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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4/18 07:27:45
Name 곰주
Subject [일반] 박사학위란 무엇인가?
1.
흔히들 많이 아는 사람을 박사라고 이야기 하고,
역으로, 박사는 많이 알아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 않나 조심스럽게 말해봅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많이 알아야 하지만,
그말이 곧 다른 분야의 지식도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2.
아, 시작하기전에 한가지 정확히 정의를 내려야 겠네요.
일반적으로 말하는 박사학위(degree of Doctor)에는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의학박사 (Medical Doctor, 의사) 이거나 철학박사 (Doctorate of Philosophy) 이지요.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일부 군소학교(하버드같은...^^;;)에서 주는 이학박사 (Doctor of Science)
그리고 미국에서 받을 수 있는 약학박사 (Doctor of Pharmacy, 한국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등이 있습니다만,
큰 범주에서 보면 철학박사의 카테고리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박사는 철학박사를 칭합니다.


3.
박사라는 학위를 받기위해 교육받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세단계를 거칩니다.

                 I.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가설(hypothesis)을 세우고,
                 II.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견고한 근거를 제시하며
                 III. 근거들을 논리적으로 조합해서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능력

을 갖출 수 있도록 기나긴 박사과정을 거치지요. 짧게는 2~3년 (영국같은 경우)에서 보통은 5~6년 (한국과 미국)
길게는 8년까지 연구와 공부 그리고 사색(^^;;;)을 합니다.

물론 저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어서
구체적인 사항은 한국과 다른 나라의 학위과정과는 다를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 입니다.


4.
철학박사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난데없이 왜 철학(Philosophy)이라는 단어가 들어갈까요?

예전에 한 선배님과 교수님과 진하게 술한잔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온 이야기는,
"철학박사라는 학위는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일종의 증명"
이었습니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왜'라고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근거를 통해서 답할 수 있는 사람"
이 되지 못한다면 철학박사라 칭함을 받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박사학위라는 것이 꼭 많이 안다고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요즘같은 시대에 많이 안다는 것만으로는 "technically"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감히 말해봅니다.
인터넷에서 검색만하면 정보가 수도없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지요.
마치, 이슈하나만 뜨면 너도나도 전문가가 되듯이 말이지요.
(물론 역으로 몰라도 박사학위를 준다는 것도 말이 안되긴 합니다.)


5.
다시 돌아와서,
이러한 철학적 행위의 증표이자 실증적 행위로 나타나는 것이 결국 논문입니다.
특히나 졸업논문은 길고긴 학위과정동안의 모든 것을 적는 일종의 문서함(archive)인 것이지요.

일반적인 논문과 조금 다르게,
졸업논문의 경우는 실패한 실험, 가설의 변동등의 모든 trial-and-error를 전부 적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발견되어진 사실과 명제의 증명등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박사를 졸업한 이후에 자신이 쓴 졸업논문을 보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적어도 제 주변에는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박사논문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 혹은 저자의 유식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 연구인의 철학적 사고의 전개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보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6.
따라서, 박사논문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고 한다면,
박사학위는 제대로 받은것도 아닐 것이고,
박사학위를 제대로 준것도 아닐 것이며,
수많은 철학적 사고를 통해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 그리고 과정중인 사람들을 모욕하는 행위일 것입니다.

그렇게 받은 학위는 둘 중에 하나겠지요.
박사학위가 아닌 다른 대체학위 이던가,
아니면 박사의 자격이 없던가요.

아... 물론, 박사논문을 제대로 쓰지 않은 것도 모자라 표절 및 대필을 했다면,
박사의 자격을 논하기 이전에 지적재산권을 무단 도용한 행위 그리고 명의 무단 도용을 따져야 겠지만 서도요.




