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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0/21 23:56:57
Name classic
Subject [일반] [잡담] 생일을 조용히 보낸다는 것
흔히들 우리는 누군가의 생일을 챙겨주거나 축하해주는 것을 친한 친구의 척도로 삼기도 합니다.
그럴정도로 생일이란 이 세상에 어떤 한 사람이 태어난 소중한 날이라는 의미이겠죠.


경찰의 날인 바로 오늘 10월 21일이 제게는 그런 날입니다.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서는 물론이고 초등학생때부터 생일파티라는 걸 해본적이 없는 저에겐 생일이란 그렇게 크게 의미가 있는 날은 아니였습니다. 그저 누군가가 조용히 축하 메세지를 보내온다면 덤덤히 답해주거나 집에서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에 '그게 무어 그리 중요한 날이냐'라고 덤덤히 받아주는 날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생일이란게 참 희안한 날입니다.
옆에 여자친구, 흔히 말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을때나 친구들이 가까이 있을때는 그렇게 은근히 기다려지던 날이 그렇지 못하게 된 올해 같은 날에는 그 어떤 날보다도 감성적이 되는 적적한 날이 되기 때문이죠.

올해는 나이도 나이이거니와 앞으로 닥쳐올 미래, 그것을 위해 준비해야 할 여러가지들 때문에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또 보면 신기한것이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구가 열두시 시간을 딱 맞춰서 문자가 오기도 하는가하면 같이 계를 하고 있는 고향 친구놈들은 죄다 시험기간이라 정신이 없는지 단체 채팅방에 카톡의 'N'이라는 글자도 뜨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시간이 없겠다고 3일전에 미리 만나 술을 한잔 사주던 대학친구가 있는가하면 오늘은 시간이 없어 안되겠고 내일이나 모레 연락하면 꼭 술한잔을 사주겠다는 여자인 친구들도 있네요.

TV를 가지고 있지 않은 현재 생활이기에 어제 밤에 다운해서 보았던 '무한도전'을 다시 한번 시청하고 장을 볼까도 생각했지만 너무도 귀찮아서 집에 있는 재료만으로 후다닥 요리한 볶음밥을 먹으며 가끔 마음이 싱숭생숭 할 때 꺼내 보는 '연애시대'와 '그들이 사는 세상'의 주요 장면들을 스킵해서 보다보니 어느덧 시계가 열한시를 넘어가며 저의 생일도 한시간만이 남았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주된 이유이기도한데 때마침 이 때 다시금 집에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늦게까지 일하는 어머니가 그렇게 틈나면 보던 친구들을 오늘은 왜 안봤냐고 물으시며 내일 아침에 집에 와서 미역국을 끓이신 뒤에 이 먼 곳 까지 또 돈을 들여 당일 택배로 보내시겠다고 합니다.
타지사는 아들 생일이 무어 그리 중요하다며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묘하게 좋으면서도 슬픈듯한 기분이 드는걸 느끼며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에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대학에 들어온 뒤에 혼자사는것이 어느덧 몇해를 넘겨가니 생일 때는 고작 연례 행사로 했던 것이 술마시는 것 뿐이였으니(물론 여자친구가 있을때는 여기저기 다녔습니다만) 그 흔한 '고맙다'라는 인사한번 해본적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그래서 전화를 끊으며 오늘은 오래간만에 제 입에서 나오기 좀처럼 힘든 말을 해보았습니다.
"이 좋은 가을날에 그것도 일년에 감기한번 안걸리는 건강한 몸으로 낳아줘서 고마워요'

'허허-'하며 웃으시더니 그말을 듣고는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대답하는 어머니의 대답을 들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오늘 하루, 나름 울적했는데 끝 마무리는 정말 좋아서 내친 김에 글을 써봤습니다.
이제 제 생일은 3분이 남았네요.

