奇談 - 기이한 이야기 (1)
http://58.120.96.219/?b=8&n=23578
奇談 - 기이한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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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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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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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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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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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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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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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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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談 - 세번째 기이한 이야기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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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談 외전 - 기차는 달린다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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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談 - 네번째 기이한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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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談 - 네번째 기이한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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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談 - 네번째 기이한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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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談 - 네번째 기이한 이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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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시작해서 끝맺지를 못하는 고약한 버릇이 있는데
이것도 연재라면 연재여서 글을 꾸준히 쓰게 되니 참 좋습니다.
문제는 내일은 오늘보다 더 바쁘다는 점.
과연 이번 편이 끝나기 전에 저는 펑크를 내게 될까요?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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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은정의 어머니가 휘청하며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넘어지기 전에 남편이 그녀를 붙들었다. 해원은 그들에게 다가가 말없이 집 밖으로 인도했다. 현관을 나서면서 은정의 어머니가 몸을 떨었다.
“좀 춥네요.”
따라 나가던 남편도 흠칫하더니 역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환절기라 그런가, 으슬으슬한데.”
“음기가 강한 곳에서 오래 있어서 그럴 겁니다. 얼른 이곳에서 멀어지고 나면 괜찮아지실 테니 걱정 마시지요.”
해원이 위로하며 말했다. 은정의 어머니가 해원을 돌아보았다.
“전화주신 분이지요? 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못 했네요. 정말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에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 딸이...... 여기 있는 걸 알았나요?”
“다른 분에게 의뢰받은 게 있어서 일을 하다 우연히 만났습니다.”
해원은 명함을 건네고 자기소개를 덧붙여서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은정의 어머니는 해원의 소박한 명함을 유심히 들여다보다 손때 묻은 손가방을 뒤적이더니 자질구레한 물건들 사이에서 간신히 지갑을 꺼냈다.
“어떻게 보답이라도 좀 하고 싶은데......”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미 보수를 받고 있어서요.”
해원은 가볍게 거절했다. 한 가지 일을 가지고 여러 곳에서 보수를 받지 않는 것은 나름대로 해원의 직업윤리 같은 것이었다. 더군다나 딱 봐도 검소하기 그지없는 평범한 주부에게, 그것도 얼마 전에 딸을 잃은 어머니에게 돈을 받는다는 건 절대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주겠다는 사람과 안 받겠다는 사람 사이에서 잠시 실랑이가 있었으나 곧 해원의 말 한 마디로 결판이 났다.
“정 그러시면 그 돈을 따님의 이름으로 좋은 곳에 기부라도 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게 따님의 업에도 좋습니다.”
결국 고개를 끄덕인 은정의 어머니는 차에 올라탔다. 조금 전보다 훨씬 덜 수척해 보이는 은정의 아버지가 운전석 문을 열기 전에 해원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말없이 인사했다. 해원도 엉겁결에 꾸벅 허리를 숙였다.
낮은 배기음을 내며 출발한 차가 골목을 돌아가자 해원은 난처해하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 이거 큰일 났네. 갑자기 왜 이렇게 열받은 거야?”
“모르겠어요. 그치만 진짜 엄청 화난 모양인데요?”
바리는 살짝 겁을 먹은 듯한 목소리였다. 해원은 머뭇거리며 다시 뒤로 돌아 현관을 마주보았다. 열려있는 현관 너머, 아까 은정의 영이 나타났던 그 방 쪽에서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기색을 감추고 있던 그 영이 틀림없지만 이제 숨어있을 생각 따윈 없는 모양이었다. 바리와 함께 있는 해원의 눈에는 그 영의 기운이 으스스한 검붉은 색으로 보였다. 분노와 미움과 거부감이 뒤섞인 부정적인 감정이 마치 압축공기처럼 세차게 흘러나오는 바람에 해원의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오싹해졌다. 영적인 능력 따윈 전혀 없는 은정의 부모들마저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싸늘함이었다.
“이거야 원.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니까.”
해원은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성큼 걸음을 내디뎠다.
해원은 종종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후회하곤 했다. 그냥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에 취업해서 평범하게 사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고.
꺼져버려 당장 나가 사라져 버려 없어져
증오의 감정이 해원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바람에 해원은 금방이라도 구토를 할 것만 같았다. 다시 한 번 자신의 직업 선택에 대해 후회하면서 해원은 억지로 입을 열었다.
“왜 은정 씨를 죽였습니까?”
가버려 당장 죽어버려 없어져 저리 가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겁니까? 우리 이야기 좀 하지요!”
돌려줘
다시 한 번 감정의 폭풍우가 그를 휩쓸고 지나가자 해원은 머리가 쑤신 듯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엄청나게 거센 바람이 좁은 방 안에서 이리저리 몰아치고 있었다. 종이며 수건 따위가 회오리치듯 주변을 날아다녔다. 물리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방 한가운데에는 검붉은 그림자가 있었는데, 사람의 모습을 갖추지 않고 그저 검붉은 연기가 한데 뭉친 형태였다. 그 연기 뭉치는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격렬하게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고 있었다. 지금껏 겪어본 것 중에서도 손꼽을 수 있으리만큼 지독한 영이었다. 방에 들어오기 전에 바리가 다시 숨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고 해원은 생각했다. 이 바람은 분명 물리력 이상으로 강한 영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정면으로 부딪혔다면 아마 바리로서는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해원은 악을 쓰듯 외쳤다.
“뭘 돌려달라는 겁니까?!”