꼭... 그렇게라도 박사학위를 땄어야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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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날
12/04/18 08:02
수정 아이콘
요즘 물박사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반 대중들에게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논문 대필, 표절 이런 것에 좀 무감각하죠. 예전 황우석의 경우만 해도 여전히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쯤 되면 종교) 네이트나 다음에 기사라도 뜨면 '그래도 국민을 위해 노력한 거 아니냐' '실력만큼은 인정해 줘야 된다'라는 리플이 꽤 달리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문대성이 한 것보다 훨씬 악질적이라고 보는데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면... 여전히 '학위' 자체만으로 먹히는 경우가 꽤나 많습니다. 위에 썼다시피 희소성이랄까 그런 것도 있고 (문대성 같은 경우는 금메달리스트라는 경력에 덧붙여 플러스 알파가 되었겠죠) 과정이 어쨌건간에 일단 결과가 있는 거니까 대우를 해주죠. 글에 쓰신 철학이 녹아들었다거나 이런 건 일반 주변인들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어떤날
12/04/18 08:04
수정 아이콘
1번 같은 케이스 때문에 답답할 때도 굉장히 많더군요. 저는 공학 쪽에서 박사를 했는데 지금은 회사에 있습니다. 박사가 많은 연구소 쪽이 아니다 보니 주변에서 드문 편인데... 뭔가 얘기하다가 완전히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저한테 물어보는 경우가 있고 제가 잘 모르면 '박사가 그것도 모르냐' 이런 반응이... -_-; 물론 말씀하신 분도 농담 식으로 얘기하는 거지만 저에게는 상당히 상처가 되더군요. ㅠㅠ
12/04/18 08:16
수정 아이콘
우리 나라 국민들이 아직까지 박사 학위나 국내 학계에 대해 충분히 전문가로서의 권위를 인정하는 분위기 단계에는 접어들지 못했다고 봅니다. 그것은 우리 나라 국민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아직 우리 나라의 학계가 충분히 성숙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아서일지도 모르죠. 일례로 서구의 학문을 19세기 중반부터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던 일본은 지금은 상당히 국내 학계가 성숙해졌고, 각 분야의 학회가 전문가 집단의 대표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일본 학부생들은 유학보다는 자국 대학원으로의 진학을 선택하고 있죠. 서구의 대학교육 시스템을 받아들인지 100년도 안 되는 한국이나 중국은 반대로 아직까지 미국 유학생을 제일 많이 배출하는 나라에 속합니다. 우리 나라 학계가 성숙해지고 국민들로부터 신뢰할 만한 전문가 집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겠으나, 본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박사 학위를 쉽게 생각하고 쉽게 취득하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충분히 훈련 받지 못한채 그저 학위만 받은 후, 학위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려는 일부 학위자들을 대량으로 배출하는 대학원들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및 교육부 차원의 감사가 필요하며, 필요하다면 대학원 박사 과정에서의 중도 탈락률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면을 보면 국가의 중대 현안이 발생했을 때 학계가 어느 정도 합의된 목소리를 강하게 그리고 타이밍에 맞게 보여 줄 필요가 있습니다. 가까운 예만 봐도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전문가라 자타칭하는 각 대학 교수들의 의견이 많이 엇갈리죠. 국민들 입장에서는 '박사가 뭐 저래, 교수가 뭐 저래' 라는 생각이 충분히 들만 합니다.
갈치더맥스
12/04/18 09:30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요새 제가 하는 고민과 같군요. 그리고 아는 이야기가 나와서 끄적거리자면
위에 언급하신 약학박사 Doctor of Pharmacy 소위 Pharm.D는 우리나라에는 없습니다. 미국 약대는 학교마다 시스템은 틀리지만 보통 2+4학년을 거쳐 6년을 수학하기때문에 Doctor라는 이름이 붙을만 하죠. 우리나라 약대는 4년제라서 졸업생들이 Bachelor of Pharmacy 약학 학사를 받고 졸업했죠. 지금 peet를 쳐서 약대간 학생들은 2+4학년 을 졸업해서 Pharm.D 학위를 주자는 말이 있지만, 아직 모르죠 -_-.. 사실 국내에선 약대졸업생을 Pharm.D라고 부르기에는 그 교육과정의 넓이와 깊이에서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Grateful Days~
12/04/18 09:55
수정 아이콘
박사라는게 진짜 뭔가를 전문적으로 아는것보다 그냥 스펙쌓기의 일환이 되어버린지 오래죠.
Wizard_Slayer
12/04/18 11:38
수정 아이콘
진짜 석사까지면 모를까 박사를 스펙쌓기 일환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자체만으로도 존경받아야됩니다. 20대 근 10년을 공부에 다 쏟아부어야되는데...
요즘 SKY 는 스펙쌓기 일환일뿐이죠 라고 할수없듯이요
12/04/18 11:43
수정 아이콘
박사를 스펙으로 쌓는 것은 정말 둘중에 하나인 듯 합니다.
멍청하던가 정말 똑똑하던가.

