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08/27 12:48:28
Name 王天君
File #1 movie_image_(4).jpg (112.2 KB), Download : 60
Subject [일반] 나우유씨미 Now You See Me 보고 왔습니다. (말미에 스포 들어가 있습니다)




마술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일반적으로 미스테리 형식을 띄게 됩니다. 풀리지 않는 의문이 불안감을 조성하는 대신 논리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긴 하지만요. 여기에 하이스트 Heist 장르가 결합되면 어떻게 될까요? 마술의 신비스러움과 도적의 스릴이 만났을 때 얼마나 매력적인 장르로 거듭날 수 있는지 이 영화는 잘 보여줍니다. 상대방과 관객의 예측을 뛰어넘는 행동을 훨씬 더 다채롭고 요란스럽게 보여주니까요.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화려한 비쥬얼입니다. 마술사들이 마술을 한다 - 는 자칫 뻔하고 늘어질 수 있는 장면을 화려한 그래픽과 무대로 채워 넣습니다. 그 중 가장 잘 쓰이는 아이템, 공중에 흩뿌려지는 지폐 다발은 단순히 시각적으로나, 상징적인 의미로 보나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마술쇼의 목적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현 시대의 가장 결정적인 무기인 '자본'을 주무른다는 점에서 훨씬 더 전능하게 느껴지게끔 하거든요.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광학적인 이미지도 영화 자체를 세련되고 미래적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특히 포 호스맨의 마지막 무대의 연출은 블록버스터의 미덕, 영상의 압도적인 지배력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배우들의 호연 또한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배우들의 연기력도 훌륭하지만, 애초에 기획단계에서 각 캐릭터를 가장 적역이다 싶은 배우들에게 맡긴 섭외의 힘이 커 보입니다. 배우들의 고정된 이미지를 활용하는, 안전빵 캐스팅이라고 할까요. 제시 아이젠버그야 헐리우드에서 말 빠르기로 두번째라면 서러운 배우고, 이미 소셜 네트워크에서 수다스러운 얌체 역을 맡은 전적이 있습니다. 우디 헤럴슨 또한 능청스러운 너구리 캐릭터를 '프렌즈 위드 베네핏'에서 연기했었죠. 더 흥미로운 것은 이 두 배우가 '떠벌이와 껄렁이' 콤비를 '좀비랜드'에서 이미 맡았다는 사실입니다. (이쯤 되면 너무 안전하게 가려고만 한 섭외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아일라 피셔 또한 쇼퍼 홀릭이나 다른 영화에서 말괄량이 핀업 걸의 역을 주로 맡았고, 마이클 케인이나 모건 프리먼, 마크 러팔로 또한 그들의 이미지와 너무나 잘 맞는 역할이죠. 역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시 아이젠버그와 우디 해럴슨이었습니다. 기관총과 샷건의 대결을 보는 듯 해서 귀가 즐겁더라구요.

그럼에도, 이 영화는 다른 마술 영화들이 지니고 있는 약점을 그대로 지니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연출들을 '마술이니까~' 하고 안이하게 넘어가는 장면들이 조금 걸리긴 합니다. 사실, 이런 옥의 티야 포 호스맨의 메인 쇼에서는 잘 보이지 않으니 눈 감아 줄 수 있죠. 하지만 메인 트릭으로 이용되는 '최면술'이 너무 전능하게 그려지는 건 제법 거슬립니다. 꽁트도 아니고, 엄지손가락 한번 퉁긴다고 사람들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뚜렷한 개별 행동을 취한다니요, 이는 케케묵은 최면술의 신비주의 클리셰입니다. 거기다 구체적인 정보들을 쪽집게 맞추듯이 찝어내는 것도 좀 이해가 안가요. 이 정도면 거의 마술이 아니라 마법이죠.

