대 매트리스 ... 다행인지 저희 가족은 60번대에서 끝났습니다만, 주변 동료 얘기 들어보니 100번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애 1명이 늘어날수록 박스가 30개 이상 늘어나는것 같습니다. 이렇게 박스를 싸서 컨테이너에 싣고 씰을 부착하게 됩니다. 20피트 짜리 한개에 들어가면 다행인데, 안 들어가면 난감한 상황이 됩니다. 배로 보내야 하기때문에 컨테이너 한개당 가격을 받는게 일반적이거든요. 주변 얘기 들어보니 23평에 살면 20피트 컨테이너 1개가 꽉 차고, 30평대면 1개 가지고는 모자라다가 정설인것 같습니다. 여튼 꾸역꾸역 짐을 실고 유럽으로 보내게 되는데, 부산항에서 컨테이너를 실고 여러 나라를 거치고 적도를 넘어 벨기에의 앤트워프항으로 도착하게 됩니다. 배가 들어오는 시기가 좋으면 7주 정도 걸리는데, 안 좋으면 이보다 2주 정도 더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이사비용은 회사에서 직접 지원을 해줘서 다행이었는데요, 대략 7백만원 정도 들었던것 같습니다.
0.2 여권
여권 만료기간이 다 되어서 갱신을 했습니다. 유럽에 오게 되면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야지 하는 마음으로 큰 맘먹고 40매짜리로 하였는데요. 막상 와보니 쓸모가 있긴 한데 다 쓰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쉥겐 조약에 가입한 나라(대부분의 유럽지역)끼리는 육로로는 그냥 돌아다니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때 여권 검사를 하게 되거든요. 특이하게 영국은 가입국가가 아니고, 정말 섬나라이기도 해서 오갈때 무조건 여권이 필요했습니다.
0.3 생필품 준비
이사와 연관지어서 적절한 생필품을 준비해야 했는데요, 적도를 넘어가기 때문에 음식류는 최소한으로 했습니다. 상할 위험이 크기도 하고, 세관에서 통관을 안 시켜주는 경우도 많이 있었거든요. 막상 와보니 한인마트도 많지는 않지만 독일, 프랑스에 교민들이 많아서인지 한국물건도 많이 있어서 돈만 있다면!!! 굳이 준비를 많이 하지 않아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4 숙소
도착해서 집을 알아보기까지 임시로 지내야 할 숙소를 알아봐야 했습니다. 호텔에서 지내기엔 좀 비싸고 답답한 감도 있어서, 레지던스 같은 곳을 알아봤습니다. 테러 위험, 슬럼가 등을 배제하고 회사까지의 교통이 편리한 곳을 정리하다 보니 몇 군데 없더라구요. 약 1.5개월 정도 지낼 것을 생각하고 약 2천유로 정도를 지불했던 것 같습니다.
0.5 은행 및 환전
초기 정착을 위해 한국에서 돈을 보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현금을 들고 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현금을 들고 나가면 현금 환전 수수료가 비싸고, 세관 신고, 분실 위험이 있어서 그냥 주거래 은행을 통해서 외환 계좌를 텄습니다.
해외에 직장때문에 나갈 경우에는 은행에 서류를 제출하게 되면 1개 계좌에 대해서는 연간 제한 금액 없이 송수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에서 돈을 보내고 나면 여기 계좌에 확인되기까지 2~3 영업일이 소요되었습니다.
환전우대를 이리저리 알아볼 시간이 없어서 그냥 주거래 은행으로만 했었는데, 와서보니 모은행이 괜찮다는 평을 듣더라구요. 근데 지정계좌를 다시 해제하고 재지정해야하는데 한국으로 전화하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두고 있습니다.
0.6 핸드폰
일시정지가 있기는 하지만 연간 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되어 있더라구요. 그래서 관련 서류를 제출하니 장기정지를 해주더라구요.(군복무시 신청하는 장기정지와 동일합니다) 번호를 없앨까하다가 위약금도 남아있고, 번호가 아깝기도 해서(나름 골드번호 당첨된 거 였습니다) 장기정지를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관공서에서 핸드폰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어서 여러 검색 끝에 월 1천원의 기본료인 알뜰폰 유심을 하나 구입해서 본인확인 받는 문자 받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름 유용하더라구요.
1. 출국
회사마다 규정이 다르겠지만, 고맙게도 비즈니스 항공권을 구입해줬습니다. 이코노미 석의 3배 정도 되는 가격이었는데요, 벨기에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편하게 왔던것 같습니다. 벨기에에 오기까지 단점은 직항이 없다는 겁니다. 브뤼셀에 오려면 정말 다양하게 루트를 짤 수 있는데요, 비행기로만 올 경우에는 암스테르담, 파리, 런던, 프라하 등을 경유해서 오기도 하구요, 비행기+기차의 조합으로 오시려면 암스테르담, 파리에 내려서 탈리스(벨기에의 KTX라고 생각하시면 될것 같습니다)를 타고 오게 됩니다. 저는 짐이 많아서 암스테르담 경유로 브뤼셀에 도착하였습니다.
2. 도착해서
2.1 전화
몇 번의 유럽출장 경험이 있어서 유심을 구입한 후 핸드폰에 꽂기만 하면 된다라고 알고 있었는데,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유심에 대해서도 신분확인이 강화되었더라구요. 원래는 신분확인 없이 누구나 구매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여권 등 ID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가 있더라구요.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마중나오신 분이 온라인으로 구매를 해서 우편으로 받았는데, 이렇게 된거는 다시 Activation을 해야 하더라구요. 근데 이걸 모르고 꽂아서 하려고 하다 보니 알 수 없는 외계어?!!!로 뭐라고 해서 도저히 안 되더라구요. 공항 안내원한테 물어보니 가게에 가서 ID확인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멘붕인 채로 전화는 당일날 개통하지 못 했습니다.
