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난 조각을 운영하는 마스터충달입니다. 모난 조각은 PGR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글쓰기 소모임입니다. 매주 주제를 선정하여 이를 두고 글을 쓰거나 혹은 자유롭게 짧은 조각글을 쓰는 모임입니다. 모난 조각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가볍고 짧은 '조각글'을 매주 꾸준히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글쓰기에 관심있는 분들께 모난 조각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주제 : 키득
키득! 소리가 나오는 글.
키득! 때문에 벌어진 일.
키득! 키가 이득본 일.
자유롭게 써주시길 바랍니다.
맞춤법 검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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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팁] 5. 부사를 빼라
우리는 말 할 때 부사를 즐겨 씁니다.
"정말 정말 좋아해."
"아주 맛있어."
"진짜 대단해."
그런데 위 말에서 '정말', '아주', '진짜'를 꼭 사용해야만 했을까요? 정보의 전달만 따진다면 사실 없어도 그만인 단어들입니다.
하지만 부사가 없으면? 무뚝뚝하게 들립니다. 여자친구의 생일날. 남자가 없는 실력을 짜내어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여자가 한 입 먹고는 이렇게 대답하네요.
"맛있네."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화가 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죠. 반면에 부사를 팍팍 남용하면
"진짜 정말 아주 맛있네."
맛있게 먹었다는 진심이 팍팍 느껴집니다. 설령 맛없었어도 저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맛있었다고 생각할 겁니다.
"예쁘네."
보다는
"정말 예쁘네."
라고 말하는 게 더 와닿습니다. 구어에서는 부사의 남용이 친근함을 가져다줍니다.
그렇다면 문어에서도 부사를 쓰면 친근함이 느껴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글은 목소리처럼 톤이 생생하지 않습니다. 문체는 한 단어, 한 문장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연속하는 글의 흐름에서 피어납니다. 부사 하나를 더한다고 글의 분위기가 쉽사리 바뀌지는 않습니다. 호들갑 떤다 한들 독자에게 더 와닿는 글이 되진 않겠죠.
같은 내용이라면 잘 읽히는 글이 좋은 글입니다. 글은 간결할수록 가독성이 좋습니다. 가장 간결한 문장은 주어와 동사만으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각종 수사가 붙으면 간결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따라서 수사는 꼭 필요할 때만 써야 합니다. 그런데 부사를 남발한다면? 문장은 난삽해지고 가독성은 떨어질 겁니다.
우리는 말 할 때 부사를 즐겨 씁니다. 그래서 말하는 습관대로 글을 쓰면 부사를 남용하게 됩니다. 이를 완벽하게 피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말 낳고 글 낳았지, 글 낳고 말 낳은 게 아니거든요. 처음부터 부사를 남용하지 않고 글을 쓰려면 수십 년의 글쓰기 내공이 필요할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퇴고해야 합니다. 퇴고만이 부사의 남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막상 퇴고를 한다 해도 부사를 걸러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개 부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웬만하면 거슬리거나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퇴고할 때 우선 부사를 싹 걷어냅니다. 부사를 없애도 괜찮다면 없앤 채로 둡니다. 부사를 없앴더니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다시 부사를 넣습니다. 이렇게 작업하면 부사를 줄이면서도 꼭 필요한 부사를 살릴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부사를 없애는 법
1. 원문에서 부사를 모두 없앤다.
2. 부사가 없어도 자연스럽다면 없앤 채로 둔다.
3. 부사가 없어져 부자연스럽다면 부사를 다시 넣는다.
다음은 제가 저번에 쓴 글(
https://pgr21.co.kr/?b=8&n=71736)의 초안과 수정본입니다. 두 글을 비교하며 부사를 어떻게 써야 할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초안
[아직 5월 초인데] 새까만 아스팔트 위로
[어지러이]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담배가
[몹시] 땡기는 풍경이었다.
의견
1.
[아직 5월 초인데] : 굳이 시기를 밝힐 필요가 없었습니다. 없다 한들 문맥상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2.
[어지러이] :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거야 당연히 어지럽겠죠. 그래서 빼버릴까 했습니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지 못해 정신이 아득한 상태를 묘사하고자 어지러이라는 말은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3.
[몹시] : 전형적인 '아주, 정말, 진짜'류의 부사입니다. 몹시 땡기건, 그냥 땡기건 담배가 고픈 느낌은 변함없이 살릴 수 있죠.
수정
새까만 아스팔트 위로 어지러이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담배가 땡기는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