여러분들도 생일 때 부모님께 가~~끔일지라도 한번 인사해보는것도 불효자식이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효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P,S : 아, 물론 저도 몇해 걸러서 한 얘기이니 새삼 저도 흔한 불효자임을 밝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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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틸러스
12/10/22 00:00
수정 아이콘
생일 축하드립니다.
저도 작년에 호주에서 혼자서 조용한 생일.. 청소일하고 퇴근할때의 그 느낌이란.. 크크
내년에는 가족과 또 친구들과 좋은 추억으로 남는 생일을 즐기실 수 있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생일 축하드립니다!
착해보여
12/10/22 00:04
수정 아이콘
생일 축하드려요~
불량공돌이
12/10/22 00:10
수정 아이콘
생일축하 드립니다.
저는 지난 화요일 16일이 제 생일이었고, 17일 수요일이 프로젝트 중간 발표일이었기 때문에, 15일부터 계속 사무실에서 밤을 샜습니다.
생일 오후에 후배들이 (하필이면 별로 안좋아하는 치즈) 케익을 사와서 불붙여줄때는 그냥 생일인가보다 했는데,
17일로 넘어가는 자정쯤에 좀 쉬면서 담배한대 피우니 울적해지던군요.
12/10/22 00:13
수정 아이콘
어떻게 보면 생일이란 게 본인보다도 부모님, 특히 어머니한테 더 많은 의미가 있지 않나 싶어요. 언젠가 저도 이런 말해보려고 생각중이지만 이런 말이 참 어려운 말이죠. 클래식님 어머니 입장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을 날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참 좋은 말 하신 것 같습니다. 생일 축하드려요!
정봉주
12/10/22 00:16
수정 아이콘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서는 물론이고 초등학생때부터 생일파티라는 걸 해본적이 없는 저에겐 생일이란 그렇게 크게 의미가 있는 날은 아니였습니다. 그저 누군가가 조용히 축하 메세지를 보내온다면 덤덤히 답해주거나 집에서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에 '그게 무어 그리 중요한 날이냐'라고 덤덤히 받아주는 날 정도였거든요.

글 내용과는 크게 상관 없지만, 이 문단이 뭐 이리 공감이 가는지 모르겠네요. 생일 축하를 받아본 적이 없으니 다른 사람 생일도 사실 그렇게 감흥이 있진 않네요. 그러면서 느낀게 아 내가 자식새끼 낳으면 억지로라도 생일을 축하해줘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기도 씹어본 사람이 잘 안다고, 생일도 축하 받아봐야 다른 사람들 생일을 기쁘게 축하해 줄 수 있을테니까요. 저 같은 경우에는 내 생일도 특별하지 않으니, 만난지 1주년 2주년 되는 날도 사실 기념해야 할 필요성을 못느낍니다. 혹시나 이 글 보시는 분들은 꼭 슬하 자녀분 생기면 어릴때부터 생일 축하해주시길 바랍니다.

쓰고 나니 병맛 돋는 한심한 소리네요.
12/10/22 00:25
수정 아이콘
12시가 지나서 어제가 되어버렸습니다만 그래도 생일 축하드립니다.
일평생 생일을 그렇게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저같은 사람도 있어요~
생일 하루정도 축하 받지 못한다고 해도 그냥 내가 태어난 날이니 감사하다고만
생각하고 살아가는데 생일은 누군가에게 축하 받지 못해도 좋은 날인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생일 축하드립니다.
12/10/22 00:28
수정 아이콘
흐흐 전 오늘이 생일인데
classic님 생일 축하드렸었어요!

저는 타지에서 대학생활 중인데, 이번주 부터 중간고사 기간이라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요러고 있네요
저도 내일 잊지말고 부모님께 전화드려야겠어요!
화잇밀크러버
12/10/22 00:34
수정 아이콘
지났지만 축하드립니다.
Absinthe
12/10/22 02:12
수정 아이콘
생일 축하 드리는 의미로 추천 버튼 누르고 갑니다-
축하드려요 ^^
12/10/22 03:56
수정 아이콘
생일 축하드립니다 짝짝
12/10/22 08:42
수정 아이콘
세상 모두가 절 배신할 수 있지만, 부모님만은 배신하지 않으시더군요.
효도하세요 (라고 해도 나부터 잘해야...;;)
12/10/22 11:08
수정 아이콘
생일 축하드려요. 역시 부모님 마음으로 훈훈해지네요. 저도 나이 들어 갈수록 생일날이 서른즈음 노래를 들을 때 느끼던 쓸쓸한 감정을 불러오네요.
朋友君
12/10/22 14:13
수정 아이콘
이미 지났지만...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언니네이발관의 '생일기분' 노래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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