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년차 향방훈련의 꽃인 8시간짜리 훈련을 받는 날이었어요.
전 군대를 늦게 갔다 왔지요.
자대배치를 받으니 깔깔이 입고 누워있는 말년병장이 저랑 동갑이었어요.
잘해주는 척 하면서 그자식이 절 얼마나 놀려댔는지 몰라요.
사격을 하러 가는데 얼레.. 실내사격장이 있어요.
훈련소와 도로하나 두고 붙어있는 아파트 건설사에서 37억을 들여 지어줬대요.
완벽한 방음을 자랑한다고 하는데 총소리 아주..까진 아니어도 잘 들려요.
표적지를 자동으로 이동시키는 장치가 있는데 표적을 각목에 압정으로 달아요.
기계장치 아래에 각목이 달려 있으니 뭔가 웃겨요.
훈련을 받고 집까지 30분동안 걸어왔어요.
땀내,흙내나는 군복입고 학생들 하교시간에 버스를 타긴 쪽팔렸어요.
저녁을 먹고 야구를 보다가 엘지가 왠일로 점수를 좀 내길래 안심하고 목욕탕에 갔어요.
집앞에 있는 목욕탕은 저녁 9시까지가 영업시간이에요.
영업시간에 불만이 있을수도 있지만 괜찮아요 입장료가 2000원이거든요.
8시정도만 되면 직원분이 들어와서 퇴근을 위한 준비를 해요.
냉탕의 물을 빼고 나서 온탕도 물을 빼면 조그만 쑥탕밖에 남지 않아요.
그리고나면 때를밀고 있는 손님들 옆에서 나가라는 눈치를 주듯 청소를 해요.
하지만 손님들중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아요.
그도 그럴것이 목욕탕 자유이용권이 2000원이거든요.
항상 그렇듯이 탕에 와서 때타올을 샀어요.
집에는 없고 탕을 나갈때만 되면 이상하게 때타올을 샀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거든요.
조금 늦게 왔다고 이미 타올이나 샴푸가 들어있는 상자는 금고에 넣고 잠궜어요.
다시 열고 꺼내게 하는게 미안해서 600원짜리 초록타올이 아닌 1000원짜리 노란타올을 샀어요.
큰 결심을 했다고 생각하며 오늘은 꼭 때타올을 집에 가져가겠다고 다짐했어요.
이 목욕탕은 입장료가 싸서 그런지 수건도 배급제에요.
하긴 수건 빨래하는 비용도 아껴야 할거에요.
그래도 괜찮아요 수건은 개인당 2장씩이나 주거든요.
상체와 하체를 각기 다른 수건으로 닦는 호사를 누릴수가 있어요.
그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옷장앞을 잠시만 돌아다니면 되요.
한장만 쓰고 누가봐도 깨끗한 나머지 한장을 옷장앞에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쑥탕에서 몸을 불리고 거울앞에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요.
샤워기의 물을 틀었는데 좀 많이 뜨거워요.
스위치를 돌려서 30도까지 내렸는데 물이 점점 더 뜨거워져요.
이상하죠.. 어떤 장치인지는 모르겠는데 온도를 내려도 물이 뜨거워지는 샤워기가 이 목욕탕에는 있어요.
그 자리를 기억해두면 안되냐구요?
신기하게도 물이 뜨거워지는 샤워기는 그때그때 달라요 복불복이죠.
해피투게더를 이 목욕탕에서 촬영한다면 쓸만한 코너가 생길지도 모르겠어요.
목욕탕에 불만을 터뜨리고 고쳐달라하긴 좀 그래요.
얘기했잔아요.. 2000원이라고..
때를 다 밀고 샤워하고 쑥탕에 마지막으로 몸을 담궜다가 밖으로 나왔어요.
드라이기는 한개뿐이라 너무 사람이 많을때는 머리를 말리지 못할때도 있어요.
뭐.. 2000원이니까..
아.. 때타올을 또 목욕탕 안에 두고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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