돌려줘 꺼져 돌려줘 꺼져 돌려줘 꺼져
구토를 참기 위해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 해원의 턱에서 우드득 소리가 났다. 그러나 해원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지독한 힘이네. 아마도 그만큼 지독한 원한이 있을 거야. 뭘까? 그런데 나를 미워하고 있다. 단순히 살아있는 사람을 무작정 미워하는 게 아니라 나를 미워하고 있어. 왜 나를 미워하지? 돌려달라고 하는 건 내가 뭔가를 가져갔다는 건가? 하지만 나는 아무 물건에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 그보다 처음에는 분명 숨어있었지. 나와 바리가 집에 들어왔을 때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거지? 그러면서도 이 정도 힘을 가진 영이 어째서 나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지?’
머릿속에서 뭔가가 번뜩하더니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해원은 비틀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거센 바람 속에서 허리를 꼿꼿이 폈다. 바람에 휩쓸린 종잇조각이 뺨을 스치고 지나가며 살짝 상처를 냈다. 해원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제가 무섭습니까?”
바람이 멈췄다. 해원을 몰아붙이던 감정의 파도가 순식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공중을 떠다니던 종이들이 하늘거리며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잠시 숨을 몰아쉬던 해원은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갑자기 사라졌네요.”
해원은 대답할 기운조차 없어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어떻게 된 거예요? 뭔가 알겠어요?”
숨을 몇 번이나 몰아쉬자 간신히 호흡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해원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입 안이 바싹 말라서 말하기가 힘들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를 미워하면서도 무서워하고 있어. 그리고 무언가를 돌려달라는데, 그게 뭔지는 알 것 같아.”
“뭔데요?”
바리의 모습이 해원의 곁에 다시 둥실 떠올랐다. 해원은 맥없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여기 온 후에 여기서 없어진 게 딱 하나 있어. 뭔지 알겠어?”
바리가 잠시 생각하더니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까 그 언니의 영?”
“맞아.”
해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땅을 짚고 용을 써서 간신히 일어섰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내일 조사를 좀 해 봐야겠어.”
해원은 느지막한 오후에 다시 부동산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바로 어제 가벼운 마음으로 밀고 들어온 문이건만 하룻밤 사이에 족히 십 년은 늙은 기분이었다. 어제 고초를 겪는 바람에 온몸이 쑤시고 결린 대다, 그나마 쉬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느라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마침 부동산 안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해원이 부동산 사장의 맞은편에 놓인 소파에 털썩 주저앉자 여직원이 정수기 물로 탄 맛없는 인스턴트커피를 가져다주었다. 해원은 잠시 침묵하며 쉬다 불쑥 말을 꺼냈다.
“사장님. 어제 이야기를 해 주지 않은 부분이 있으시죠?”
“예? 글쎄요? 어, 저, 무슨 말씀이신지 잘......”
사장은 불안한 얼굴로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 건물, 지금 주인분이 삼 년 전에 사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도 분명 사장님께서 중개하셨을 테죠.”
사장은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 당황해하는 눈빛만으로도 해원은 답을 들은 기분이었다.
“지금 주인분은 외지에서 오셨죠. 그러니 당연히 몰랐을 겁니다. 본인이 노후를 위해 구매한 건물에서 예전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걸.”
해원의 말은 질문이 아니라 사실 확인이었다. 아침부터 도서관에서 인터넷과 신문을 뒤져 찾아낸 기사. 경찰서에 근무하는 친구를 방문해 재차 확인한 내용. 그리고 주변의 상인들에게 탐문한 이야기. 그는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오 년 전에 살인사건이 난 후 그 건물은 세입자가 뚝 끊겼죠. 이 주변에 대학생들이 자취할 만한 원룸은 많습니다. 굳이 살인, 그것도 강간 살인이 벌어진 곳에 살려는 악취미를 가진 학생은 없을 겁니다. 게다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퍼지는 입소문은 생각보다 훨씬 빠릅니다. 한참 동안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자 견디다 못한 전 주인은 이 집을 싸게 내놨지만 이 년 가까이 팔리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 때 그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지금 주인분이 오셨고, 시세보다 싼 그 건물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이때다 싶은 생각이 드셨겠지요.”
“아니 그러니까, 싼 건물을 찾으신다고 하기에, 저야 그냥 말 그대로 싼 건물을, 에 그러니까, 아 추천, 추천해 드린 거죠. 사건이 있었다지만 그것도 한참 전의 이야기였고, 그때는 다시 세입자도 하나씩 들어오고 해서......”
사장의 입이 오랜만에 열리더니 봇물 터지듯 말이 쏟아졌다. 해원은 짜증이 났지만 다시 한 번 억눌렀다.
“귀신이 나오는 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좀 이상했습니다. 아무런 계기도 없이 그런 일이 생기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사장님 말씀대로라면 삼 년 전에 지금 주인분이 집을 사고 나서 갑작스레 귀신들린 집이라고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하지만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좀 조사를 해 봤지요. 오늘 아침에 확인했습니다. 그 집에 귀신이 나타난 것은 이미 오 년 전부터의 일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살인사건이 일어난 이후부터지요.”
영의 한을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보가 필요했다. 특히 어제 만난 정체 모를 영처럼 지독하리만큼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면 그 영이 그곳에 있게 된 계기 또한 강렬한 사건이었을 것이라고 해원은 추측했다. 그래서 아침부터 자신의 추측을 증명하기 위해 피곤한 몸을 혹사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를 확인한 해원은 씁쓸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해원의 눈치를 살피던 사장이 머쓱해하더니 갑자기 만면에 미소를 뗬다.
“뭐 혹시라도 그 전부터 귀신이니 뭐니 하는 그런 소문이 돌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 집을 팔았다고 해서 무슨 제가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잖습니까? 그저 싼 건물을 중개했을 뿐이니까요. 무슨 귀신이 들렸다는 게 법적인 하자거나 한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범죄는 아니지. 해원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당신은 나를 화나게 하는 부류의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