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링크 :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no=71794&page=4
여러분,
세 번 본 사이, 그냥 업무 관련 교육 들으러 와서 만난 사이, 심심한 마음에 가볍게 수업 같이 듣고자 요청 드려서 같이 수업 듣게 된 사이, 여자분의 수업 중간에 나가서 술 한 잔 하자는 제안...이거 거절하면 바보 아닙니까?
예, 제가 그 바보입니다.
“그냥 수업 계속 들으세요.”
전 그 밑에 댓글 달 듯 그렇게 적어서 드렸고, 그분은 2교시 수업이 끝나고 자리를 떠나셨습니다. 1시간 수업이 남은 상태였는데...뭐 급한 일이 있으셨겠죠...흠...
좀 죄송스럽더군요.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인데 너무 매몰차게 얘기한 게 아닐까 싶어서...제가 당시 술을 같이 마시지 않은 이유는 제 어이없는 38선 때문입니다. 전 연인이 아닌 관계에서 남녀가 단둘이 술을 마시는 것은 위험하다는 이상한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를 사귀면 다른 남자랑 밥 먹고 차 마시는 것까진 되는데 술은 절대 안돼 라고 못을 박고는 하죠.
다음 날 회사에 가서 점심시간에 그 이야기를 했다가 저 진짜 그날 사표 쓸 뻔 했습니다. 다들 얘 누가 뽑았는지, 면접 누가 봤는지...전 그래도 여자분들은 좋게 봐주실줄 알았는데 여자분들도 여자가 그렇게 말했는데 매몰차게 거절하면 정말 그 여자분 무안하셨을거라고...그렇게 전 십자포화를 받았습니다.
피지알 여러분들, 정말 제가 잘못한건가요? 매몰차게 말한 것에 대해선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전 아직도 답을 모르겠습니다 흑흑...ㅠㅠ
그렇게 소개팅 작전도 실패하였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교육 작전도 실패하였습니다.
그게 작년 8월 즈음이었고, 전 더위에 약하기도 하고 연애는 무슨 연애냐 하면서 다시 솔로라이프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열심히 먹방을 찍고 있었습니다.
제가 주로 맛집정보를 찾는 곳은 인스타그램이었습니다. “먹스타그램” 키워드와 원하는 지역을 검색하여 찾아가면 성공률이 꽤 높더군요. 매일 먹스타그램을 검색하며 맛집을 찾아서 친구들과 다니는 나날이었습니다. 먹스타그램을 검색해보면, 7~80%가량이 여자분들입니다. 퀄리티 높은 음식사진을 찍는 분들의 인스타를 들어가서 전체 사진들을 보다 보면 제 스타일에 가까운 분들도 아주 가끔 눈에 띄고는 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말을 걸어보면 어떨까?’
1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제 주특기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걸기입니다.
그때부터 먹스타그램을 들어가서 음식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스타 주인에 대해서도 보게 되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스타에는 다이렉트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개인메시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두 명인가...맛집탐방도 좋아하고 말하는 것도 선할 것 같고 외모도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다이렉트를 보내보았으나 무참히 씹혔습니다. 제가 여자라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인상 좋으시다고, 대화 나누고 싶다고 하면 대답 안 할 것 같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하하...
그렇게 지내다가 또 한 명을 보게 되었습니다. 개인 일상 및 여행사진, 음식사진, 셀카를 공유하는 그런 평범한 여대생의 인스타였습니다. 쌍커풀 없는 눈매와 웃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무쌍에 잘 웃는 사람이 이상형이거든요.
그러나 선뜻 말걸기가 무서웠습니다. 거절포비아라고...두 번 정도 답장도 못 받다 보니 겁도 나고 시간 낭비 아닌가 싶기도 하고...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괜히 낯 깎이고 그렇더군요.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지~라는 생각으로 메시지를 보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연락 드려서 당황하시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전 서울 사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우연히 뵙게 되었는데 너무 인상도 좋으시고 제 스타일이셔서...뭐 도를 아십니까 이런거 아니고요. 그냥 서울 평범한 대학교 졸업하고 작은 무역회사 다니는 사람입니다. 혹시 연락하고 지내면서 친해질 수 있을까요?”
나름 최대한 정중하게 적는다고 적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인터넷으로 모르는 사람이 뜬금없이 메시지 보내는 상황) 그냥 될 대로 되라~라는 심정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답장이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스타 팔로우했어요^^ 네 친하게 지내요 흐흐”
신기하더군요. 전 온라인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나 본 적도 없고, 요즘 유행한다는 소개팅앱? 같은 것도 해 본 적이 없는 터라...
그래서 제가 처음 했던 답장이 뭐냐고요?
"감사해요 나쁘게 안 봐주셔서...ㅠ 연락 나누는 거 정말 괜찮으세요?" 였습니다. 저도 좀 신기하고 그래서요...하하
그렇게 이름 물어보고 사는 곳 물어보고 학교 얘기하고 그랬습니다. 남자다운 이름이었고 강남 근처에 살고 있었으며 서울에 있는 대학교 다니고 있더군요. 공대녀! 였습니다. 제가 공대녀를 만나 본 적이 없어서(친구도 없습니다.) 그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한 20분 대화했는데 여자분이 그러시더군요.
“아 근데 죄송한데요. 제가 내일 10시에 한자시험을 봐야 해서 공부를 해야 해요. 내일 시험 끝나고 연락 드려도 될까요?”
전 당시 좀 이해가 안 갔습니다. 먼저 답장을 보냈고 20분 정도 이야기 하다가 뜬금없이 내일 시험을 봐야 해서 연락이 어렵다...? 그래서 내심 아 대화 나눠보니 별로인가보다...나이차이도 5살이나 나서 좀 부담스럽나 보다...그렇지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연락이 온 사이니 더 그렇겠다 싶었습니다. 근데 요즘 대학생들은 되게 신박하게 거절하네 하면서 경탄하기도 했더랬죠.
“아 네 그럼 내일 시험공부 열심히 하세요 파이팅!!”
그렇게 연락은 끝났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다음날 밤 12시까지 그녀의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