더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보면, 포 호스맨이 왜 그렇게 구르고 뛰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그토록 용의주도하게 절도를 성공시킬 줄 알면서, 정작 자신들의 안전한 도주로를 확보하지 못해 물집 잡히도록 뛰고 자동차로 추격전을 벌이는 모습이라니요. 이왕에 마술 하는 거, 자기들도 멋지게 뿅!! 하고 사라지도록 연출 좀 보태면 안됐을까요? 그래서 마술사들이 쫓길 때, 이게 긴박감이 느껴진다기보다는 초라해 보여서 애써 잡은 폼만 괜히 구기는 느낌이 납니다. 캐릭터의 컨셉과 액션의 컨셉이 일치하는 것 같지가 않다는 거죠. 무능력한 경찰 클리셰야 영화적 재미를 위해 좀 봐줘야죠 뭐.

-------------- 스포 있습니다 --------------------------

이 영화의 반전은 상당히 허무합니다. 포 호스맨을 뒤쫓던 FBI 요원 딜런이 사실 포 호스맨의 지원자였다구요? 아니 그럼 그들을 잡지 못해서 안달나 있던 그 모습은 다 뭘까요? 관객을 속이기 위해 자기 자신도 속이는 식의 기만하는 설정은 아무리 봐도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연출입니다. 파이트 클럽처럼 무슨 이중인격도 아니고 말이죠. 후반부에 들어 미소를 스윽 짓는 모습은 상당히 생뚱 맞습니다. 이런 식의 자기 부정 반전은 그 동안의 모든 이야기를 의미 없는 고생으로 만들어버리는 역효과를 낳기 쉽고, 이 영화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가장 주축인 안타고니스트를 이런 식으로 소비해버리면, 말끔해야 할 마무리를 흐지부지하는 인상만이 남아요.

스토리 상의 결말이 심심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앞부분에서 언급되는 비운의 마술사 라이오넬 슈라이크 라는 마술사와 포 호스맨이 뭔가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추측은 누구나 할 법 한 것들이죠. 거기다 포 호스맨이 가입하고자 하는 호루스의 어쩌구 도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에 마술의 대의를 거창하게 떠벌리긴 하지만, 그게 그 정체불명의 조직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지는 않습니다. 마술은 그저 눈속임과 심리를 이용한 흥밋거리가 그 본질이잖아요. 일개 개인이 도대체 그만한 자금력과 기술, 정보를 어떻게 아는지도 좀 의문이고요. 마지막의 로맨스도 사족으로 느껴집니다. 가장 불만인 것은, 영화의 주인공인 포 호스맨이 하나의 장기말처럼 되버리는 결말 때문에 캐릭터의 존재감 자체가 흐려진다는 거죠.

-------------------------------------------------------------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볼 거리와 캐릭터에 많은 것을 기대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입니다. 보실 분은 예고편은 넘기고 보러 가시길 추천합니다. 이 영화는 예고편 이상은 보여준다고 말하기 어려운 영화이니까요. 저야 제시 아이젠버그의 속사포 대사를 들을 수 있었으니 즐거웠지만, 그걸로만 영화를 보러 가라고 하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군요.


* 영화를 보는 와중 옆자리에서 어떤 여성분이 "주인공 완전 잘 생겼어" 하는 소리에 조금 벙쪘습니다. 제시 아이젠버그도 이제 '잘생김'을 연기하는 경지에 다다른 것인가.....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3/08/27 12:54
수정 아이콘
보고 나올때 뭔가 계속 석연찮던 영화...
볼거리는 이것저것 풍부해서 그건 좋았습니다
늘지금처럼
13/08/27 12:58
수정 아이콘
저도 포 홀스맨들이 결국은 장기말에 불과했다는게 너무나 허무하더군요;;; 이래저래 이야기가 제대로 마무리 안된 느낌도 좀 있구요;;;

