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습니다. 부랴부랴 써서 올리네요.
그리고 여쭤볼 것들이 있습니다.
지금 호흡을 맞춰가고 있는데. 전개가 너무 느리다고 생각되시는 지요?
전개 템포를 올려서 50편 전후로 완결할지 아니면 제가 쓰고 싶은 말 다쓰며 더 늘릴지 고민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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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 공부는 예상외로 몇 시간이나 무리 없이 지속되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흐트러질법할 때마다 연주가 중심을 잘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연주를 도망쳐 나갔던 현중이도 어느새 돌아와 이렇게 얌전히 공부를 하고 있는걸 보니 사람 한 명이 그 공간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으아. 이제 진짜 한계다. 조금만 쉬었다하자!”
생각하기가 무섭게 현중이가 잡고 있던 볼펜을 집어던지고 책상에 엎어졌다. 주변 신입생들은 그런 현중이를 뻐끔거리며 쳐다볼 뿐이었다. 솔직히 내심은 쉬었다 하고 싶은데 연주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다.
이 많은 인원이 몇 시간이나 집중해서 공부한 것도 이미 놀라운 일이었다. 이쯤 되면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래. 잠깐 쉬었다하자.”
연주에게 쉬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연주가 먼저 쉬는 시간을 허락했다. 뒤에서 신입생들이 ‘와아!’하는 소리와 함께 다들 책상으로 엎어져버렸다. 어차피 연주가 쉬지 말라고 강요한 적도 없는데 모두 연주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주찬이마저.
“와! 저 이렇게까지 집중해서 공부한 적 처음인 것 같아요.”
신입생 남자애 한 명이 자신에게 감탄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오늘은 생각보다 엄청 잘 집중된다. 이 방에 무슨 마술이라도 걸린 것일지도.
결국 네 맘대로 하고 싶은 말 다 할 거면 들어볼 건지 왜 물어 본거냐. 예로부터 웃는 얼굴에는 침 못 뱉는다는데 그 말 확 바꿔줘?
“괜찮아요! 그거!”
“저도 할래요.”
응?
옆에서 듣고 있던 효신이와 다민이가 현중이의 말에 동의했다.
“현중아 그거 나도! 오빠도 하실 거죠?”
순식간에 은성이까지 찬성. 은성이의 물음에 주찬이는 재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기세로 방 안에 있는 열 명 모두가 어영부영 사다리에 이름이 새겨졌다.
“혼자가면 쓸쓸하니까... 두 명으로 어때요?”
정말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피식 웃음을 자아낸다. 혼자서 열 명을 감당하긴 확실히 부담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위에는 각자 이름 넣었고요. 밑에는 폭탄 두 개에 걸린 두 사람이 편의점에 직접 가서 자기 돈으로 먹을 것 사오는 걸로!”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중이는 그것을 암묵적인 동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시작하기 전에 말하지만, 이거 걸리면 선배고 후배고 형이고 누나고 뭐 없는 거예요? 그냥 걸리면 바로 딱 갖다오는 거예요?”
“아 진짜! 겁나 뜸들이네. 알았으니까 빨리 해.”
완성된 사다리를 두고 뜸을 들이는 현중이가 답답했는지 옆에서 지켜보던 은성이가 버럭 소리 질렀다. 그만큼 역으로 긴장되기도 한다는 소리다. 이런 시시콜콜한 내기는 할 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엄청 긴장된다.
“그럼 첫 번째 타자 갑니다! 주찬이형. 띠로리로..,”
현중이는 알 수 없는 괴상한 음악소리를 입으로 흥얼거리며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직접 손으로 타고 가는데도 어찌나 복잡하게 그려놨던지 중간까지도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뭐야 이거? 생각보다 엄청 흥미진진하다. 제발 걸려다오! 함주찬!
“우아아아!”
마지막 두 개의 작대기를 남겨두고 폭탄으로 가는가 안 가는가가 남았을 때 신입생들의 입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아 성공! 주찬이형 살아남았어요.”
망할. 나는 살짝 표정이 일그러진 채 주찬이를 쳐다봤다. 녀석은 기분 나쁠 정도로 환한 미소로 나를 바라봤다. 이른바 가진 자의 미소랄까.
“다음 타자는 정은성!”
“야 빨리 사다리나 타!”
첫 번째 사다리를 시작으로 우리의 모든 이목은 현중이의 손길에 집중되었다. 은성이는 현기증 난다는 듯이 빨리 사다리 탈 것을 재촉했다. 신속하고 정확한 움직임으로 현중이의 손이 지그재그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 나이스!”
마침내 도달한 곳에는 다행히 폭탄은 없었다. 은성이는 정말로 기뻤는지 방방 뛰며 소리쳤다. 주찬이가 그 모습을 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은성이에게 치켜세워줬는데 역시 가진 자의 여유가 느껴진다. 젠장! 어랍쇼? 은성이는 좋아서 방방 뛸 때는 언제고 주찬이 리액션 한 번에 얼굴이 빨개져서 조용해졌다.
“다음은 지연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중이의 손이 움직인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의 손은 결국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폭탄! 첫 번째 희생자가 나왔군.
“연주야 너 걸렸다?”
“그러네. 어차피 바람도 쐴겸, 후배들 간식도 사줄 겸 내가 가지 뭐.”
연주의 반응에 현중이는 ‘쳇, 재미없군.’이라고 투덜댔고 그 소리를 들은 연주는 현중이에게 가차 없이 꿀밤을 먹였다. 그 모습이 웃겼는지 몇몇 신입생들이 키득거렸다.
“자 다음은...”
이어서 사다리 타기는 계속되었다. 효신이와 다민이는 가뿐하게 통과. 그 외 효신이를 좋아하는 것 같은 남자애와 다른 신입생 여자애도 무사히 통과했다. 남은 것은 나와 연주를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이는 남자애 뿐.
“자 이제 두 명 남았네요. 설마 이렇게까지 폭탄이 안 터질 줄이야. 그럼 누구로 할까요?”
솔직히 누구로 해도 상관없다. 안 걸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어째 이 남자애는 자신이 폭탄을 밟고 싶어 하는 눈치다. 나름 편의점 왔다 갔다 할 때만이라도 연주와 함께 있고 싶다는 느낌이었다. 그것을 눈치채고나니 왠지 모르게 심술이 돋았다고 할까.
“나로 하지.”
마음 한 구석에서 약간, 내가 걸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현우형으로 갑니다.”
현중이는 괴상한 콧노래를 부르며 사다리를 거침없이 따라갔다. 그리고 그 끝에.
“와! 나이스! 걸렸다. 현우형 걸렸어요! 대박.”
걸려버렸다. 신입생 남자애의 눈초리에 약간 실망한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그 모습을 보니 왠지 괜히 심술궂은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하지만 어차피 사다리는 사다리. 내가 바랐던 아니던 어차피 난 폭탄 행이었을 것이다.
“너 되게 기뻐한다. 다른 사람 걸린 것보다 내가 걸려서 기쁜가보다?”
“헛. 저는 그러니까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이건 복수죠!”
나는 딱히 너한테 잘못한 기억이 없는데?
“지난 번 술값에 대한 복수입니다. 허허허.”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냥 내가 골탕 먹는 게 썩 기쁜 일이라 그런 거 아냐?”
“헙!”
맞구나.
“어쨌든 갖다올게. 가자 연주야.”
“네? 네 선배.”
가방에서 지갑만 챙겨 연주와 함께 과실을 빠져나왔다. 밖은 어둡고 살짝 센 바람이 불어왔다. 봄이 완연한 시기인데도 밤공기는 꽤 을씨년스러웠다.
28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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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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