2.2 언어
벨기에는 여러 나라에 끼인 나라답게 2개의 언어를 공용어로 씁니다. 불어와 네덜란드어 인데요. 세계적인 관광지(?!!!) 답게 브뤼셀에서는 영어가 조금 통합니다. 다만 영어를 쓰면 바가지를 쓸 확률도 높아진다는 함정.
벨기에 남부 지방은 프랑스권 영향을 받아 불어를 많이 쓰고, 북부 지방은 네덜란드어를 많이 쓰는데요. 제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서는 불어를 쓰는 사람은 오직 불어만 쓰고, 네덜란드어를 쓰는 사람은 친절하게도 불어, 영어를 다 어느정도 쓸 줄 알아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언어에 대해 말하자면 끝도 없는데, 프랑스에 가면 영어로 말해도 불어로 대답하더라 라는 말처럼 정말 불어를 쓰는 사람은 불친절합니다. 다만 불어로 물어보면 한없이 친절해지기도 합니다. 너무 친절해져서 제가 불어를 잘하는 것처럼 쏼라쏼라 얘기하다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 한숨을 쉬며 다시 천천히 영어와 불어를 섞어 쓰며 얘기합니다. 다만 다시 얘기하다가도 처음엔 분명 영어 였는데, 어느 순간 들어보면 불어를 섞어써서 아무것도 다시 못 알아듣게 되는 낭패가 발생하기도 하지만요. 불어와 영어가 단어는 같은데, 발음은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이 있어서 단어가 어느 순간 불어로 변해있는 마법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2.3 ID 신청
벨기에에 도착해서 거주를 하려면 7일 이내에 구청에 신고를 하여 ID(주민등록증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유학 같은 경우에는 오기 전에 벨기에 비자가 필요합니다. 다만 저는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신분이 되어서 비자가 필요없는 상태로 왔는데요, 회사가 서류를 대행해줘서 비자가 필요없더라구요. 일반적인 경우 본인이 직접 구청에 가서 관련 서류들을 잔뜩 내고 불어 밖에 못하는 직원을 만난다든지, 다음에 오라든지 등등 별의별 경우를 다 겪게 됩니다. 영어를 할줄 아는 직원이 요새는 많이 늘었다고는 하던데, 그것도 구청마다 다 달라서 사람마다 다 다른 사례담을 얘기해주곤 합니다. 참고로 브뤼셀은 브뤼셀시와 주변의 자치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자치구들도 city라고 불립니다. 자치구별로 특성이 약간씩 다른데요. 이건 다음에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ID를 신청하게 되면 경찰이 방문하여 이 사람이 진짜 살고 있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경찰도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겨우겨우 손짓발짓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집 안으로 와서 생각보다 이것저것 살펴보며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경찰이 와서 확인하기까지 정말 불확실합니다. 언제 오는지는 city 별로 다 다르거든요. 저는 ID도 받았는데 아직도 경찰이 왔다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아직 정착이 덜 된것 같네요.
2.4 집 구하기
도착하자마자부터 집을 열심히 찾아다녀야 합니다. 짐이 도착하는 날짜는 정해져 있는데, 그 안에 맘에 드는 집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죠. 벨기에 사람들이 주로 보는 사이트는 immoweb.be 입니다. 주로 부동산 중계업체들이 올려놓는데, 집주인이 직접 올리기도 합니다. 특이하게도 복비를 우리나라와는 다른게 받는데요, 전부 다 집주인한테 받습니다.(월세*2였나, *3였나 듣고 까먹었네요) 사이트를 보고 이메일 또는 전화를 하면 몇시에 어디서 보자고 연락을 줍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며칠전부터 약속을 잡아야 하고 주말에는 대부분 약속을 잡을수가 없었습니다. 휴일에는 쉰다는 개념이 확실하더라구요. 다만, 집주인이 직접 올린 경우에는 연락을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4군데 정도 본 후에 대학가 인근의 아파트를 구했는데요, 이 아파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파트가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빌라라는 것이 이곳의 아파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나름의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을 House라고 부릅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아파트는 보안, 난방의 강점이 있으나, 생각보다 층간소음이 심하다는 점!!!! 약간의 답답함(한국보다는 좀 덜하긴 합니다)가 있습니다. House는 이와 반대인데요, 가족만의 공간이 있다는 점에서는 좋으나, 잡도둑이 많아 털리는 경우가 꽤 있고, 난방효율이 좋지 않아 춥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층간소음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이 곳의 아파트 구조는 주된 생활공간과 침실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현관문에서 들어가면 한쪽으로는 거실과 주방, 반대쪽으로는 침실들이 배치되어 있는데요. 대부분의 층간소음은 거실과 주방쪽에서 발생합니다. 다만 서로 암묵적으로(?!!!) 평일 저녁9시 이전과 주말에는 서로 감내하고 살아야 한다는 동의가 있더라가 있습니다. 덕분에 저도 그냥 거실 쪽에서는 맘 놓고 걸어다닙니다.
쓰다보니 길어지네요. 다음에는 정착하기까지 걸렸던 은행계좌 만들기, 차량 구입, 집계약, 보험 가입 등에 대해서 얘기해 드릴게요.
덧. 혹시 유럽에서 한국이나 아시아 서버 스타 베틀넷 접속할때 원할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유럽서버에서는 잘 되는데 그 쪽으로 가면 다 빨핑 나오고 저 때문에 다 렉걸리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