그래도 눈요기는 확실히 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여수사관이 참 이쁘고 괜찮더라구요~
덴드로븀
13/08/27 12:59
수정 아이콘
안그래도 요즘 진지한 영화들만 잔뜩 걸려있어서 그냥 생각없이 즐길수있는 오락영화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딱 좋았네요 흐흐
팝콘과 콜라가 이렇게 잘 들어가는 영화라니!!
반전은 뭔가 더 강력한걸 원하다가 과유불급이 된게 아닌가 싶지만 전반적인 진행도 괜찮은편이라 그러려니 합니다.
결론은 헐크짱짱맨이죠.
王天君
13/08/27 13:00
수정 아이콘
이거 오토플레이 태그 어떻게 먹이나요? 먹여놨는데 플레이가 안되네요 ㅠㅠ
kimbilly
13/08/27 13:14
수정 아이콘
본 사이트에서는 YouTube 영상의 autoplay 태그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서 차단 조치 됩니다.
王天君
13/08/27 14:32
수정 아이콘
아항. 감사합니다.
13/08/27 13:02
수정 아이콘
결말부분에 허무맹랑한 진정한 마술사 드립만 안했어도 참 재밌었던 팝콘무비였는데 말이죠
Go_TheMarine
13/08/27 13:03
수정 아이콘
어제 보고 왔는데 그냥 맘편히 즐길수 있는 영화여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설국열차보다 재밌게 봤네요~
coolasice
13/08/27 13:13
수정 아이콘
이 영화의 가장 큰 수확은 멜라니 로랑 아니겠습니까..
덴드로븀
13/08/27 13:17
수정 아이콘
어디서 봤다는 느낌이었는데 찾아보니 바스터즈:거친녀석들에 나왔었군요 크크크크크 매력적이더군요.
하얀그림자
13/08/27 13:17
수정 아이콘
숨바꼭질을 보고 난 다음의 영화라 부담없이 재밌게 봤습니다.
전혀 예측못한 반전에 좀 당황하긴 했지만 뭐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엔딩인 느낌이라 그냥 편하게 본 기분이더군요. 영화는 이렇게 별 생각없이 봐야 재밌는 거 같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숨바꼭질은 정말 참..
13/08/27 13:17
수정 아이콘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시간죽이기에는 최적인 영화입니다.
단점 세 가지를 꼽자면,

1. 마술도 트릭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남은건 비주얼뿐.
마술을 도구로 돈을 훔치는 마술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하이스트 무비입니다.
마술이 도구더라도,
관객들은 이미 '표면적으로는 마술이지만, 범죄에 어떤 트릭이 사용되었겠구나'하는 것을 알고 영화를 봅니다.
그렇지만 트릭에 개연성이 없습니다. 끼워맞춘다는 느낌이 강해요.
그냥 화려한 그래픽과 비주얼로 때워놓고는
나중에 '그거 사실 이러이러했음 납득 ok?' 하는 느낌이구요.
마술은 화려한데, 다시 말해 트릭에 대한 부분이 뭔가 어정쩡합니다.
마술. 현실(트릭)을 왔다갔다하더니,
결국 트릭을 쓰던 마술사들이 마지막에 딜런을 만나고 회전목마 타는 씬은 이건 뭥미?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 반전이 뜬금없다.
라이오넬 슈라이크가 계속 언급되면서 포 호스먼의 범죄가 뭔가 연관이 있겠구나 하는 암시만 들게 하다가
뜬금없이 FBI 딜런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떡밥을 제대로 뿌린 것도 아니고, 제대로 회수하지도 않았습니다.

3. 여주인공(프랑스 인터폴)이 어중간하다.
그냥 여주 한명 필요해서 끼워넣은 캐릭터 같더군요.

극장가서 보기엔 아깝고, 다운받아서 볼만한 영화힙니다.
니누얼
13/08/27 13:37
수정 아이콘
보는 내내 '막 헐크로 변신하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과,
마지막에 '안돼, 키스하지마, 여기서까지 키스하고 그러지 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뭐 그런 영화였어요.

심각한거 싫어하는 저에게는 딱 좋은 영화였습니다.

저는 정말로 '포스터' 하나만 보고 영화를 봐서 반전이 있는지도 스토리가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거든요.
오히려 그래서 더 재미있게 봤던 것 같습니다.
선형대수세이지
13/08/27 13:41
수정 아이콘
제시 아이젠버그 크크크...저도 처음에 '와 저 배우 잘생기고 매력적인데? 도대체 누구지?' 하면서 봤습니다. 특히 처음 카드 마술 하는 부분이요.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왠지 점점 내가 알던 어떤 배우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니...크크크...

뭐 멜라니 로랑만으로도 이 영화는 가치를 다 한다고 생각합니다. 천박한 취향이니 뭐니 해도 금발벽안의 미녀는 매력적이죠.