박사학위가 있다고 해서 큰 보상 (단적인 예로서 연봉)이 그만큼 되지도 않구요.
5년에서 길게는 8년을 보낸만큼 큰 연봉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자신의 스펙상 부족한 것이 오직 학력뿐이라면
박사학위는 정말 좋은 능력이 될 수 있겠지요.
그렇기에, 미쿡에서는 많은 "재력가"들이나 "권력가"들이 명예박사를 받는 것이구요.
12/04/18 12:48
수정 아이콘
어찌어찌 스펙은 쌓았지만 듣는 입장으로 매우 섭섭합니다.
젊음을 고스란히 조공하여 돈도 못모으고 가족들 고생시키며 종이 한장 달랑 받았거든요.
12/04/18 11:48
수정 아이콘
박사학위는 '혼자 리서치를 해도 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자격증'이라고 하더군요.

석사 논문도 쓰기 힘들어 허덕이던 사람 입장으로 가장 멋진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OvertheTop
12/04/18 12:06
수정 아이콘
저런게 박사학위 정의였군요. 난 왜 몰랐지....

공부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저런걸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었던거 같군요.
12/04/18 14:54
수정 아이콘
일단 박사 학위를 따고 나면, 그 학위의 가치가 무엇이었는 지 곰곰히 사유해 볼 여유가 없습니다. 당장 제 생존이 위험한데, 문대성 같은 사람이 사기를 치던 말던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아아 학위 과정은 애들 장난이었어....

**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박사 - 포닥 - 정착 1 ~ 2년차끼리 웃자고 하는 농담입니다.
불량공돌이
12/04/19 00:19
수정 아이콘
제 지도교수님은 '박사학위 바지론'을 주장하십니다.
박사 학위를 받지 않고 석사 졸 또는 박사 수료만 하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남들 다 바지 입고 집밖에 나가는데 너만 속옷차림으로 나가는 것과 같다. ' 라고 하시지요.

박사학위를 주는게 '이사람은 어떠한 상황에 부딪혔을때 나름의 논리로 문제 해결을 할 능력을 갖추었다'라는 의미인데
학위를 안딴 사람도 물론 이런 능력을 갖춘사람이 많지만, 초면에 그런지 아닌지 판단하는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다들 학위를 받는거다. 라고 하시더군요.
사티레브
12/04/19 01:00
수정 아이콘
추천눌렀구요 하..
PlaceboEffect
13/12/20 12:27
수정 아이콘
글이 너무 좋습니다. 죄송하지만 퍼가도 괜찮을까요?^^ 출처는 물론 밝히겠습니다.
13/12/20 19:11
수정 아이콘
제 부족한 글을 퍼가신다고 하셔서 부끄럽기도 해서 사양했는데...
괜찮습니다. 출처만 밝혀주세요. 그리고 어디로 퍼가시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laceboEffect
13/12/23 10:50
수정 아이콘
넵 알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퍼갈때 다시 답글로 주소 링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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