웃을 때 일그러지는 얼굴은 한 줌 남은 인간미구요.
복타르
13/08/27 15:03
수정 아이콘
부끄럽지만, 길거리에서 포스터 보고 '유씨미' 라는 유씨 성을 가진 사람이 나오는 코믹 한국영화인줄로 생각했습니다.
13/08/27 15:27
수정 아이콘
어디선가 멜라니로랑을 닮은 배우를 본 거 같은데 막상 멜라니 로랑 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한번도 본 적 없는 영화만 걸려 있더군요...
혹시나 닮은 배우 아시는 분 좀 쪽지좀 주세요 흐흐
사티레브
13/08/27 19:44
수정 아이콘
킬리안머피
13/08/27 15:42
수정 아이콘
여주인공이 뭔가 숨겨진 의도가 있는게 아닌가 암시하다가 아무것도 없는 결과가 좀 애매하구요.
반전이 뜬금없게 느껴지는 것은 복선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유일한 복선은 우디 해럴슨이 초반 취조 장면에서 딜런에게 아버지 관련된 마음의 상처가 있다고 지적하는 부분 뿐이죠.
구국의영웅오세훈
13/08/27 17:34
수정 아이콘
절대로 개연성 같은거 고민말고 아무 생각하지말고 보세요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6130 [일반] 지금 만나러 갑니다. [8] Cavatina4568 13/08/27 4568 0
46129 [일반] 독도까지도 못 날아가는 차세대 전투기??? [84] Neandertal8643 13/08/27 8643 0
46128 [일반] 奇談 - 네번째 기이한 이야기 (5) [7] 글곰4654 13/08/27 4654 3
46126 [일반] 서울시 보육대란 눈앞 [73] 삭제됨8238 13/08/27 8238 0
46125 [일반] [해축] BBC 금일의 가쉽 [72] V.serum5477 13/08/27 5477 0
46124 [일반] 김예림과 헨리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22] 효연짱팬세우실5867 13/08/27 5867 0
46123 [일반] 3개월간 약 20kg 가량 감량하기 [104] Manchester United15610 13/08/27 15610 5
46122 [일반] 2017수능부터 한국사 필수…수준별 영어 내년 폐지 [136] 이루이7581 13/08/27 7581 0
46121 [일반] 어르신들이 넘어지셨을때 확인해보세요 [8] 복합우루사6162 13/08/27 6162 3
46120 [일반] [법조] 건보공단, 담배회사 상대로 소송 준비? [17] 삭제됨4639 13/08/27 4639 0
46118 [일반] 나우유씨미 Now You See Me 보고 왔습니다. (말미에 스포 들어가 있습니다) [19] 王天君6425 13/08/27 6425 0
46117 [일반] [야구] 에이스는 죽지 않는다. 불사조 박철순 [31] 민머리요정6779 13/08/27 6779 8
46116 [일반] [축구] A대표팀 소집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45] HBKiD6529 13/08/27 6529 0
46115 [일반] 산업용 전기료 인상할거라고 하네요 [30] burma8435 13/08/27 8435 0
46113 [일반] 윤봉길 의사 [2] 김치찌개4191 13/08/27 4191 13
46112 [일반] 1988 서울올림픽 기록사진 [32] 김치찌개5549 13/08/27 5549 0
46111 [일반] 반갑습니다. 첫글 입니다. [18] 야율아보기3718 13/08/27 3718 2
46110 [일반] <단편> 카페, 그녀 -10 (부제 : 연애하고 싶으시죠?) [6] aura5901 13/08/26 5901 1
46109 [일반] 어떤 블로그 보세요? [61] 바닥인생11201 13/08/26 11201 14
46108 [일반] 奇談 - 네번째 기이한 이야기 (4) [21] 글곰4579 13/08/26 4579 5
46107 [일반] 주간 라디오볼 - LG 이동현 인터뷰 [15] 낭천4979 13/08/26 4979 4
46106 [일반] [영화]『일대종사』이 영화는 장쯔이가 캐리했네.. [8] shadowtaki7986 13/08/26 7986 0
46105 [일반] 내집에서 내가 한대 피겠다는데.... [230] 아우디 사라비아15805 13/08/26 15805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